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반고흐] 展에서
줄은 한산했다. 유명한 전시는 끝날 때 다되어 평일을 이용한다는 작전이 먹힌 것이다. 사람이 무척 많아서 포기해야 했던 초기 방문자와는 다르게 표를 구입하고 화장실 다녀오니 순서가 되었다.
서툴러 보이는 초기 데생 습작들이 많고, 가도 가도 고흐 특유의 그림이 보이지 않았다. 욕구불만과 다독이는 두 마음이 싸우면서 흐름을 좇아갔다.
‘고흐 어머니, 누이, 동생 테오의 사진도 봤잖아?’
‘널리 알려진 작품이 아니라도 그의 손이 그렸다면….’
‘<자화상도 한 점 있고, <감자 먹는 카지노 쿠폰들 데생도 있네.’
마지막 전시실 바로 전에 <씨 뿌리는 사람을 만났다. 이글거리는 해를 보니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동해 바다새해 해돋이 때와는 다른 뭉클함이다.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그라미가 도도한 빛을내뿜으며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오늘 무슨 날인줄 알아?”
“그….”
"바야흐로 천지창조의 날. 헤헤."
거리낌 없는 발랄함에오히려 다른 날이생각난다. 태양 신 포이부스의 아들 파에톤이 아버지께 졸라 마차를 처음 몰고 나온 날.
동녘에서 망을 보던 오로라가 장미 가득한 방의 자줏빛 문을 활짝 열고, 별들이 달아나고, 샛별이 자신의 망루를 마지막으로 떠나자마자, 아버지가 몰 때와는 다르게 힘차고 당돌한 해님마차가 등장한 날.*
그 빛의 후광을 받으며 씨 뿌리는 사람은 또 얼마나 위풍당당한지. 임금님 포즈다.
“여봐라. 게 비켜라. 상감마마 행차시다.”
우렁찬 신하들 호령이 들리는 듯하고, 진지함이땅을 점령하러 가는 장군의 기개를 보는 것 같다.
멀리서 밀밭은 환희의 송가를 부르고, 발아래 땅의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보라와 옅은 주황의 웅성거림은 당장에라도 씨앗을싹 틔우고 꽃을 피울기세다.
몇 그림을 지나서비슷한 구도의 <밀단과 카지노 쿠폰는 달이 있는 풍경을보았다.그날도 슈퍼 블루문인가? 수줍은 듯 찬란한달을맞아 넘실거리는 밀단들. 그녀와데이트를 벼르는 푸른 바위 산. 별자리의 여흥을 예고하는 저녁 밤하늘.
그곳은 이름 없는 시골 마을 아니던가? 가장(家長)은어스름 새벽, 고단한 몸을 깨워 빵 한 조각으로아침을 때우고평범하게밭일을시작했을 것이다.식구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어제와다르지 않은 이른 봄의 일과로. 문득 동녘에서 색다른 태양이 카지노 쿠폰고, 자신이 영원한 존재로 다시 빚어지고 있음을 농부는 눈치채고 있었을까?
이 모든 것을 연출한 그날의 신참 카지노 쿠폰는 누구인가?
종이 위에서까지 꿈틀거릴 새 생명과 빛을 창조한 이는?백여 년 후까지 방방곡곡 어둑한 미술관에서 가장 눈부신 해가 카지노 쿠폰게 하고, 씨 뿌리는 자의 엄위함으로뭇카지노 쿠폰들을 멈추게 하는 이. 소박한 카지노 쿠폰의 하찮아 보이는 하루라 할지라도, 아니어느 누구의 날이라도,그 하루의 시작은이리 벅차고 영광스럽다고 말하는 이는?
그림도 제대로 팔지 못한 가난한 무명 화가는 자신이 그리 했음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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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우스『변신이야기』 천병희 옮김, 2005, 도서출판 숲
대문의 그림 사진
<씨 뿌리는 카지노 쿠폰 캔버스에 유화, 64X 80.5cm, Krőller-Mūller Museum 네덜란드, 1888년
<밀단과 카지노 쿠폰는 달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유화, 72X 92.5cm, Krőller-Mūller Museum 네덜란드, 188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