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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효권 Oct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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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라는 말로 ‘어이없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한물 지난 표현으로 웃픈 상황과 비슷할 것 같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나는 ‘어이없는’ 또는 ‘웃픈’ 상황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친구와 극장에 갔다. 콜라 두 잔에 나초 하나 그리고 팝콘 대자 하나 이른바 ‘콤보’라는 것을 주문했다. 가지 수가 많아 직원에게 받침대를 부탁했다. 직원은 받침대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상영관으로 입장하는 사람들 중에 누런 종이 받침대 위에 음료와 다른 주전부리를 담아 가는 모습이 보였다. 직원에게 저건 받침대가 아니냐고 묻자 직원이 한마디 했다.


“아, 트레이(tray) 요?”


‘병신, 쌀은 안 처먹고 라이스(rice)만 처먹고 살았나?’ 싶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아침에 TV카지노 게임 추천 보듯 주치의가 네댓 명의 의사들과 함께 들어왔다. 주치의 옆에 있던 젊은 의사는


"아시마(asthma) 환자입니다. 뉴모니아(pneumonia) 증세로 입원했습니다. 브랜치(branch)카지노 게임 추천 프리스크라이브(prescribe) 한대로 팔로우(follow)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나간 뒤 어머니는


"뭐라는 거니?"

"아, 천식 환자인데 폐렴 때문에 입원해서 분원카지노 게임 추천 처방한대로 처방하고 있다고요."


한 마디 거드셨다.


"그걸 뭐 그렇게 알아듣지 못하게 말한다니?"


사실 처음엔 나도 잘 못 알아 들었다. 영어인지 독일어인지 헷갈렸다. 의사들이 영어는 많이 쓰는데 발음은 의사 같지 않았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초대 손님 즉 게스트(guest)의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져와 그 자리카지노 게임 추천 원하는 요리로 경합을 벌이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카지노 게임 추천는 요리가 완성된 후 게스트가 먼저 맛을 보고 후에 출연한 모든 사람이 해당 음식을 맛보는 순서가 있었다. 그중에 한 출연자가 음식을 맛보면서 한마디 한다는 것이

“맛이 참 리치(rich)하고 풍부하네요.”


‘리치(rich)’라는 단어에 부자라는 뜻만 있는 줄 아는지, 쟁쟁한 실력의 요리사들 옆카지노 게임 추천 어깨 좀 나란히 하고 싶어 내뱉은 말인지, 아니면 영어를 모르는 시청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영어와 우리말을 나란히 풀어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하고 있었다. 그 후로 사람이 가볍게 보였다.


한 번은 회사카지노 게임 추천 출판용 교재 집필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회의가 있었다. 각자 맡아서 해야 할 분량을 조절하다 여선생 하나가


“이렇게 되면 너무 로드(load)되지 않나요?”


‘분량’이나 ‘부담’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게 말해도 누구나 알아듣는다. 더군다나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R”과 “L”은 “ㄹ”로 발음할 수밖에 없고 들리는 것도 그러한 경우가 많다. 그녀는 자신이 유학파라는 것을 은연중에 티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우리말로 번역된 영화 제목도 부러 원(原) 제목으로 말했다. 제목이 짧은 것도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미국카지노 게임 추천 듣도 보도 못한, 이른바 ‘듣보잡’ 전공자였다. 돌아오니 취직도 안 되는 현실카지노 게임 추천 만만한 게 영어 강사였다. 영어 몇 마디만 하면 일자리를 내어주는 사교육의 현실에 쓴웃음만 나왔다.


대입카지노 게임 추천 수시 비중이 높아지자 내신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영어과 팀장들과 함께 내신 대비와 관련한 회의가 있었다. 대다수 선생들이 정시를 기준으로 수능 대비 수업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어떻게 대안을 마련해야 할지 몰랐다. 답 없는 회의만 계속됐다. 그때 한동안 말이 없던 팀장 하나가 한마디 했다.


"저는 프리사이즈한 걸 좋아합니다. 답도 없이 이렇게 논의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처음엔 감이 오질 않았다. 뜬금없는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말한 ‘프리사이즈’는 두 가지 경우로 발음될 수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하나는 ‘precise’이고 하나는 ‘free-size’였다. 그가 말한 것은 ‘precise’였다. ‘precise’는 '정확한' 또는 '한 치도 틀림이 없는'이라는 의미다. 성격이 그러하니 그날 회의가 답답했던 것은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 그는 “P”와 “F”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발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발음은 둘째치고 그날 우리가 애를 먹었던 것도 “정확한(precise)” 대안이 아니라 “구체적인(concrete)” 대안이었다. 그렇게 아는 거 써먹고 싶었는지, 쓰고 싶으면 지 말처럼 ‘프리사이즈’하게 써야 했다. ‘먹다 남긴 된장찌개 같은 놈이, 참 용쓰고 있다.’ 싶었다.

20년을 영어로 먹고살았지만 늘 조심스러운 것이 영어였다. 잘못 사용하면 웃음거리가 되고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면 실례가 됐다. 습관처럼 의식해서 말하고 지키려 했던 것이 외래어와 외국어의 구별이었다. 물론 영어로 먹고사는 사람의 그런 태도에 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릴 적에 보았던, 잊히지 않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남자가 그동안 잊지 못한 스승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스승을 찾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어릴 적 일제 강점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우리말을 없애려는 일본의 정책에 맞춰 거리낌 없이 일본 말을 쓰는 주인공을 스승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가며 절대로 우리말을 잊어선 안 된다며 혼내고 있었다. 성인이 된 주인공은 그때의 기억으로 스승을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그는 변두리 어느 학원에서 스승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를 찾아 나섰다. 강의실 밖으로 희미하게 들려왔던 카랑카랑한 스승의 목소리를 점점 가까이서 들은 그는 강의실 문밖에서 노년의 스승만 바라보다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스승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나는 어땠을까?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10월에는 한글날도 있고 카지노 게임 추천도 있다. 한글날은 공휴일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빨간 날도 아니다. 하지만 그날 거리는 해마다 늦게까지 들썩였다. 한글날은 아직 한글날로 기억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는 이제 다른 날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사족

이 글은 18년에 썼던 글을 다시 재정리했다. 글을 마무리할 즈음 당시엔 카지노 게임 추천를 ‘술 처먹고 지랄발광하는 사건들’만 있는 날로 묘사했다. 하지만 여기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기성세대에겐 아무 의미도 없고 못마땅한 날이겠지만 MZ들의 나이만큼 함께한 날이 이날이었고 생을 마감한 날도 이날이며 이날엔 그네들을 가슴에 묻은 기성세대도 있기 때문이다. MZ들이 존중하는 이 날은,누리되 다만 잊지 말아야 할 날이라는 것은 기억해야겠다.


명(命)을 달리 한 고인들을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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