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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나다 Apr 14. 2025

부지런한 카지노 게임은 바통을 넘긴다.

-익숙한 것의 감옥


"공부를 뭣하려 해요?"


성란이의 목소리에 버럭스런 짜증이 찌르듯이 터져 나왔다.


"성란아, 공부는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한 게 아니야. 학생으로서 해야 하는 본분이기도 하고, 진짜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네 뇌 발달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성적을 잘 받으려는 게 아니야. 네가 커서 사회로 나가기 전에 최대한 발달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야. 그러니까 하기 싫어도 일정 부분은 따라와야 해."


"아 진짜, 샘 짜증 나요."


"그렇지, 내가 좀 짜증 나게 하지. 인정한다."


"아니, 샘 말고요. 공부가 짜증 나요. 우리 아빠 명문대 나왔다면서요? 아빠 때 거기 그 뭐야 신방과 나오면 완전 탄탄대로였다면서요. 근데 우리 아빠 지금 뭐 하냐고요."


나는 성란이의 얼굴을 보았다. 감정이 격해졌다이내사그라들었고, 아이는 꼬무룩해져 버렸다.

맞다. 성란이아빠는 소위 명문대를 나왔다. 하지만 세상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성란이 할머니는 어려웠던 부모님을 떠나 11살부터 서울에서 식모로 일하며 살았다. 그래서는 안 됐지만 그 집에서 아들을 낳았고, 그다음 해에 딸을 낳았다. 그리고 쫓겨나듯 나와야 했다고 한다.


시장에서 쪼그마난 가판을 차려 장사를 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딸은 지체장애가 있었지만, 언감생심 치료도 상담도 받을 여력은 없이 시간이 흐르고 몸만 커졌다.

그런데 아들은 달랐다. 똑똑했고, 착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 봐도 우리 아들이었으면 이런 거 주워서 연구한다고 몇 날며칠을 관찰했을 텐데 싶어 돌멩이만 봐도 피식 웃음이 날 정도였다고 다.


그토록 착했던 아들은 공부도 잘했다. 할머니는 중학교도 안 가봤는데 그 아들은 대학에 들어갔다. 방송국에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벌 거라며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게 고속도로 달리듯 쭉 뚫리지만은 않았을 거다. 등록금이 부족했다.

생활은 팍팍하고과외 아르바이트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때 동네형이 권했다고 했다.


"야, 공장에서 한두 달만 빡세게 일하면 돼. 그러면 2학기 정도는 넉넉하게 버틸 수 있어."

기쁘게 들어간 공장은 낡았다.
기계도 낡았고, 안전장치는 없었고 손을 보호할 목적으로 나온, 그 마저도 누군가 끼던 장갑 하나였다.

그래도 두 학기가 버틸 돈이 나온다니 여기가 천국 같았고 공부하듯 성실하게 밤낮으로 일했다.

어느 날처럼 기계를 돌리던 순간 튀어 어나 온 부품 조각이 장갑 천을 엮어 삼켜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손을 뺄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손가락이 함께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사고가 났다.


살면서 차가운 길에 앉아 한기가 뼛속까지 뚫고 와도 한 번도 힘들다 생각한 적 없었다. 차에 치어 발목을 다쳐서 합의금을 받고도 병원에 가지 않고 가판을 폈다. 치료시기를 놓쳐 허리가 꼬부라지듯 둥글게 꼬부라진 발목을 질질 끌며 걷게 될 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까짓꺼, 이딴 몸뚱이.


그렇게 시골길 나무정승같이 언제나 삶의 풍파에 서 있던 할머니는생전 처음 돌진하는엄청난 무서움에 결국 주저앉아 오열해 버렸다.


이 금쪽같은 내 잘난 아들이, 앞으로 손가락 없이 살아야 한다니.

결국 공장에서 보상금도 받았다.

등록금 2학기 치를 훌쩍 넘는 돈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당분간 쉬고 싶어요."

그는 돈을 들고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여행이 뭔지 몰랐다.
카지노 게임한 사람에게 ‘여행’이란 건 없는 단어였다.
그래도 내 잘난 아들이 가겠다는데, 가야지. 암만가야지.

그리고 몇 달 뒤,
아들은 갓난아기를 안고 돌아왔다.





“진짜 완전 병신 중의 상병신이라니까요.”

"공부를 잘하면 뭐해요. 인생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산다고요. 김삿갓도 아니고, 그냥 혼자 떠돌아다니면서 편하겠지 책임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하고.그러니까 내가 공부를 하고 싶겠냐고요. 어차피 공부해 봤자 우리 아빠 꼴 밖에 더 나겠어요?"

성란이는 말하기도 싫다는 듯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성과 새 살림을 차리고 집을 나가 알코올중독자가 된 아빠를 욕하면서라도 기억에서 지워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야, 그래도 아빠한테 병신은 좀 심하지 않냐?"

"아, 샘 완전 꼰대. 근데 인정. 병신은 좀 그렇고… 불효자새끼."

"그럼 우리 성란이가 할머니한테 효녀가 되려면 뭘 해야 하겠어. 할머니가 저렇게 고생하시는데, 공부를 해. 스펙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 같으면, 성실하게라도 하루하루 살아보자. 그럼 그 성실이 우리한테 보답해 주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헐, 샘 완전 판타지. 그걸 믿어요? 진짜 대박… 우리 샘 완죠니 순수 그 자체."

"아니, 아니! 왜! 성실이 뭐!"

"샘, 우리 할머니 몇 시에 퇴근하는지 알아요?"

"밤 10시쯤?"

"땡! 할머니 1시에 들어온다니까요. 1시!"


10시쯤 좌판을 접고, 가게 문을 닫자마자 전날 불려놓은 콩을 씻고, 깍지를 벗기고, 믹서기에 간다.
그럼 믹서기가 막 우유처럼 바글바글 이상해진다고 성란이는표현했다. 그걸 면포에 걸러야 한다.


카지노 게임

@AI illustration



"그럼 나를 또 불러서 면포 잡으라고 한다고 요. 그럼 그거 또 막 안 잡으면 대가리 때리니까 기어가서 잡아서 거품 넣고 또 물 넣고 할머니 손가락도 안 좋은데 조 몰 조 몰 문대. 그리고 뭘로 누루고 완전 염병을 한다고요. 내가 그거 꼴배기 싫어서 들어가서 그담은 모르는데 그걸 그냥 하루 종일 밤새도록 하다가 3시에 자더라고"


"그리고 몇 시에 시장 나가는지 알아요? 아니 왜 짜증 나게 내 등교시간보다 빨리나 가냐고 사람도 없는데!!!


혼자 나가서 도대체 뭘 하는 걸까요. 샘이 한 번 말 좀 해줘요. 할머니, 오후 2시쯤 나가도 장사 알아서 될 거라고. 그리고 왜 수학여행 나 안보내주는건데요 진짜 말 좀 해달라고요!"



성실한 냄새

성란이의 할머니는 시장 가판에서 두부와 청국장을 팔았다. 정확히는 두부도 팔고 청국장을 떠서 쌓아놓고 팔았다. 그래서 란이에게서는 언제나 콩냄새가 났다.


어린카지노 게임들의 잔혹함은 생각 없는 놀림과 은연중의 멸시로 새어 나왔고 그아이들을 데리고 사과를 시켰을 때 할머니는 그 손에 검정봉다리에 넣은 두부를 들려 보냈다. 란이는 할머니가 혼쭐을 내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기편을 안 들어주고 오히려 자기를 괴롭히던 카지노 게임들 손에 할머니 잠과 바꾼 두부를 들려 보내니 열이 받아그 어린카지노 게임가 중년의 여성처럼 말 그대로 화병이 나들어 눕곤 했다.


"할머님... 그래도 마지막인데이 졸업여행 한 번... 보내주시죠."


우리가 있던 공간에 갑자기 소리가 사라졌다. 연신 속사포로 장사가 요즘 안된다 하소연하던 할머니께서 말씀이 없다. 3초 정도 침묵하던 할머님이 방금 전 침묵이 무색하게 말을 이어나가셨다.


"카지노 게임고, 시장에서 무가 300원이길래 덜컹 5개나 샀는디, 내가 언덕 올라가기 꺽정스러워서가 마을버스 타려했는디도 그냥 포기 허고, 요 무릎을 허고 쩔둑이며 30분이나 그거 들고 올라왔오


내가 한 질문엔 대답도 안 하시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본인 사정의 어려움을 말씀하신다. 할머니도 입 밖으로 보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기가 어려웠으리라. 학생들에겐 매해 체험학습과 졸업여행을 떠나는 시즌이 있다. 나의 어린 시절엔 그런 것들을 합쳐 '소풍'이라는 들뜬 표현을 사용하고는 했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그것을 '체험'이라고 표현한다. 그 체험을 가질 때마다 꼭 한두 명은 그 상황을 포기해야만 한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말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른이 뭔가 하고 싶은것들을 포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커다란 상실감을 남긴다. 그것은 한참 또래친구들과의 동질감을 형성해 나가는 시점에 깨닫게 되는환경적인 '다름'과 '차이'다. 혹은 그저 뛰놀기만 하던 운동장 밖으로 벗어날 때 직면하게 되는 이야기로, 보호자들이 연신 내뱉어 대던 '카지노 게임고 내 팔자야'를듣고 자란 카지노 게임들이 다시 이걸 물려받아 내뱉게 되는 '내 팔가 뭐 이렇죠"라는 현상으로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상처다.


기초생활수급 및 법정 한부모가정 등의 정부수급을 받는 자녀들이 졸업 여행으로 체험을 떠날 때 평균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현장에서는 최대한 아껴서 인근으로 체험을 나갈 때, 부득이하게 보통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의간식비 같은추가비용도 발생하곤 한다.


문화체험 때도 할머님은 성란이를보내주지 못하셨다. 그때 지원을 해주고자 다가갔지만 카지노 게임는 자신의 할머니가간식비로원이라는 돈을 내줄 상황 도 안 된다는 현실에 자존심이 상해 "저는 원래 학교 밖으로 나가는 거 좋아하지않아요! 안 갈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지원받는 걸 거부했다.


친구들이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체험을 할 동안, 혼자 하루종일빈 교실에 앉아 자습을 했다.

몇 개월 전, 문화체험과는 달리 이번엔 졸업여행이라 다신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이니 2만 원 정도만 내달라고 할머님을 설득했지만 교통비도 없어 걸어 다닌다는 할머님께 더 이상 요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런 할머니께 뭔가 더 요구를 하는 것도어렵다는 걸 사실 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엔 학생을 잘 설득해지원 받을수 있게 하려고 했다. 상담을 하던 도중 성란이는 그동안 참았던 것들을 터트리 듯 오열하고 통곡하면서 말했다.


"저는요... 샘이 보내준다 해도 김밥 싸줄 엄마도 없어요. 놀러 가서쓸 돈도 없고요.... 전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예요. “


이제 겨우 열세 살. 그런데 벌써부터 "불쌍한 내 인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마도 할머니에게서 흘러나오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겠지.졸업여행을 보내주는 것으로 사람들 눈에는 형평성을 조금이나마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성란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긴 인생이 남아 있다. 단기 목표를 이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카지노 게임한 집은 부지런하지 않아서 그래. 열심히 살지 않으니까 그런 거라고. 결국 우리처럼 세금 내는 사람들 등골 빼먹는 거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며했다.

카지노 게임한 가정의 아침은 다른 집보다 더 일찍 온다고.
그들은 남들이 다니지 않는 시간에 움직인다.
새벽 내내 건물을 청소하고,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쯤이면건물 화장실 구석에서 싸 온 냉동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아침을 먹는다.


성란의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새벽 한 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 도토리묵과 두부를 팔지만, 정작 잠은 세 시간도 채 못 잔다.

지독하게 부지런하고, 지독하게 열심히 산다.

그런데도 늘 돈이 없다.


아이가 말했다.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난 대충 살아야겠어요."


나는 그럼 공부를 열심히 해서 더 효율적으로 살아보라고 했다. 나는 디딤씨앗통장을 개설해 복지재단에 연결해서 매주 만원씩 카지노 게임의 통장에 입금되고 었다. 금액이 10년간, 성란이20살이 될 때까지 쌓이면 원금 500만 원 정도에 정부지원금이 매칭된 천만 원을 수령할 있게 연계해 둔 상태라 당당하게 대학교 첫 학기 등록금은 준비됐으니 일단 공부부터 하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성란이가 어이없다는 듯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아빠도 공부 잘했어요. 그런데 일하다 다쳐서 빚 생기고, 신용불량자 되고, 알콜중독이고!!!"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성란이는 꿈이 없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꿈이 있었다.
편의점 알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옆집 고등학교 언니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보여요."
"빨리 커서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 할머니가 더 이상 20시간씩 일 안 해도 되잖아요."
"할머니가 일 좀 덜 하고, 잠 푹 자게 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조부모세대가 지독하게 일했지만 카지노 게임했고,
그 부모도 죽어라 일했지만 카지노 게임했다.
그리고 그 바통을 쥐고 있는 카지노 게임들.
그들은 성장하지만, 가정은 성장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리도 요즘 흔해빠졌다는 그 돈이 쌓이지 않는다.
대신 열등감, 굴욕, 수치심, 분노, 자기 비하, 피로만 쌓여간다.


그런데도 세상은 말한다.

"너희는 게을러서 카지노 게임한 거야. 노력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야."

어떤 카지노 게임들은 의사가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카지노 게임들은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꿈보다 생존을 먼저 고민한다.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사회가 이들에게 카지노 게임함을 넘어설 다른 기회를 주고 있을까?이토록 지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여전히 카지노 게임한 걸까.


수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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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피소드는 오마이뉴스에 작가가 투고해 일정부분 기사화된 적이 있습니다. https://omn.kr/lc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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