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가 남았다 (이동진, 2020)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헤매던 시절, 막막함을 벗어나고자 노트를 편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기 시작했다. 3일쯤 되던 날, 키워드 4개가 도출되었다. 음악, 영화, 소통, 그중에서도 감정 표현. MBTI 식 화법으로 설명하자면 지극히 F 감성 소유자인 나에게 알맞은 키워드들이 나열되었다. 글쓰기 실력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끄적이는 스스로가 멋있다고 생각하던 지난날. 생각나는 대로 무료 카지노 게임 심정을 블로그에 써 내려갔었고, 영화를 보고 캐릭터에 빠져들어 주인공의 필모를 전부 찾아보기도 했다. 하무료 카지노 게임 노래를 발견하고 심취하면 해당 카테고리의 음악들을 내 취향대로 나열하여 몇 날 며칠씩 듣곤 했다. 이런 행동의 이유들을 도출된 4개의 키워드가 설명해 주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성향을 파악하고 나니 이 분야의 넓이와 깊이에 대한 갈증과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앞서 바보같이 보낸 시간들에 대해 반성하며 방황에 대한 경계심을 갖췄기 때문에 명확한 목표 설정부터 결심했다. 영화, 음악, 책등. 문학을 사랑하는 인간 미장센 같은 사람이 있다. 각종 매체에서 등장하는 이 사람은 특유의 안정적인 톤과 겸손한 태도 그리고 다년간 농축된 지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뛰어난 언변을 갖춘 사람이며 나는 이 사람을 동경해왔다.
나의 경우엔 누군가를 동경하면 따라 하고 싶다. 그 대상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었다. 감사하게도 그는 유명한 애서가이며 집필한 책이 많았기에 내적 친밀감을 쌓을 기회가 이곳저곳에서 제공되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정체성이 담긴 작업실을 소개하는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라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도착한 책은 일반 책들에 비해 상당한 두께와 크기를 자랑했다. "역시 이동진...!" '파이아키아(Phæácĭa)'는 '스케리아'라고도 불렸던 고대 그리스의 섬 이름인데 이동진의 '무료 카지노 게임(Piarchia)'는 철자를 달리해 쓰고 있다. 원주율을 뜻하는 '파이(pi)'와 기록보관실을 의미하는 아카이브나 건축에 해당하는 아키텍처에서 가져온 'archi'에 국명 명사어미 'ia'를 결합했다고 한다. 특정한 규칙으로 수렴되지 않고 뻗어나가는 무한 공간의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는 그 공간과 공간을 채운 그의 수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 공간에는 책이 약 2만 7천 권, 음반 약 1만 장, 각종 싸인 포스터 및 물품, 예술작품 등 그가 수집해온 물품들로 가득하다. 사진과 함께 수집품마다 얽힌 사연들을 풀어주는데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집품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만큼 매니아틱한 수집품들이 즐비해 있고 그가 스스로 물품에 사연을 입혀 귀하게 둔갑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엠], [검은 사제들], [1987]까지. 유독 우산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 배우 강동원에게 우산을 들고 있는 연인 인물상을 구해 우산에 사인을 받는다던가, 유재석에게 직접 산 마이크를 가져가 사인을 받는다던가, [비트]에서 정우성의 애마로 출연했던 오토바이 혼다 CBR 미니어처를 구해 정우성에게 사인을 받는 등의 식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 신발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음악도 사랑하는 그는 핑크 플로이드와 관련된 수집품들을 어린아이처럼 들뜬 톤으로 설명한다. "가장 뿌듯한 수집품은 장도리와 벽돌인데 그들의 유명한 음반 The Wall의 메시지를 설명하기를 교육에서 전쟁까지, 인간성을 가두거나 나누고 또 묻어버리는 다양한 제도와 사건의 폭력을 벽에 빗대어 형상화했다. 그리고 그 벽을 부수는 장도리의 이미지 역시 공연에서 적극 활용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가 사인한 장도리를 어렵게 입수하고 기뻐 날뛰었는데, 세월이 흘러 닉 메이슨이 서명한 벽돌까지 결국 구해 그 두 수집품을 나란히 두게 되며 토르도 모를만한 짜릿함을 느꼈다."라고 책에서 말한다. 멋지지 않은가.. 정말 멋지지 않은가... 아티스트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결합하는 것. 손을 뻗어 이윽고 닿아버리는 집념. 멋진 성취라고 해야 할까? 그는 늘 이렇게 확실하게 살아온 듯하다. 그가 행복을 느끼는 주제, 분야, 취미까지 모든 게 멋져 보인다. 나도 멋지게 표현하고 싶다,,, 닮고 싶다! 나에게 이 책은 단순 수집품에 대한 소개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남다른 표현력, 세상을 깊고 넓게 바라보는 방법, 욕망에게 격식 있게 다가가는 방법, 자신의 업적을 남들에게 겸손하게 소개하는 방법 등 평생 배워도 모자를 판이다.
그는 책이 시작되는 작가의 말에서 수집과 '무료 카지노 게임(Piarchia)' 그리고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수집이란그 물건의 오랜 무료 카지노 게임에 내 무료 카지노 게임를 얹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눈 돌린 세게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한 뒤 그 세계에 나를 붙들어 매는 행위다.그러니까 무료 카지노 게임은 그 물건의 역사와 수집한 사람의 삶이 만나 뒤엉키는 순간에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파이아키아는 금광산이 아니라 유한한 시공간 속을 좌충우돌 떠다녔던 어느 인간의 절실한 감정이 복잡한 층위를 이룬 퇴적층이다.이제껏 내가 사랑해온 궤적이다."
"이 책을 써나가면서 동시에 내가 얼마나 많이 아이처럼 무언가를 흠모하고 동경해왔는지 개닫게 되었다. 삶이 얼마나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느꼈다.이 책은 내가 세상을 사랑한 증거다. 삶이 얼마나 놀라운지에 대한 고백이다."
나도 언젠가 빨간 안경을 구매한 뒤 거기에 이동진 사인을 받겠노라 다짐한다. 왜냐면 이동진이 말하고 있지 않나, 관심에서 팬심으로 팬심에서 덕질로 발전하고 결국 그 사람의 물품을 소집하기에 다다른다고. 자신의 신념과 방향이 확실한 사람. 우주에서 떨어진 무료 카지노 게임 뮤즈 이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