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해는 수녀원 뒤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박다이달로스는 마치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먼 곳을바라본다. 카지노 게임의 작은 손이 그녀의 얼굴을 흔든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그러나 그녀는 마치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는다.
저녁이 깊어질수록 북향이라 가뜩이나 추운 무허가집은 점점 더 스산해지고, 벽 틈 보로꾸 사이로 칼바람이 스며든다.바람은 쉴 새 없이 작은 틈을 찾는다.
박다이달로스는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카지노 게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지기 전에 이불을 바깥 변소에 내다놓아야지.’
하지만 손을 덜덜 떨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그 결심은 안개처럼 흩어진다. 어제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그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름은 그나마 안전한 계절이었다.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이불을 펴면, 카지노 게임와 함께 하룻밤을 피난처럼 보낼 수 있었다.
밤마다 돌아오는 남자 50(박다이달로스의 전남편)을 피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때는 그 피난이 간혹 웃음 섞인 모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는 텐트 안에서 별을 세고, 박다이달로스는 귀를 곤두세웠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이 바뀐다.
수도는 얼고, 바람은 창살처럼 몸을 찌른다.
무엇보다 밤이면 남자 50이 술이 되어돌아온다.
박다이달로스는 건넌방에서 이불을 덮은 채, 긴장을 삼킨다.
문을 잠그지만, 그가 술에 취해 돌아오면 잠금장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또 부수려 할 테니까.
그쯤 되면 모성애는 저만치 도망간다.
박다이달로스는 카지노 게임를 두고 혼자서 바깥 변소로 달아난다.
그곳은 잠시나마 몸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다.
그러나 숨을 고르고 나면 카지노 게임 생각이 떠오른다.
그제야 되돌아온 모성애에 의지해, 그녀는 변소 문을 살짝 열고 집 안의 기척을 살핀다.
카지노 게임도 알아서 숨었다.
그녀는 재빨리 카지노 게임를 낚아채듯 품에 안고, 다시 변소로 숨어든다.
좁은 공간, 싸늘한 공기, 퀴퀴한 냄새.
그러나 그곳은 그나마 안전하다.
그녀는 카지노 게임를 감싸 안고 매서운 바람을 막아서며, 또 한 번 같은 후회를 반복한다.
'낮에 이불을 내다놓았어야 했는데…….'
그 말은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작은 입김처럼 맴돌다 카지노 게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