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인식하게 되어서 차마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이유로 스스로를 부끄러워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응, 맞아, 나 그렇게 못나고 못된 사람이야.'를 글로 써서 세상에 온통 뿌려놓고 나니,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와..! 나 진짜 못된 며느리 맞구나.'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못난 사람이라는 열등감의 시작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세상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 '나답게 살 수 있는 여유' 이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카지노 쿠폰 삼시 세끼 밥을 차려드리기 싫어서.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그렇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어요.
요리도 살림도 못하고, 마음씨도 세상 못된 며느리임을 인정하기 싫어서 우울증으로 도망갔어요.
'내가 돈을 많이 많이 벌면 카지노 쿠폰님의 자랑거리가 되어서 잔소리가 줄어들겠지,
내가 돈을 많이 많이 벌 정도로 바쁘면 카지노 쿠폰님이 편찮으실 때 도우미 이모님을 고용해서 내가 직접 가지 않아도 되겠지'
하며 돈을 많이 벌 궁리를 했어요.
못된 마음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일까요?
투자라는 것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법인 주택 투자 규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등의 규제가 생겼어요.
이를 피해서수익형 부동산으로 도망을 갔고,어마어마한 대출을 받아 매수했더니기다렸다는 듯이 대출 금리가 치솟아 올랐어요.
카지노 쿠폰님이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이 벌어온 돈을 모두 날렸어요.
이제 제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남지 않았지요.
죽음 또는 이혼.
투자 실패를 인식하면서 우울증이 깊어져갔고, 이혼 후 살게 될 힘든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제 눈은 한 곳만 쳐다보았지요.
"카지노 쿠폰님이 편찮으셔서 내가 밥을 차려드려야 하기 전에,일을 치러야 해.
세상에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어."
정말 못됐죠.
밥 하기 싫어서 죽어버리겠다는 며느리라니.
잔소리 듣기 싫어서 죽어버리겠다는 며느리라니.
이걸 인정하기 싫어서 우울증으로 도망쳤어요.
"니가 치료를 자알 받아가, 밥도 잘 묵고 정상이 돼야 할 낀데."
걱정해 주시는 말씀까지도 '미친 며느리'라고 욕하는 거라고 들으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했어요.
그냥 까짓 거 밥 하겠다고 생각할걸.
카지노 쿠폰님이 스스로 밥을 하시기 힘드실 정도의 연세가 되시면, 나도 어느 정도 밥 하는 게 익숙한 나이일 텐데.
어머님 마음에 드는 카지노 쿠폰이 아니더라도, 그냥 내 스타일이라고 하면서 간단히 차려드리면 어때서.
미움받을 용기, 스스로 변화할 용기를 냈다면 그토록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과 마주합니다.
인정하기 싫었던 못나고 못된 마음과 마주합니다.
차마 바라볼 수 없었던 진짜 속내를 꺼내어 글로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이다음에는 더욱 나아지겠다는 희망도 생깁니다.
내가 좀 더 단단해지면, '카지노 쿠폰'와 '밥'이라는 공포의 대상도 그저 '팔순 가까이 된 할머니'와 '한 끼 식사'로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됩니다.
그때엔 미움 좀 받고 잔소리 좀 들어도, 스스로를 난도질하지 않고 툭툭 털어버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슬며시 웃어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