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돈 쓰는 재미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재산이 천만원인 사람은 십만원 짜리 쇼핑을 해도 만족감이 크겠지만, 재산이 1조인 사람은 십만원 짜리 제품에 감흥이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100만원 짜리 연필을 만들고 천만원 짜리 만년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고, 나는 더더욱 부자가 아니다. 그러니 내가 부자가 되지 않는 한 명품을 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대학에 가니 주변에 명품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스카이 대학 반 이상이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고 하니, 좋은 대학에 부자가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명품을 갖고 싶어졌고, 짝퉁을 산 적이 있다. 뭐 대단한 물품을 짝퉁으로 산 건 아니었다. 짝퉁을 사면서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었다. 대놓고 드러내기 위해 사고 싶은게아니라, 명품을 두르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벨트와 타이를 짝퉁으로 샀다. 소심하게 말이다. 그래놓고 많이 입지도 못했다. 짝퉁을 입는 내 모습이 바보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면 그때 진짜를 사자고 생각했다.
취직을 했지만 돈을 잘 벌지 못했다. 멍청이처럼 돈 많이 주는 곳에 가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광고대행사에 갔기 때문이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 였지만 연봉이 3천 초반대였다. 광고대행사는 모두 박봉이다. 막상 광고대행사에 들어가니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취직을 하라는 압박을 못견뎌 취직은 하면서도 예술을 하고 싶어 찾은게 광고대행사였고, 광고는 예술이 아니었다. 그걸 인턴할때 알아차리지,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되니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는 좋은 옷을 샀다. 그렇다고 명품을 산 건 아니다. 대학 때에는 빈티지 샵에서 누군가가 입었던 리바이스를 샀다면, 취직을 한 후에는 현대백화점에서 리바이스를 샀을 뿐이다. 문제는 차가 눈에 들어온다는 거였다.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한 동기들은 외제차를 뽑기 시작했다. 나도 좋은 차를 타고싶었다. 좋은 차를 살까 말까를 3년을 고민하다가 회사를 그만둘거면 사지 말자는 생각에 관뒀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가진 것처럼 보이고 싶은 것은 허영심이다. 나도 허영심이 있는 한낱 인간이었을 뿐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나의 삶에 만족을 못하니 자꾸 다른 걸로 보상을 얻으려고 한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감독이 되기로 마음먹고 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면서부터 씻은듯이 허영심이 사라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효능감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줬다. 내가 다 떨어진 저가 브랜드 스웨터를 입고 20년된 차를 타고 다녀도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감독이다. 그거 하나로 충분했다.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광고대행사 AE 보다, 소나타 2세대를 타고 다니는 무료 카지노 게임감독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펜을 찾다가 짝퉁을 보고 솔깃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왜 내가 이것에 혹하는 거지? 내가 스스로 무료 카지노 게임감독이라는 자각을 잃어가는구나.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가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 왔다. 그게 만족이 안 될 때마다 허영심이 발현되었다. 부모님때문에 내가 원하는 전공을 하지 못했기에 대학교에서 허영심이 발휘되었고,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공한 과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과였고, 회사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게 별로 소용이 없었다. 남의 가치판단보다 스스로의 가치판단이 훨씬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 가치를 미천하다고 생각하니 자꾸 다른 걸로 충족하려고 하는 거다. 그러던 사람이 무료 카지노 게임를 못하고 있으니, 이상한 것에 혹하는 거지. 어떻게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할까. 최선을 다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더이상 집착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효능감을 느껴보라고 나를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까. 짝퉁이나 쓰는 짝퉁 인간이 되기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