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나다 Apr 24. 2025

이마 속에 이게 뭐야?

child abuse 1부

아동 학대 (Child Abuse)
아동 학대는 아동에게 신체적·성적·심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적절히 보호·양육하지 않고 방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이 글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으며, 특정 아동이 식별되지 않도록 내용을 조정해 서술했습니다.아동학대와 방임,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아동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읽는 동안 불편함이나 감정적인 동요를 느낄 수 있으며,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누군가에게는 실제로 겪은 현실입니다. 우리는 쉽게 외면하거나 판단하기보다, 그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우리는 어떤 어른이어야 할까’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동 학대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카지노 게임@AI Illustration







"식칼로 목을 그으면 피가 천장까지 튀나요?"

"목을 매면 혀가 얼마나 나와요? 본 적 있어요?"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뭐가 달라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감정이 없나요?"

"썜, 웹툰 중에 XXXX이라는 만화 본 적 있어요?"


종구는 나에게 위와 같은 돼먹지도 않아 보이는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정작 내 대답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만 보니 대답을 듣고 싶어서 묻는 질문이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설명을 해줘도 딱히 이해하려 들지 않았고 자극적인 질문들만 나에게 폭격기처럼 쏟아냈다. 보통의 어른을 식은땀 흘리게 할 질문을 연이어 던지며 종구는 마치 B급 스플래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기만의 세계를 내게펼쳐 보였다.


어느 날 카지노 게임가 자신의 소설을 들고 내게 왔다. 공포와 호러, 스릴러가 짬뽕처럼 섞인 이야기였다. 지난번 질문들이 바로 이걸 쓰기 위한 자료 조사였나 싶을 정도로 내용은 폭력적이고 참으로 극단적이었다.


그 세계는 잔혹함 그 자체였지만 다르게 표현하자면 고통으로 점철된 끈적한 욕망의 세계이기도 했다. 자살, 고어, 폐쇄적인 커뮤니티, 비정상적 폭력의 포르노, 잔혹한 게임들. 종구는 그런 것들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저런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분열된 마음의 증상일 수 있다고.


내면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카지노 게임는 어떤 조각이든 붙잡아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종구는 글의 평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나의 경악, 충격, 혹은 혐오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 카지노 게임의 기대에 조심스레 기대어 글을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이건 허구가 아니구나.'


카지노 게임의 내면에서 솟구친 절망과 무력감이 만들어낸 자위적 환상이었다.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들었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가득 찬 절규가 내 가슴을 찔러왔다.



담임선생님이 어느 날 종구가 그린 그림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사람을 뾰족한 창 같은 것으로 찌르는 그림이 메인이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피를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칠해놓은 것이다.


"이런 그림을 자꾸 그려요."
"요즘 인터넷에서 잔인한 웹툰을 많이 본다던데, 그런 영향일까요?"
"피시방에서 폭력적인 게임도 자주 하던데, 그런 걸 제한하면 좀 나아질까요?"


초기의뢰를 받았을 때, 문제의 원인을 인터넷과 게임에서 찾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결국 그게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만약 어른의 기준으로 게임과 웹툰을 무작정 막으면, 그 카지노 게임의 내면에서 돌고 있는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가 더 격렬하게 표출될 수 있었다.


아동이 겪는 정서적인 고통은 때로 너무 깊고 혼란스러워서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종구의 폭력에 대한 무감각함도 하나의 방어기제였다. 큰 충격이나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는 감정을 차단하거나 마비시켜 고통을 더 이상 느끼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종구는 큰 자극과 폭력으로 감정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 무감각함은 아이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다. 종구처럼 반복된 학대나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은 감정을 차단하고 반응을 최소화하려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을 표현하려는 상상력이나 행동은 그 고통을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일 수 있다. 감정을 무감각하게 느끼면서도 표현하려는 시도는 결국 자신이 경험한 상처를 외부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누군가 그 고통을 인식하고 도와주기를 바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종구는 이미 말 그대로 녹듯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 무너짐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뭔가를 붙잡고 있었다.

그것은 때로 잔혹한 그림이 되었고, 때로는 어른들이 경악할 만큼의 잔인한 이야기 속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주 만났다. 부정적인 것을 막기보다는, 아이가 감정을 조금씩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계속해서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평소 안 하던 엄마 이야기를 카지노 게임가 한다.

"잘 모르는데 우리 엄마 아프데요."

어디가 아프신지 알아?


종구는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선생님도 그게 중요해요?"

그러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카지노 게임에게 주변의 어른들은 엄마가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는지 알려주려고, 수없이 설명하고다친 마음의 원인을설득하려 했다.그러나 종구는충격적인 병명을 듣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카지노 게임에게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부엌에서 조용히 가스불을 켜는 것.
냉장고 문을 열고 물 한 컵 따라주는 것.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러주는것.

그저 그런 사소한 일상이,
이 카지노 게임에게는 기적처럼 간절한 것이 되어버렸다.


"모르겠어요. 맨날 엄마는전화로미안하다고만 해요."

"지금은 아파서 못 오는데 다 나으면 데리러 온데요"
"그래서 저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 되려고요."

종구는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웃으며 덧붙였다.


"근데 그냥 의사는 아니고요. 환자들 배를 갈라서 엉망진창으로 꼬맬 거예요."
"아니면 치과의사가 돼서 사람들 이를 다 부셔놓을 거예요."


그러더니 목을 뒤로 젖히고 까르르 웃었다.


"그래서, 날 만난 걸 후회하게 해 줄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저 말을 듣고 "아... 이건... 좀 위험한 상상 아니에요?"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게 아이의 살아 있으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그 카지노 게임는 복수심이 아니라 아무말대잔치로, 엉망진창이 된 마음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

그러니 나도 너무 진지한 얼굴로 그 상상을 응대해 주기보단, 그냥 같이 그 마음을 이해해 주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잔혹한 상상이,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웃음이,
사실은 생존의 몸부림 일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에게 상처 주지 않았어요.

종구를 처음 봤던 건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였다.
운동장에서 남자카지노 게임들과 여자카지노 게임들이 뒤섞여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어린카지노 게임들의 운동이란, 마음은 원인데 육체가 따라주지 않아서그야말로최선을 다하는난장판이되고는 한다.


공을 차다 말고 서로 몸싸움을 벌이고, 옷을 잡아당기고, 넘어지고, 나중엔 손으로 공을 쥐고럭비처럼달리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2층에서 내려다보다가간적으로, 한 카지노 게임의 이마에 붙은 휴지조각이눈에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날리면서 드러난 이마 한가운데, 지저분한 무언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확인하고 싶어 내려가 그 카지노 게임를 불렀다.


"종구야, 이리 와볼래?"


교실로 데려가, 조심스럽게 이물질들을 떼어냈다.

검붉게 벌어진 4cm 남짓한 내 눈에는 깊게 보이던상처.
그 상처사이에머리카락과 휴지조각 그리고 알 수 없는 먼지 같은것들이 뒤엉켜 있었다.

심장이 차갑게 식는다는 느낌이 말이 아니라 진짜 서늘하게 몸이 얼어붙는 것을 경험했다.



카지노 게임@AI Illustration



도대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뭐지?하지만 내가 놀란 것을 들키면, 오히려 카지노 게임가 더 불안해울 것 만 같았다.
입술을 꼭 깨물고, 최대한 침착한 척 물었다.


거 종구야누가 이렇게 했어?

“제가 잘못해 아빠가 때렸어요.”


학교 오자마자 선생님한테 말 안 했니? 상처가 꽤 깊은데.

"..... 무서워서요."


주말 동안, 종구에게는 긴 싸움이 있었다.얼마 전 엄마는 아빠에게 구타당하고 술에 취한 남편을 피해 카지노 게임를두고결국 집을 떠났다. 종구는몇 주째 아빠와 단둘이 지내고 있었지만, 금요일부터 아빠는 술을 마시고 들어오지 않았다.토요일 밤까지도 집에 오지 않자, 1층 슈퍼 아주머니가 보다 못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엄마는 몰래 집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가 그것을 보고 말았다.


"개고기 국물이 다 터졌어요."


엄마를 향해 던져진 검은 봉지가천장을 하고 터졌다고 했다.

그 순간, 아빠의 감정도 함께 터져버린 듯했다.

엄마는 그대로 다시 도망쳤고, 종구는 홀로 그곳에 남겨졌다.


아빠는 엄마를 붙잡기 위해뛰쳐나갔다고 했다.그리고 집에 돌아올 때 손에는 공사장 근처에서 주운 나무조각이 들려 있었다.못이 박혀 있는, 날카로운 나무조각 하나.


"그걸로 제 이마를 찍었어요."


그 순간에는 아프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가 집에 와 술에 취해 그대로 쓰러지면서, 못이 박힌 나무조각이 쭉하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이마를 그었을 때는아팠다고 한다.종구는 게걸음으로 좁은 부엌을 지나 화장실로 갔다.깨금발을 하고 거울을 보는데 눈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마 전체가 뜨겁고,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못이 이마 속까지뚫을 수도 있?"

그렇게 중얼거리며, 휴지를 마구 뜯어 상처 위로 막 쑤셔 넣었다.

그 상태로, 개고기 냄새가 가득한 방으로 돌아가 아빠 옆에 누워 잠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아빠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그냥 학교에 왔다.


그리고 내가, 그 이마를 발견한 것이었다.


보건실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뒤, 선생님이 말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상처가 깊을 수있어요. 얼굴이라 흉이 안지게 봉합해야 할 것 같아요."


카지노 게임를 데리고 형외과로 갈지, 피부과로 갈지 잠시 고민하다 결국 피부과로 향했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어쩌다가 다쳤니?"


종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집 앞에서 넘어졌는데, 못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나를 힐끗 보더니, 마치 엄마를 대하듯 말했다.
"이 애가자주 넘어져 다치는 것 같은데, 주의 좀 해 주세요."


나는 종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종구야, 아빠가 그런 거잖아. 네가 그런 게 아니잖아."


하지만 카지노 게임는 단호했다.
"넘어진 거예요."

한두 번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아동학대로 아이의 아버지를 신고했다.

그날 오후, 아동학대 사례조사 담당관이 학교로 찾아왔다.
2인 1조, 익숙한 회색 봉고차.
그들은 카지노 게임를 보자마자 교실 안으로 들어가 질문을 던졌다.

30분 남짓한 대화가 오갔고, 그들은 다시 황급히 돌아가려 했다.


나는 그들을 붙잡았다.

“선생님, 이 카지노 게임 얘기 좀 더 들어보시겠어요?”

두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조사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필요한 체크리스트도 다 완료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종구는요, 겁이 많고 눈치가 빨라요 어른이 원하는 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대로 대답하는 애예요. 근데 지금 겁나서 말 못 하는걸 수 도 있으니 다시 봐주시면 안 될까요?"


담당관은 매뉴얼 속 문장을 말하듯 담담하게 답했다

"선생님, 저희는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온 말만을 증거로 삼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진술을 안 했어요."
"길 가다 넘어진 거라고 합니다."
"아버지도 그런 적 없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십니다."
"어머니는 연락이 닿지 않고요."


나는 책상 서랍에서 종구가 그린 그림 몇 장과, 아이가 썼던 소설 원고 사본을 꺼내 건넸다.

“이건 아이가 혼자 상상해서 만든 게 아니에요.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게 쌓여서 터지기 직전에, 마지막 끈처럼 잡은 거예요.”

담당자 중 한 명이 그림을 넘기며 조심스레 덧붙였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해도, 카지노 게임가 직접 말을 해줘야 하고요 주변인 진술로 저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아이가 입을 닫아버리면 방법이 없죠. 저희도 이런 경우 안타깝고 많이 답답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요. "




사람이 고깃덩어리처럼 보여요.

몇 년이 지나, 중학생이 된 종구를 다시 만났다내가 알지 못하는 일본 만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의사가 되어 사람을 엉망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던 그때처럼, 여전히 천진난만한 얼굴이었다.


“종구야, 너 그림 잘 그렸었지. 아직도 그려?”
카지노 게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그림 몇 장을 보여줬다. 그림은 아름다웠다. 세밀했고, 정교했다.


“이건… 어떤 생각하면서 그린 거야?”


내 질문에 종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근데 전 성인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일반 만화 말고요 쪼금 야한 걸 그리면 돈이 더 잘 벌린대요."
"사람들이 결제를 하게끔 유도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내게 물었다.

"선생님도 그런 거 봐요?"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종구야, 네가 더 이상 사람 죽이겠다고 웃으며 말하지 않아서 고마워."


카지노 게임는 눈을 반짝이며 대꾸했다.

"에이, 그때는 어려서 그랬죠. 선생님이 저 미술치료 연결해 주고, 그림 그리는 동아리에도 넣어줬잖아요. 저 그거 덕분에 이제 그런 생각 안 해요!"
"도구들 살려면 진짜 비싼데, 후원자도 두 명이나 연결해 주셨잖아요."
"그분들이 책도 많이 사주고, 저 물감도 집에 엄청 많아요!"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는 밝았고, 말도 많아졌다.사실 카지노 게임가 말하는 일본 만화작가들의 엄청난 이름들의 폭격 속에서 하나도 모르는 내 무지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더 이상 엄마도, 아빠도, 그 어떤 가족도 카지노 게임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아빠는 그냥 술 마시고 난리를 치는 날과, 조용히 잠드는 날로만 구분될 뿐이었다.엄마는 여전히 병원에 있었지만,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엄마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제 종구가 사랑하는 건 오직 그림뿐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궁금한 게 있어요."
"성인물 그리려면 사람 신체 내부를 잘 알아야 하잖아요?"


카지노 게임가 문득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가끔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여요."
"그냥… 고깃덩어리처럼 보여요."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이게 정상은 아니죠?"





아동학대는 신고와 조치, 분리와 수사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우리 제도의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 짧고, 반면 아이들의 상처는 안타깝게도 오래간다. 우리는 "종결"이라는 말로 사례를 닫지만, 아이는 그때부터 혼자 감당해야 할 이야기 속으로 던져진다.


수없이 많은 ‘종결’를 봐왔고, 그 끝에 카지노 게임들이 남긴 침묵과 괴성을 기억한다.


종구는 괴물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괴물을 그렸다.
그는 자신 안의 잔혹함을 외부로 빼내어 그림 속에 가두었다.
그 상상은 어떤 행동보다도 절제된 방식이었고 그 그림은 어떤 말보다도 정직한 울음이었다.

우리는 종종 이런 아이들을 손대기도 난감한 문제아라 부르지만 나는 종구에게서 생존의 기술을 봤다.

고통을 그려내며 버티는 방식. 외면받지 않기 위해 기괴해지는 용기.

그리고, 다시 나를 맞이해 준 침묵 속의 평온함.


나는 정말 카지노 게임를 살렸을까?

나는 그 아이의 마음에 다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걸까?

혹은 그 카지노 게임가 원한 건 너무 괴물로 오해받지 않을 한 사람의 눈빛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의 언어는 때때로 너무 제도적으로 사건의 행위, 정황, 판별, 조치, 기록. 등등등으로 표현되지만 카지노 게임들은 그 언어로 살지 않는다. 그들은 눈빛과 표정, 몸짓과 상상으로 정서를 표출하듯 말한다.

종구는 그렇게 말했다.
"제가 만든 애들이에요."
그건 분명히, 종구 자신이 만든 이야기였다. 누구에게도 침범당하지 않은 서사.


나는 종종 아이들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그 안에 담긴 분열과 공포, 그리고 견디려는 몸짓을 읽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짐한다.
내가 할 일은 조치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오래도록 기억해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아이가 언젠가,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내 곁에 있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그런 어른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