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때의 감격을 위하여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걱정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카지노 게임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카지노 게임의 이유 / 김영하
작은 아들은 올해 초 부서이동 후 매일같이 야근을 밥먹듯이 하더니 말 그대로 파김치 직장인으로 변모하더군요. 4월 말에 다다라서는 막바지라며 남은 힘까지 쥐어짜더니 급기야 결막염까지 걸려 토끼눈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정말이지 안쓰러움이 극에 달했습니다. 드디어 마음의 족쇄를 푼 아들은 보상차원에서 5월 연휴가 다가오자 쌓여있던 연차를 얹어 천안에 있는 형과 일주일간 일본카지노 게임을 가겠다고 말하더군요. 말수 적은 형과 리액션 좋은 동생의 카지노 게임은 분명한 보완과 충전의 시간이 될 거라 생각이 들어 아이들만큼이나 기뻤습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도 아이들의 카지노 게임기간만큼 자유시간이 주워졌습니다. 은퇴 후 생활패턴이 함께하는 작은 아들의 출퇴근 시간대로 맞춰져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장기카지노 게임을 갈까 잠시 설렜지만 정말 잠시였습니다. 나이가 드니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카지노 게임의 설렘보다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아직도 보름이나 남은 엘리베이터 공사로 인한 계단이용의 불편함이 스멀스멀 타협의 틈새로 대두되었습니다. 계단이용이 운동이라는 생각보다외출 후 남은 기운을 더 짜내야 하는 장벽처럼 암담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우리는 비어있는 큰 아이의 천안집을 거점으로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계단 탈출카지노 게임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일주일간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을 생각에 신이 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4일째 되던 날 '그냥 집으로 가자'라고 외쳤습니다. 그리웠기 때문이지요.
익숙한 침대, 익숙한 화장실, 익숙한 부엌, 익숙한 베란다, 익숙한 계..... 단??
남편은 애무하듯 집안을 둘러보며 한판승을 선언하는 유도심판처럼 '우리 집이 제일 좋다!' 며 외쳤습니다. 저는 서둘러 짐을 풀었고 부엌으로 이동해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익숙한 부엌에서 따뜻한 저녁을 준비해 마주한 식탁에서 남편은 외식보다 더 맛있다고 좋아합니다. 푸근한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나이 들면 왜 카지노 게임을 내켜하지 않는 걸까요. 다른 말로 집이 좋다는 의미는 행동반경 내에 모든 것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란 것을 이번 카지노 게임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가장 안전한 환경과 내가 선호하는 물품이 편리하게 갖춰져 있는 공간을 떠나기 싫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의존적인 삶이 아니라는 독립성과도 연관됩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만족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 3박 이상 카지노 게임은 못하겠다고 웃으며 결론을 지었습니다. 아이들도 집이 그립다고 카톡이 오더군요. 박완서작가님은 내 집에 돌아올 때의 감격을 위해 카지노 게임을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집은 편안한 만큼 헌 옷처럼 시들하기가 십상인데 그 헌 옷을 새 옷으로 만드는 데는 카지노 게임이 그만이라고요.
카지노 게임은 의무로 꽉 찬 현실에서 잠시나마 달아나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그로 인한 일탈의 보상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카지노 게임의 장점은 많겠지만 저는 현실감각을 키우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회귀가 주는 타협 없는 감정훈련이랄까요. 생활반경에서 잠시 떨어진 카지노 게임지에서 조용히 사색하게 되면서 우리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진단하고 스스로의 관찰자 시선이 됩니다.
타지에서 우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내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심각한 질문을 무심히 던지게 됩니다. 자아성찰과도 같은 그 시간은 가치 있는 시간입니다. 나답게 만들어가는 시간인 셈이지요. 결국 내 공간에서 결론을 봐야 할 사안들인 것입니다.
저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찾아내는 자신만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세상 그 무엇도 가슴 안에 제대로 담아낼 수 없을 테니까요.
아래는 산책하듯 다녀온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