평평한 심야[深夜]
칠흑 같던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알을 깨고
눈부신 햇빛을 그리며 세상에 발을 디딘 그때
나와 똑 닮은 의문 모를 존재가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햇빛 아래에 선 순간이었지만
나의 아래 깊이 모를 그림자만이 실제 했다.
나의 뒤에서 모든 것을 표방하는 심연 -
어둑진 심연은 당장이라도 나를 삼킬 것만 같다.
눈부신 태양에 손짓을 뻗을 때면 비웃기라도 하듯
뗄 수 없는 음영[陰影]만이 따라와 손짓한다.
칠흑 같던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알을 깨고
수많은 나와 같은 이들이 모인 가운데면
그림자는 한 데 모여 평평한 심야[深夜]를 그려낸다.
그림자란 이면의 존재들로 뒤섞인 현실은
어둑진 탓에 음영과 구분되지 않는다.
멀리 떠 있던 태양의 시선 아래서도
밝았던 아침은 더 이상 밝아오지 않는다.
나를 가뒀던 칠흑 같던 어둠은
눈부신 햇빛 아래 서 있던 나의 발아래
나를 집어삼킨 피조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