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돌의 기억》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은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인 1977년에 제정하여 그해 3월, 고 피천득 선생이 대상을, 이듬해 고 정진권 선생이 본상을 받으면서 출발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대상 15회 동안 15명, 본상 43회 동안 106명의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누렸습니다.
제43회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 시상식이 3월 28일,국방컨벤션무료 카지노 게임 있었습니다. 올해는 3명의 작가가 수상했는데 제가 영광스러운 수상자 중 한 명으로 뽑혔습니다. 2024년 10월에 출간한 저의 에세이집 《돌의 기억》으로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은 김종완, 박양근, 박덕규교수 3분이었는데 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겸 평론가이십니다. 박덕규교수는 권민정의 《돌의 기억》은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공공적인 사건이나 사실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해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를 설명하는 인식론적 자세가 뚜렷한 무료 카지노 게임집이다. 일상과 사유를 균형적으로 이으며 담론을 이끌어내는 힘이 강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심사평을 했습니다.
민명자 평론가께서 저의 에세이집 《돌의 기억》작품론을 쓰셨습니다. 작품론은 《에세이문학》지 2025 봄호에 실렸습니다. 좀 긴 글이지만 브런치에 올립니다.
인간과 사회, 통찰과 상생의 길
― 권민정 무료 카지노 게임집 『돌의 기억』을 읽고
들길의 철학자처럼
인간과 사회의 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존의 그물을 엮고, 사회는 인간을 주체로 품으면서 다양한 풍경을 그려낸다. 문학은 그러한 사회를 반영하되 소재와 주제의 변용 및 형상화 방식에 따라 궤를 달리한다. 누군가는 시선을 안으로 응집하고, 누군가는 시선을 밖으로 확장한다. 이른바 숏폼의 시대, 근래엔 영상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짧고 감각적인 선호가 늘면서 당의정 같은 글과 만날 때가 많다. 언어유희로 현란하게 버무린 미문, 입안에서 구르는 어휘들이 혀를 달콤하게 하지만 맛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럴 때면 은근히 스며서 깊은 맛을 우려내는 글이 그리워진다.
권민정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작위적인 기교를 멀리한다. 전반적으로 진솔하고 웅숭깊으며 인간과 사회의 공동선에 비중을 둔다. 제43회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을 수상한 제3 무료 카지노 게임집 《돌의 기억》(북나비, 2024)에서 발견되는 면모다. 아르코 문예 창작기금에도 선정된 무료 카지노 게임집이니, 등단(《계간무료 카지노 게임》, 2004. 가을)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결과다.
전체 6부로 구성된 46편의 작품에서 작가는 다양한 존재와 만난다. 우리의 공적 역사를 소환하여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덕목을 살피는 한편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자들에 시선을 두루 돌려 인간애를 고취한다. 그 대상이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보면 인류애에 가깝다. 생태환경에도 관심을 갖고 상생의 길을 모색함으로써 사회무료 카지노 게임과 생태무료 카지노 게임의 장을 펼친다. 학대받거나 버려진 어린이들에 대한 애긍(哀矜)도 깊다. 이러한 경향들은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도 무관치 않다.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강단에 섰으며, 여러 봉사단체에서 오랜 기간 상담 활동을 해왔다. 그 심연에는 신앙인으로서 기독교적 세계관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여타 종교도 외면하지 않는다. 보리암에서는 원효의 일심 사상을(〈내 마음속 보리암〉), 우연히 찾아간 소수서원에서는 유림의 역사와 함께 퇴계 이황 선생의 인간교육을(〈등대처럼〉), 마애삼존불의 얼굴에서는 조상님의 얼굴 같은 우리 민족의 혼과 표정을(〈백제의 미소〉) 읽으며 합일을 꾀한다.
권민정은 숲을 “생명이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체험케 하는 스승”이라 여긴다. 그리고 숲의 색에서 숭고함을 보며 나무에서 배려와 평화를 배우며 말한다.
“들길의 철학자처럼 숲이 들려주는 ‘정적의 소리’를 듣고, 바라보는 시선에 화답하여 나에게로 뿜어내는 숲의 향기를 맡는다. 또 나는 어디서 와서, 지금 어디에 와 있으며,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숲길을 걸으며〉)
작가와 함께 길을 걸으며 생의 물음에 동참해보기로 한다.
2. 어제, 오늘과 내일의 등불
무료 카지노 게임집의 첫 작품을 펼치면 한 청년이 등장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보니 까마득하게 잊었던 사육신의 역사가 손을 내민다. 지금, 왜? 작품명이 〈묘妙골 마을 2〉이다. 그렇다면 앞서 1편이 있을 터, 알고 보니 1편에 해당하는 작품은 〈묘妙골 마을〉이며 등단 완료 추천작이고 제1 무료 카지노 게임집 《은하수를 보러 와요》(이지출판, 2010)에 실려 있다. 우선 그 작품부터 읽었다.
〈묘妙골 마을〉에서 작가는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를 통해 들은 묘골 마을을 직접 찾아 마을에 얽힌 이야기와 조상의 정신을 서술한다. 완료추천 평이 이 작품을 잘 설명해준다. “‘묘골 마을’은 저자의 외가인 묘골 마을(조선 사육신의 한 분인 박팽년 후손들의 집성촌)의 지형·정자·사당·고가 등을 답사한 여행기지만, 충효를 절대 명제로 삼은 조선 시대의 충신과 충복을 그리는 역사적인 정서를 높이 샀다.”라며 “탄탄한 문장에다 개성 있는 풍모”(《계간무료 카지노 게임》, 2004. 가을, p.143)를 갖추었다고 평한다.
〈묘妙골 마을 2〉는 1편과 소재는 같으나 서술기법이 다르다. 1편이 비교적 평면적인 서술방식을 택한 데 비해 2편은 전면에 삼인칭 화자 ‘그’를 내세워 노비 신분이었던 박비의 일생에 초점을 맞추어 화소를 전개한다. 분량도 1편과 달리 중편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게다가 연작이다. 책의 표제작과 더불어 첫 수록 작품은 대부분 저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권민정이 내내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집약하면 현대에선 보기 드문 “절개와 의리라는 뜻의 절의(節義)”다. 자기가 낳은 딸 대신 주인의 아들을 살리며 위험을 무릅쓴 여종 덕분에 생명을 얻은 박비, 박팽년 가문을 용납한 후대 임금 덕분에 신분이 복원되어 박일산이란 이름을 얻은 박비는 한 가문을 회생(回生)시켜 대대로 집성촌을 이어왔다. 한 여종의 절의가 밀알이 되어 자자손손 결실을 빚어낸 거다. 실제 현장을 찾은 작가는 “불의한 권력에는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사육신의 정신과 조상부터 체화된 “의리”라는 단어를 되새긴다. 의리, 요즘 세상에 의리라고? 오늘날 이 말은 희화화되기 일쑤다. 의리보다는 눈앞의 자기 이익을 우선 도모하는 시대에 작가는 잊었던 우리 조상의 덕목을 상기시킨다. 당신은 의리를 얼마나 지키며 사는가, 무언으로 묻는다. 모계에 묘골 순천 박씨의 혈통이 흐르니 그 의리 덕분에 오늘의 작가도 존재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역사는 오늘을 반성하는 거울이다. 이 작품에서 의리라는 단어가 뜬구름처럼 허공에 맴돌지 않고 되새겨지는 것은 교시적인 구호나 허구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장점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에서는 좀 더 가까운 시간의 사건을 불러온다. 조선소 독 바닥에서 농성하던 하청 노동자의 이야기다. 한 달 넘게 그 독 안에서 최악의 생활을 하며 유서까지 써놓고 투쟁하던 노동자. 경찰의 진압이 예고된 상황이다. 용산역 철거 참사 때처럼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작가는 새가슴이 되어 마음 졸인다. 그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은 건 노동부 장관의 처신이었다. 장관이 직접 독에 내려가서 노동자와 마주 앉았다. 이 작품을 읽노라니 매스컴을 통해 뉴스로도 널리 알려졌던 당시의 일이 생각난다. 권민정은 소설가 김숨이 쓴 《제비 심장》을 소환하여 “철상자 안에서 길을 찾는” 조선소 노동자,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은” 비현실적 노동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애환을 환기한다. 여기엔 특정 이데올로기의 침잠 같은 건 없다. 오직 인간다운 생존 요구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노동의 손길 덕분이다. 무심히 딛는 보도블록이나 우리가 사는 집 한 채에도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숨결이 숨어 있는가. 강자나 약자를 불문하고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손을 잡아야 평화로울 수 있다. 그것이 작가가 바라는 세상이며,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다. 환기와 각인을 통한 울림, 그것이 또한 문학의 힘이다.
〈낙원구 행복동〉에서는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소설 속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제에 근거한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판자촌 철거가 시작되던 시기에 권민정 자신이 지역조사 담당 직원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산업사회가 낳은 노동 현실에서 왜소해진 인간상과 자본주의 소외계층의 모순을 고발하는 이 소설에서 공장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이나 공장의 매연과 자연 훼손 등은 생태 문학의 범주에서도 살필 여지를 남긴다. 총체적인 문제 제기다. 권민정은 자신이 직접 본, 지금의 남양만 두레마을 건설 과정을 떠올린다. 그리고 “『난쏘공』을 읽으며 울고 또 울었다.”라고 하며,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하니 그것이 문학의 힘이었다.”라며 소회를 밝힌다. 난장이에 비견되는, 이 시대의 거인은 누구인가. 소설에 등장하는 낙원구 행복동은 하층민이 디스토피아 같은 현실에서 꿈꾸는 유토피아이며, 이룰 수 없는 역설적 시공간을 상징한다.
우리의 역사에는 아프게 새겨진 명칭이 있다. ‘양공주, 위안부’란 명칭이다. 권민정은 〈전쟁 같은 맛과 〈시간을 잃어버린 소녀들〉에서 이들의 고통과 마주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역사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그것은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인간만이 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에드워드 카가 말했듯이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어제는 이미 역사로 남고, 어제는 오늘의, 오늘은 내일의 등불이자 나침반이 된다. 권민정은 이처럼 역사를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3. 생태환경, 돌이 말하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기능과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산불, 홍수, 가뭄 등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 폭염, 혹한 등 기후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하여 생태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존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호의존적이며 상호순환한다. 생태계 역시 인간과 동식물 등을 포함한 생물 세계와 물, 공기, 토양 등을 포함한 무생물의 세계를 총체적인 상호관계로 포괄한다. 생태환경 훼손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산업사회, 물신주의, 우월적 인간중심주의 등의 영향이 크다. 보존에도 파괴에도 인간이 주역(主役)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문학이 주시해야 할 이유다.
권민정은 〈돌의 기억〉에서 돌의 말을 듣는다. 우리는 2007년 12월에 발생한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를 기억한다. 외국의 초대형 유조선과 우리의 크레인선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원유가 바다로 흘러들었다. 해양 생명체는 물론 무생물에까지, 생태계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대형사고였다. 만일 작가가 집에 앉아서 말뿐인 탁상공론으로 위기를 걱정했다면 이 작품은 빛을 잃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실제 현장에 뛰어들어 위기 극복에 일조했다. 그곳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바다에 모여들었다. 작가도 그곳 해안에서 “우주복처럼 생긴 옷을 받아 옷 위에” 입고, 여러 장비를 갖춘 후, 기름을 걷어내는 작업에 동참했다. 촘촘히 앉은 사람들 틈에 섞여 “마치 아기 목욕 시키듯” 타르 덩이에 덮인 돌들을 구석구석 닦아주는 작가의 모습이 현장에 함께 있는 듯,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123만여 명이 봉사자로 참여해 위기를 극복하여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된 태안의 기적, 작가는 돌의 소곤거림을 듣는다.
“우리 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들었지.”
실제 상황과 돌을 인격화한 문학적 상상력이 접목되는 부분이다. 그 많은 사람이 곧 희망이다. 당시 여러 사정으로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독자로서 아쉬움이 남지만, 멀리서나마 응원의 마음을 보낸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한 사람의 힘은 위대하다.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은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생명 공동체임을 재인식하게 한다. 소재나 관념으로만 끝나지 않는 체험 또한 이 글의 덕목으로 공감대 확장에 기여한다.
〈산불〉무료 카지노 게임 작가는 해마다 심해지는 산불을 걱정한다. 울진과 고성무료 카지노 게임 산불이 일어났고, 호주 전역무료 카지노 게임 일어난 대규모 산불은 인명 피해와 더불어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했다. 작가는 “인간이 파괴한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여러 재앙들, 질병, 재해들이 너무나 크다.”라고 우려한다. 지옥 같은 산불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어린 캥거루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라고 하며, 인명 피해는 물론 수많은 동물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산불뿐인가. 권민정의 무료 카지노 게임에는 여러 동물이 등장한다. 〈야간 멧돼지 목욕탕〉에는 인간에게 내쫓긴 멧돼지의 애환이 있다. 멧돼지들이 자유롭게 목욕하고 풀 뜯어 먹으며 놀던 계곡을 없애고 인간들은 그 땅에 대단위 아파트를 지었다. 야생 동식물의 거주처를 빼앗고 인간의 집을 지은, 인간이 저지른 횡포다. 그런데도 갈 곳 없어진 멧돼지들은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고 사냥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다음엔 얼룩말 세로가 있다. 〈세로의 가출〉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자유를 일깨운다. 세로,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서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한 얼룩말이다. 아프리카 초원에서나 살아야 마땅할 얼룩말, 인간은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두고 즐긴다. 작가는 세로에서 더 나아가 제국주의 시대에 흑인을 대상으로 행했던 인간동물원을 떠올린다. 그리고 워킹맘 시절의 애환과 가출 소년으로 사유를 확장한다. 울타리 혹은 집이란 보호의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벗어나고픈 감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생명 주체는 탈주의 욕망을 느끼며 노마드적 자유가 그리워진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그저 편히 먹이를 받아먹으니 안락하기만 할까. 아니면 저 넓은 본향을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상괭이의 꿈〉에서처럼 그물에 잡힌 희귀돌고래 상괭이를 어시장 가판대에서 눈물 흘리게 하지 말고, 상처를 치료하여 자연 방류하는 것도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바다를 만드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차드무료 카지노 게임 온 소식〉무료 카지노 게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물과 연료 부족을 겪는 아프리카와 만난다. 작가는 아프리카에 대한 영화와 음악을 접하며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을 걷고 싶었고 그 멋진 모래 언덕”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그 꿈을 접는다. 대신 그 비용을 아프리카 차드에 ‘우물 파기 사업’을 돕는 재단에 기부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다.
당신은 초콜릿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입에 군침이 도는 달콤한 맛? 밸런타인데이? 권민정은 초콜릿을 보면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불법 아동노동 착취를 떠올린다. 〈내가 꿈꾸는 세상〉에서다. “그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손과 발이 잘려 죽은 다섯 살 난 딸의 손과 발을 보는 아버지가 보고 있는 사진”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한때 서구제국주의가 유색인종에게 가한 악행이다. 작가는 초콜릿 원료가 되는 카카오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착취당하는 어린아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서 작가가 꿈꾸는 것은 “힘센 존재와 약한 존재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다.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명애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은 힘없는 생명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무료 카지노 게임부터 시작될 것이다. 생명에 대한 연민이 이 세상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어도 그게 답인 것 같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세상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연민이야말로 이기심의 벽을 허무는 원천이 된다. 인간 생태와 자연 생태가 맞물리는 현실에서 사회무료 카지노 게임이나 생태무료 카지노 게임은 각론에서 미시적인 차이가 있지만 큰 줄기는 윤리적 공존이며 인류애와 생명애다.
4. 토포필리아, 그리고 환대에 대하여
무료 카지노 게임집 《돌의 기억》의 세계는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실존으로 대별되며 존재들은 유기적인 순환의 고리 안에서 유동한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제반 현상을 주목하되 소재 차용에만 그치지 않으며, 공동체적 통찰은 예리하되 심상은 따듯하게 개아(個我)의 성찰에 이름으로써 ‘무료 카지노 게임은 신변잡기’라는 인식을 불식한다. 인간과 사회의 공존과 상생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비판하되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대안을 모색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집에 제주도에 관한 작품이 꽤 여러 편 수록된 것도 이러한 가치관과 상통한다. 권민정에게 제주는 단순한 장소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이―푸 투안이 말한 것 같은 정서적 유대를 지닌 장소애로서 토포필리아(Topophilia)의 대상이다. 장소애는 장소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유대를 일컬으며 생물학적, 사회적, 개인적 가치를 지닌다. 권민정이 교감하는 제주에는 여러 색깔이 있다. 4·3사건과 난민 파란(波瀾)의 색이 있고 제주 할망의 색이 있고 자연의 색이 있다. 그곳에 스민 것은 사회와 인간과 자연이 면면히 이어온 역사의 색이다. 다음에서는 권민정의 지향과 무료 카지노 게임관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물론 식물과 동물, 무생물에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관계 맺고 있는 것들을 인격화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다정한 서술자’로서의 작가를 지향합니다.”(〈책을 내며〉)
“작가는 자기의 내면세계를 글로 말한다. 위선을 멀리하고, 진실을 향해 감행하는 깨달음의 도정(道程)이다. 특히 무료 카지노 게임은 더욱 진지한 자기 고백이다.”(〈진진묘〉)
“다정한 서술자” 권민정은 눈물을 흘린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직접적인 언표보다 문학적 장치를 통해 독자와 교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감정 과잉이 아니라면 진솔한 심경 토로가 더 심금을 울릴 때도 있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무료 카지노 게임관과도 통한다.
앞의 〈난쏘공〉이나 〈산불〉무료 카지노 게임 보여준 눈물 외에도, 긴 해외여행 후 귀국하여 우리의 “작은 호수 속무료 카지노 게임 빛나는 달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라거나, 어린아이가 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후엔 “주일 날 교회무료 카지노 게임 예배시간에 울음이 터져 흐느끼다가 잠시 이상한 경험을 했다.”라고도 한다. 그 영적 체험은 동시 〈밝은 곳으로 갔을까〉로 탄생한다.
이 동시에는 애도와 휴머니티가 있다. 세 살 아이와 십육 개월 정인이의 죽음에 이어 아홉 살 어린이가 또 부모 학대로 가방에 갇힌 채 숨졌다. 어린 생명들이 천상에서나마 전지전능하신 분의 따듯한 품에서 안식에 들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아이들의 지상천국은 어른의 몫이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현실, 주위의 상처 입은 존재들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 화자를 통한 동시 한편이 그 어떤 웅변보다도 깊은 울림을 주며 칼럼과 무료 카지노 게임의 경계를 희석한다. 이 외에 〈준이네 동네 애꾸는 고양이〉에서는 어린 준이를 빌린 동화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문학성을 확보한다. 모든 장르를 포섭할 수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유용함이다.
“인생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권민정은 음악이나 미술, 영화나 소설 등을 감상하며 풍부한 인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주거나 별과 매화를 사랑하고 여행기도 남기지만 특히 불우한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 크다. 장애아, 길 위를 떠도는 아이들, 한겨울에 가출해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얼어 죽은 아이, 아사(餓死)한 탈북 모자의 죽음에선 죄의식마저 느낀다. 작가는 재활원에서 봉사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지 않을까 조심하고,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중에도 늘 염두에 두는 건 고통받는 타자들이며 타인을 영접하는 ‘환대’이다.
“나그네 환대는 긍휼이며 타인의 고통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따라서 환대는 자기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나그네 환대에 관하여〉)
권민정 무료 카지노 게임의 정점에는 ‘환대’가 있다. 권민정은 “고통받는 타자에 대한 환대와 배려야말로 근대윤리학의 핵심이 돼야 한다”라는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을 신봉한다.
우리는 타자의 고통 앞에서 얼마나 함께 울어줄 수 있는가. 고단한 인생길에서 길을 찾는 인간은 영원히 서로가 환대해야 할 나그네일지 모른다. 응시와 포용이 있는 휴머니스트 무료 카지노 게임가의 환대가 가슴을 적신다. 억압과 착취와 차별이 없는 ‘너와 나’의 환대야말로 ‘우리’가 공존과 상생의 사회공동체와 에코토피아로 나아가는 원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권민정 무료 카지노 게임이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다.
민명자
2002년 《계간무료 카지노 게임》(무료 카지노 게임), 2007년 《문학마당》(평론) 등단. 제35회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 제10회 에세이문학 올해의 작품상, 제1회 유혜자 무료 카지노 게임문학상 대상 수상. 평론집 《김구용의 사상과 시의 지평》(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무료 카지노 게임집 《새벽 한 조각》 《가면과 거울의 이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