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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효권 Sep 25. 2023

카지노 쿠폰, 식(食)

내 할머니와 아버지는 실향민이다. 아버지 나이 열두 살에 할머니와 밑으로 동생 둘과 함께내려오셨다. 휴전되면서 고향에 남은 할아버지 그리고 남은 형제와 누이에게 돌아가지 못해 평생을 이남(以南)에서 이산(離散) 가족으로 살아오셨다. 발 딛고 적응한 곳은 이남이지만, 몸이 기억하는 생활은 이북(以北)이었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이 되면 다른 이남 집안과 다르게 이북에서만 먹었던 음식을 해 먹었다. 녹두부침개와 카지노 쿠폰가 카지노 쿠폰 대표 음식이었다. 요즘 말로 시그니처(signature) 메뉴였다. 먹는 사람에게 그것은 즐거움이었고 그것을 먹어야 카지노 쿠폰을 지낸 게 됐다.

할머니는 카지노 쿠폰이 다가올 즈음에 먼저 일력(日曆)을 한 장씩 세어보며 날짜를 계산했다. 그렇게 세어 본 일력의 종잇장 수가 열댓 장 되면 작업이 시작됐다. 먼저 시장에서 녹두를 사 갖고 와서 볕이 잘 드는 곳에 펼쳐 놓고 삼 사일 정도 바짝 말리셨다. 바짝 말린 녹두는 커다란 빨간 고무 대야에 맷돌을 놓아두고 가운데 아가리에 녹두를 조금씩 넣어가며 천천히 맷돌을 돌려 껍질을 깠다. 녹두는 맷돌에 갈리면서 절반 정도의 크기로 쪼개졌다. 그런 다음 껍질을 털어내고 난 녹두를 깨끗한 물에 담가 이 삼일 정도 불렸다. 그 시간이 지나면 물에 불린 녹두는 처음 사 왔던 크기보다 한층 더 커 보였다. 물에 불린 녹두는 다시 빨간 고무 대야에 아버지가 만드신 열십자 모양의 받침대를 고정해 놓고 그 위에 맷돌을 올려놓아 이번엔 물에 불린 녹두를 갈기 시작했다. 두세 번 정도 반복해서 갈았다. 그래야 고운 반죽이 될 수 있었다. 처음 녹두가 녹색이었다면 물에 불려 갈아 놓은 녹두는 뽀얀 색을 띠고 있었다.

보통 시장에서 사 먹는 녹두부침개가 녹두만 갖고 부쳤다면 집에서 만든 것은 김치와 숙주나물이 더 들어갔다. 녹두를 아무리 곱게 갈았다 해도 밀가루와 성질이 달라 푸석한 식감이 있었다. 집에서 했던 녹두부침개는 김치와 숙주가 더 들어갔다. 푸석한 식감을 김치와 숙주로 보완했고 양념장이 없이도 먹을 수 있게 간이 맞춰졌다.

할머니는 묵은 김치를 꺼내 수돗물에 깨끗이 빨아 붉은 양념과 김치 속을 모두 걷어내고 오로지 배추만 사용했다. 붉었던 색이 모두 빠지고 난 김치는 채에 올려 하루 정도 남은 물기를 빼냈고 숙주는 물에 데쳐 숨을 죽였다. 그런데 김치와 숙주는 갈아 놓은 녹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것은 나중에 카지노 쿠폰를 빚을 때 카지노 쿠폰소로 쓸 양까지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카지노 쿠폰는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카지노 쿠폰소로 쓰이는 재료를 준비하는데 손이 많이 갔다. 시장에서 커다란 두부를 한 덩이 정도 사 오셨는데 대략 네댓 모정도 됐고 간 돼지고기와 당면을 준비하셨다. 준비된 김치와 숙주나물을 잘게 썰었고 물에 불린 당면과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를 큰 양푼에다 함께 버무렸다. 어느 것이 김치고 어느 것이 숙주나물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버무렸다. 그렇게 버무린 카지노 쿠폰소를 흰 면포로 덮어 놓고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엔 피(皮)를 만들기 시작했다. 반죽은 몇 시간인지 모르게 찰기가 생길 때까지 계속 치대었다. 완전한 찰기가 생기면 다시 면포를 덮어 또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재료들이 준비되면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카지노 쿠폰를 빚기 시작했다.

밀대가 없던 집에선 다듬이 방망이로 쓰던 홍두깨가 밀대 역할을 대신했다. 넓게 편 반죽은 밥공기로 꾹 눌러 카지노 쿠폰피를 만들었다. 사다 쓴 카지노 쿠폰피와 다르게 집에서 만든 피는 조금 두꺼운 편이었다. 할머니와 엄마는 마주 앉아 계속 피를 만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소를 채워 카지노 쿠폰를 빚고, 그리고 빚은 카지노 쿠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하면 엄마는 끓은 물에 피만 살짝 익혀 서늘한 곳에서 열기를 식혔다. 속까지 익힌 카지노 쿠폰보다 피만 익힌 카지노 쿠폰로 만둣국을 끓일 때 맛이 더 깊게 우러나서 일부러 그렇게 하셨다. 카지노 쿠폰를 다 빚고 남은 반죽은 겹겹이 접어 칼로 얇게 썰어 칼국수 면을 만들었다. 그것은 이제 카지노 쿠폰를 다 빚었다는 신호였고, 거의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일 년에 두 번 공식적으로 먹는 칼국수가 바로 이때였다. 그날의 첫 카지노 쿠폰 시식은 우리 차지였다. 카지노 쿠폰를 한 봉에 대략 열 송이 정도 넣고 밀봉해 냉동실에 차곡히 쌓아두면 이제 카지노 쿠폰까지 대충 삼 사일 정도 남게 됐다. 그때가 되면 부침개를 부칠 때가 됐다.

지금은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없는 것 중에 ‘곤로’라는 것이 있었다. 가스레인지나 전기스토브같이 요리할 때 사용하던 기구였는데 백등유(白燈油)를 연료로 사용했고 전자들과 다르게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전집에서도 보기 힘든 무쇠로 만든 검은 둥근 판이 있었다. 곤로와 무쇠 판은 부침개를 부칠 때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품이었다.


판이 가열되면 돼지기름을 넓게 뿌리고, 잘게 썬 김치 속과 숙주를 넣은 걸쭉한 녹두 반죽을 큰 국자로 떠서 판 위에 놓았다. 판 위에 올라가는 부침개의 수가 대략 아홉 장에서 열 장정도 되는 것 같았다. 부침개가 노릇하게 익으면 원형으로 된 싸리 채반에 담아 기름을 뺐다. 부침개는 많을 땐 삼백 장 정도 됐고 적을 땐 이백 장 정도 됐다. 카지노 쿠폰 송이도 보통 이백 송이가 넘었다. 다섯 식구가 먹을 양보다 훨씬 많았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았고, 원하면 싸 주기도 했고, 카지노 쿠폰이 지나서도 먹을 양만큼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카지노 쿠폰까지 하루나 이틀 정도 남았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디서 맛볼 수 없는 맛이라고 좋아했지만 어린 내 입맛은 그 맛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두꺼운 피로 만든 카지노 쿠폰는 국보다 기름에 구워 양념장에 찍어 먹는 걸 더 좋아했고 부침개에 케첩을 뿌려 돈가스처럼 칼로 썰어 포크로 찍어 먹는 걸 더 좋아했다. 약간의 기름진 맛에 양념장의 짭조름한 맛이나 새콤한 케첩 맛을 더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았다. 본래의 맛을 이해하게 된 건 스무 살도 더 넘어서였고, 그 맛이 대를 이어야 할 가치가 있음을 깨달은 것도 서른 넘어 마흔이 가까이 될 무렵이었다.

할머니의 대를 이어 엄마는 재료의 비율을 조정해 맛을 더 담백하게 했고 그 맛은 더욱 잊을 수 없는 맛이 됐지만 이젠 기억에만 남게 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도 몸이 전과 같지 않았을 때 처음 끊긴 것은 녹두부침개였다. 혼자서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고 곤로도 무쇠 판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다 처분했다. 카지노 쿠폰는 전과 같이 소를 직접 만드셨지만 피는 사다가 썼고 가족들만 먹을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대폭 줄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찾아오시는 손님도 없어졌고 아버지의 사업이 두어 번 정도 실패하자 이젠 아버지를 찾는 손님도 없어졌다. 하루종일 혼자 카지노 쿠폰를 빚은 엄마는 다음 날이면 자리에 누워 쉬어야 할 만큼 고된 작업이었기 때문에 음식 가짓수도 줄어들고 양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나중엔 몸이 성치 못하셔서 그마저도 그카지노 쿠폰셨다.

카지노 쿠폰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만든 카지노 쿠폰가 먹고 싶었다. 사다 쓴 피였지만 소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기름에 구운 카지노 쿠폰는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터져 나오는 육즙이 일품이었다. 아들의 부탁을 뿌리칠 엄마는 없다. 몸이 전과 같지 않게 불편해도 자신이 해 준 음식을 먹고 싶다는데 그걸 싫어할 엄마가 어디 있을까? 많이는 아니었지만 두어 번 든든하게 먹을 양만큼 빚어 주셨다. 그 맛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카지노 쿠폰를 빚어 준 엄마는 몇 년 뒤에 할머니를 따라갔다. 마지막 맛이 되고 말았다.


카지노 쿠폰이 되면 이젠 더 이상 녹두부침개도 카지노 쿠폰도 먹지 않는다. 아니 못 먹는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간혹 시장에서 녹두부침개를 사 올 때도 있지만, 녹두만 두껍게 부쳤고 푸석푸석한 식감만 느껴졌다. 양념장이 없으면 아무 맛도 나질 않았다. 카지노 쿠폰가 생각나면 동네 마트에서 냉동 카지노 쿠폰를 사 쪄 먹거나 기름에 구워 먹었다. 그냥 카지노 쿠폰거니 하고 먹었다.

결혼했다면 대를 이었을까 싶었지만 바쁜 세상에 누가 그렇게 할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좋으면 넌 뭐 했냐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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