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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Apr 02. 2025

카지노 쿠폰과 현실

생각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기 때문에 항상 더 나은 상황을 바라게 된다. 그러니 자신이 꿈꾸던 그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기가 그림으로 그렸던 똑같은 집에 살면서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의 배우자와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원했던 것은 이것이 아니라며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생각대로 살아보고자 한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가능에 도전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울하고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쫗을 수 없는 이상을 쫓는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적 안정이다. 나는 본인이 경제적으로 안정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살면서 만나본 적이 없다. 상대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상관 없었다. 자신은 결사코 안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80억짜리 집에 살고 2억짜리 차를 타는 사람도 그랬다. 자산은 모두 부동산에 묶여있고 애들 학원비랑 생활비 쓰고 나면 저축할 돈이 없다며 경제적 안정을 꿈꿨다. 집을 팔고 40억짜리 집에 들어가서 40억으로 경제적 안정을 충분히 누리면서 살라고 말해봤자,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모두가 경제적 안정을 꿈꾸고 살지만, 경제적 안정이라는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되고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동경하는 사람이 있고, 롤모델로 삼는 이가 있다. 그 사람이 된다고 해서 본인이 행복해질거라 가정하지,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아무리 노력해봐자 그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을 아는데도 그냥 한다. 그래서 가면을 쓰고, 본인이 아닌 누군가를 연기한다. 그래서 본인이 꿈에도 그리던 찬사를 들으면, 본인이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짧은 승리의 감정을 만끽한다. 찬사도 한 두번 들으면 지겨워지는 법, 자신이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사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내 진정한 자아는 이게 아닌데, 난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할까? 그렇게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그 사람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라며 또 환상을 쫓는다. 실제 그 사람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한낱 인간일 뿐인데, 본인이 되고 싶은 그는 이미 신격화 되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다. 허상에 불과하다.


모두 내 얘기다. 내가 그렇다. 오랜만에 나를 만난 사람은 모두가 놀란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에. 나는 굉장히 오랫동안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그것을 벗어던지는 것에는 굉장한 시련과 시간이 들었다. 내가 만약 독립장편으로 성공했다면, 코로나가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살 수도 있다. 내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기에, 내가 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할 계기가 되었고,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면을 벗어던졌다.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허영심이다.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 나보다 더 돈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같은 부질없지만 뿌리칠수 없는 것들. 그것들을 떨쳐내고 오롯이 나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오히려 나는 허영심이 있던 시절이 훨씬 행복했던 것 같다.


죽음을 직시하고 언제나 불시에 죽을 것을 알고 살아가는 강한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나는 여전히 죽음을 회피하고 영원히 살 것 처럼 행동한다. 모든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예술의 일부로 지금 내가 겪는 시련조차 나중에 작품으로 승화될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좋은 일자리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화를 포기하고 싶다. 카지노 쿠폰이 무슨 소용인가. 내가 몸에 문신으로 새겨둔 카지노 쿠폰이 결국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인가. 깨어있다고 뭐라 달라지나. 진실에 눈과 귀를 닫고 알고리즘이 데려가는대로 생각없이 쇼츠나 보며 살아가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과연 더 행복할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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