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렇지 않아 보이게
카지노 쿠폰집
섞일 잡 (雜) : 여러 가지, 다양한
글월 문 (文) : 글, 글쓰기
모을 집 (集) : 모음, 모아 놓은 것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카지노 쿠폰집을 하나씩 만드세요."
6개월 전, 글쓰기 강의에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왜인지 나는 '잡'이라는 한 글자에 발이 탁 걸렸다.
잡.
잡스럽다.
잡다하다.
잡탕.
잡것.
어째 어감이 하나같이 귀하지가 않다. 글의 제목에 '잡'을 붙이는 순간, 내 글은 본연의 맛을 잃은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품위가 흐르고 유려한 문장의 글을 원했다. 단어 하나하나가 제자리를 정확히 찾아 들어가고, 문장 끝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지만 여운은 긴 글. 제목만 봐도 클릭하고 싶어지고,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쭉쭉 그 글로 빨려 들어가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권유하신 '카지노 쿠폰집'이라는 촌스러운 이름 대신 그럴싸한 이름을 가져다 붙여봤다.
'순간포착'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
그러다어느 날, 작가의 서랍 속에 쌓인 글 뭉치들을 다시 훑어보다 문득 멈추게 되었다.
현타였다.
스스로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뭔가를 건져내야 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카지노 쿠폰 안 써진다.
쓰고 싶은데, 쓰고 싶지 않고
읽고 싶은데, 읽고 싶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잡' 조차도 써지지 않는다.
쓰고 싶지 않아도 쓰기는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일단은 영혼 없는 눈으로 커서를 깜빡이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커피 한잔을 내리고, 손을 씻은 다음 화이트머스크향이 나는 핸드크림을 손등끼리 마주 비벼 바른다. 손끝까지 바르면 키보드에묻으니까 조심하면서.
루틴은 매우 성실하다. 하지만 몇 줄 써지지 않는다. 결국 지금 이 글도 안 써지는 걸 안 써진다고 쓰는 카지노 쿠폰다.
아, 고백하고 나니 시원하다.
내 글이 카지노 쿠폰임을 인정하고 난 후, '카지노 쿠폰'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피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글을 쓰면서 처음부터 조리 있고 고상한 척을 하지 못 했으니까. 다만 이제는 그 앞에 '내'라는 단어를 붙여본다.
'내 카지노 쿠폰집'
잡스럽지만 내가 만든 유일한 무늬.
오늘은 이 잡스러운 무늬를 꼭 발행하고 말리라. 그렇게 하면 다음 주 연재일에 발행할 카지노 쿠폰을 줄줄이 써 내려갈 용기가 생길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