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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Mar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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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엄마

신학기 첫날 이렇게나 많은 눈이 내리다니! 눈송이가 크지는 않지만 북한산 산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0여분을 걸어 집 주변의 학교에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며칠 전 급히 연락받은 이 학교에는 퇴직 후 자주 왔었고 수업경감 지원으로 한 달 내내 다녔던 학교다.


계약서범죄조회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남는 시간 도서실에 들러 단편소설 한 편을 읽으니 때마침 2교시를 마치는 종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도착한 반의 담임선생님은 아주 젊은 아가씨로도 보였지만 초등학교 입학하는 사내아이를 가진 학부모였고, 그녀는 아이의 입학식에 가려 조퇴를 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 나는 아이 입학식에 가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세대차를 느끼는 사이 잠시 아이들을 둘러보니 이제 3학년이라 학교가 낯설지 않을 아이들이 제법 소란하다. 십여 년 전부터 느끼는 바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신학기 첫날 갖는 긴장감은 교실을 들어서 자기 자리를 찾는 잠깐보일 뿐이다. 같은 반에서 올라온 친구들도 있고 지나가는 아이게게 넌 몇 반이 되었느냐고 물으러 뛰어나가기도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도 한다. 굳은 자세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살피는 긴장감을 갖는 아이는 몇 되지 않는다.


시작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제 자리를 찾아 앉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중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아이들도 있다. 책상에 코를 박고 이전의 학습지에 끙끙대는 얼굴색을 보이는 아이도 있다. 일단 이 편차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다음을 진행할까 아주 잠깐 망설였다.


담임교사의 안내가 없이도 사실 내 정도의 경력으로는 할 일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전에 자리를 비운 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과 연락도 안돼 컴퓨터와 책도 없는 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쳐야 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업을 이끌어갈 요령이 있다. 영어는 일단 소리를 들려줘야 하니 내 목을 온전히 써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일단 교실의 악어를 잡자!부터 말이다. 처음엔 악어? 하고 갸우뚱하지만 두 팔을 이용해 악어입을 표현하고 잠시 기다리면 답을 찾는 아이들이다. 안전을 위해정리가필요한지,교실크기에 사람의 숫자를 집과 비교해주면 이해를 쉽게 한다. 실제로 걷거나 뛰다가 벌어진 가방사이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는 경우를 과장해서 연기를 하면 서둘러 가방을 채우고 바로 걸어준다.


악어를 잡고 책상을 둘러보니 이전 시간 한 안내 학습지를 시작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여럿 보인다. 방법을 제시하려바구니를 사용하려고 하니 아이가 그것은 쓰면 안 된다고 일러준다. 담임선생님의 안내를 기억한 모양이다. 영어교과선생을 십여 년 한 나는 나도 모르게 수시로 영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거 아니에요"라는 한 아이의 지적에 짧은 쏘리나 오 리얼리? 하고 대꾸를 하는 순간 "선생님 영어 잘해요?"

이들도 한국인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은 참 여지없이 크다. 최근에 깨달은 것인데 영어교사를 그만둔 지가 꽤 되지만 영어로 늘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어 되레 영어가 훨씬 늘었다. 그리고 언어의 습득은 일정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 넓은 계단오르는것과 같이 어느 순간,한 층 올라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한 에 머무르는 동안 실망은 성급한 판단이란 걸 깨달았다. 여하튼!

"그렇다"라고 영어로 대답하며 프랑스어도 좀 한다고 말하자, 이내 박수를 치고 어서해보라고 한다. 귀엽기가 그지없다. 한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만나서 반갑고 내 이름은 000이야, 네 이름은 뭐니? 하고 프랑스어말하짧은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다.

이즈음에서 멈춰야 하지. 담임의 당부인 학습지가 어른의 눈에는 5분이면 되겠다 싶지만 이 아이들 중엔 종일 붙잡을 태세를 보이는 애들도 있으니 말이다, 싶었다. 그런데 덩치가 제법 큰 남자아이의 말에 그러지 못했다.

"선생님,저 영어 잘해요. 고등학교 책도 읽어봤어요. 선생님은 얼마나 영어공부했어요? 전 6년은 했거든요. 얼마 전 수능 시험지도 풀어봤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아이가 수능 부분을 빼고는 모두 영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사담의 시간이었다면 계속 이어 나갔겠지만 다른 아이들이 보여주는 거리감을 눈치채지 못할 내가 아니.

그리고 또 한 번 놀란 것은 바로 옆에서 거든 한 여자아이의 말 때문이었다.

"저도 영어 문법 공부해요. 못하면 엄마한테 매 맞아요."라고 인상을 쓰고 말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욕이 나왔다(나 요즘 왜 이러지!) '이런 미친!"이라고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입에서 수능이니 문법이니 한숨을 천천히 쉬었다. 참, 왜들 이러는 걸까?

"이야, 진짜 고생이 많겠는데." 섣불리 그러지 마시라고 해라, 거들기도 못한다. 하루 임시교사의 말이 문제가 되게 둘 수도 없고 마음이 답답한 채 수업을 이어갔다. 영어가 입에 붙어 곤란한 일을 만든 내 실수를 반성했다. 잘난 척하기 바쁜 남자아이와 호기심에 가득 차 질문을 퍼붓는 다른 남자아이를 진정시키고 학습활동을 다시 진행했다. 역시 또 아이들이다. 빠르게 앞의 일은 잊고 색칠하고 풀 바르고 도와달라고 곁으로 오는 일로 나아갔다.





교실에서 교사만이 갖는 유일한 기쁨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있다.

배움에 대해 공감할 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고 이해할 때 느끼는 그 공간의 황홀함과 공기! 오래 전 언젠가, 실과시간 빨래를 빠르게 개는 방법을 잘 아는 아이(다른 공부는 너무 걱정되는)가 나 대신 시범을 보이고 다 같이 3초 컷에 도전하고 모두가 성공했을 때 나는 아이들이 만드는 기적을 본 것같이 황홀했다. 본인이 선생님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진 남자아이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배움이 일어나는 교실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른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데 마음이나 신체는 따라주지 않는 불일치와 배움의 기쁨을 빼앗아간 선행학습의 피해를 교실에서 실감한다. 학교나 교실이 가져야만 하는 그 순간들을 망가뜨린 학부모의 조바심과 이기심 그리고 사회가 방치한 선행학습의 사교육 시장이 정말 원망스럽고 어리석게 생각된다.(이런 말을 수시로 했던 나는 아이들 부모 중 사교육시장에 계신 분들도 있을 거라 늘 토를 달고 양해를 구하지만 말이다.)


올해 딸아이는 결혼과 함께 주소지를 따라 전근을 간 학교에 첫 출근을 했다. 하루 종일 딸아이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였다. 첫날은 대체로 아주 정신이 없을 것임을 잘 알기에 오후 늦게까지 기다리다 카톡을 보냈다. 50여명의 전입생 탓에 출석번호에 혼선이 많았었다는 메시지를 보니 이미 퇴근 시간을 넘6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허! 딸뿐 아니라 학교 전부가 수고가 많으셨겠다 싶은 공감을 했다. 종일 내일을 준비할 새 없이 회의가 있었다는 불평섞인 메세지에 그럴 테지! 하며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새 메세지에 정말 진심으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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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까지 한 딸을 두고도 첫날 담임선생님의 이모저모를 묻는 엄마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나를 본다.


어제 갔었던 학교의 아이들은 이전에 카드를 건네었던 학교의 후배들이다. 전반적으로 학습 습관이 잘 안 되어 있다고 알려진 아이들이고 부모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이전에 영어선생님으로 만난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서며 환대를 하고 오늘은 왜 과학을 가르치냐고 묻는다. 반갑고 기쁘다. 그리고 온도와 관련된 첫 수업은 누구도 딴짓하지 않으며 오랜만의 가르침과 배움의 황홀한 시간을 선사했다. 오늘은 도덕을 가르치기 위해 간다. 이전에 영어가 싫다며 입 내밀고 도리질하던 아이가 있는 6학년 무료 카지노 게임을 만난다. 그 무료 카지노 게임오늘의 도덕 주제를 좋아할 것이다. 영어가 얼마나 거북한 지 네 마음을 이해한다고 따로 말을 건넨 후 아이는 내게 마음을 열었다. 그런 반항심이 있는 아이는 대체로 매력적인 학생인 것을 나도 알기 때문이다.

트롤리 딜레마에 관해 아이들과 어떤 생각들이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오늘도 그 멋진 순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어서 아침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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