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그러기를
"어째 그리 애들을 이뻐하냐?"
"나는 너희 낳았을 때 사는 게 고달파 그랬는지, 잘 몰랐단다."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내 아이들뿐 아니라 남의 집 애들인 제자들을 많이 이뻐하는 것이 조금 별나다고 여기시며 하신 말씀이다.
그런 것도 같다. 오래전 동료인지 선배인지 누군가로부터 아이들은 겉으로 이뻐하기보다 속으로 이뻐해야 한다고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까지? 하며 속으로반문하며 입을 닫았었다. 힘들게 하는 아이로속이 어지간히 썩을 때는모든게 겉으로 이뻐한 내 탓인가 싶기도했다.
이제 카지노 게임을 가끔만 볼 수 있다. 이곳저곳 강사로 나갈때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한 학교에 강사로 나간 적이 있다. 키가 180에 가까운 사내아이들, 귀걸이를 대롱대롱 단 170에 가까운 여자애! 6학년이라기엔 너무나 순수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즐거웠다. 물론 통제가 어려워 인상을 쓸 만큼 자제가 안 되는 아이가 한 둘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카지노 게임 게 요즘현실이다. 몇몇 학교에선 영어로 질문하면 망설임없이 영어로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알파벳도 다 못쓰는 아이들이 꽤 있어 많이 안타까웠다. 밤늦게까지 준비한 게임 피피티가 아이들의 실력저조로 스피드가 생기지 않아 맥없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내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을 만큼 순수했다. 원어민과도 수업논의가 잘될 뿐 아니라 많은 사적인 얘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영어사용이 좋아 무의식 중에 영어를 말하려는 의욕이 솟아올랐다.
마지막 날 쉬는 시간, 카지노 게임은 교실로 돌아갈 생각을하지 않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조르며 저희들끼리 줄을 서라고 소리쳤다. 딸들에게 카지노 게임 사진을 보여주며한 번 더 추억했었다.
며칠 전, 학교로부터 2월에 하루만 그 애들을 다시 만나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반갑고 기뻤다. 그날이면 아이들이 졸업식을 하루 이틀 앞둔 날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축하해주고 싶어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22명씩 5개 반! 충분하다.
아! 카드를 만드는 시기면 언제나 준서가 떠오른다. 지금 고2가 되는 박준서. 아이는 일기글을 매우 근사하게 써,나는 아이의 글을 모두에게 읽어주곤 했다.(물론 양해를 얻어서)문학적소양의 어머니와타고난 감성이 더해 글짓기가 매우 뛰어난 아이였다. 아는 작가친구를 통해 프랑스아이들 교재의 번역본에 준서의 글 한 편이 실리는 일에 다리를놓은 적이 있었다.
맞다. 그 준서가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나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주었었다. 거기에 작은 깨알 글씨로 너 말이야 ~하며 있었던 일 년간의 추억과 내 바람등을 적다 보면 작은 종이 두 면이 빠듯했다. 누구에게 라는 말 앞에는 아이를 추억하는 내 방식의 설명말을 덧붙였다.
"하루도 공없인 살 수 없는 민준에게"
처럼말이다.
준서가 우리 반이었던 해,크리스마스 전날이었다. 모두 제 카드를 들고 일어서거나앉은 채로 카드 내용을 읽기 삼매경이었다.
"아, 이거 너무 멋진데! 이거 정말 멋져요. 선생님!" 하며 자신의 카드에 코를 박고 읽는 반 친구들을 둘러보며 내지른 말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한 반의 카지노 게임이 하나의 마음으로 그런 분 위기 속에 있을 때 그 느낌은 참 뭐라 설명할 수없이 벅차고 황홀하다.
자, 어서 용지부터 찾아 매수를 확인하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집에 있던 두꺼운 색 A4용지를 반으로 잘라 카드를 만드니 얼추 120여 장이 나온다. 옳거니! 일단 수량확보. 그림도구로붓펜 쓰다 남은 것들을 모두 다 챙겨보자. 세 자루가 나온다. 바로두 해 거른 카드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다. 20초에 하나씩, 하루 20개 정도 만들어보자 마음먹었다. 붓펜만으로 그림을 간단히 그려주는 것은 내가 가진 특기 중 하나라 별로 어렵지 않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그냥 다양한 일러스트 이미지를 흉내 내면 된다.
나는 늘 직업병으로 그들을 자극했었다.
"공부 열심히 해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라."
"알파벳을 모르면 되겠냐! 글자는 쓰는 거지 그리는 건 아니지."
"공부가 아닌 것 같으면 빨리 방향을 바꿔라."
"공부는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거 절대 아니다.'
"학원 다니기에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사용하지 마라."
"학원을 계속 다닐지 아닐지 지표가 될만한 질문들을 말해주마." 이런 식이었다.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지금의 공부를 '찰흙으로 쓸모 있는 것 만들기' 시간,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에 비유하며 공부타령을 해왔다. 쓸모를 고려하지 않고 굳어진 찰흙은 돌이키기 힘들어 포기하기가 쉽다며 말이다.
생각해 보면 애들을 향한 조바심은 그들의 부모 못지않아 늘 과한 군소리를 달고 살았던 것같다.
한 달여간 만난 교과선생으로서 아이 개개인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기에 카드안내용을 무엇으로 채울까고민이 되었다.
망설이는 사이 마침 이거다!싶은 한 편의 시를 찾았다.
이 시 한 편으로 공부압박에 치이는 그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궁금하다.
달팽이 생각
김원각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 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부디 무탈하고 건강하기를!
부디 슬기롭게 세상을 잘 헤쳐나가기를!
나름대로! 세상 모든 것의 이름으로, 꿋꿋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