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 Feb 22. 2025

020 서평 쓰기

<길 위의 뇌, 정세희

정세희 님은 제가 요즘 빠져 있는 정희원이라는 노년내과 의사의 채널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정희원 님의 채널에서 종종 책과 작가를 소개하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어느 날은 정세희 님의 책이 소개되어 채널에 게스트로 나오셨거든요. 저는 정희원 님과 정세희 님의 언어를 좋아합니다. 두 분 모두 철저한 연구자(혹은 광의의 과학자)의 언어를 사용하시기 때문입니다. 무릇 연구자란 확언이나 단언은 하지 않습니다. 어느 상황에나 적용되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100프로 장담하기를 경계하며 근거와 실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나아가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에 위배되는 낭설을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정세희 님의 글이 그래서 좋았습니다. 단지 ‘내가 달리기를 하니 기분이 좋더라, 그러니 당신도 해라‘라는 식의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재활의학과 의사이자 러너로 살면서 읽고, 보고, 경험한 일들을 근거로 어째서 달리기가 필요한지 조목조목 설명해 주어 속 시원했습니다. 때로는 글의 많은 부분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로서의 답답함도 깊이 느껴졌습니다. 본인의 질병은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의사가 마법처럼 약이나 뚝딱 지어주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표카지노 게임 모습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의사는 아니지만 미성년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배우는 일도 자신의 노력이 우선되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인데 학부모님들은 선생에게 무슨 묘수라도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거든요.


의사로서 팩폭을 날리는 부분도 정말 속 시원하지만 러너로서의 경험을 적은 에피소드도 좋았습니다. 특히 세계 6대 마라톤 중 하나인 시카고 마라톤에 출전한 이야기를 담은 부분은 제게 새로운 꿈을 심어 주기도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도쿄 마라톤을 시작으로 꼭 세계 6대 마라톤에 모두 출전하고 말겠다는 새로운 꿈을요. 물론 국내에서 풀코스를 완주카지노 게임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요.


최근 달리기에 재미를 붙인 러너로서 제게는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특히 같은 말이 너무 여러 번 반복되는 점이 책의 완성도를 깎아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담은 글이 여러 편 실려 있어 불필요하게 페이지가 늘어났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인간의 몸은 수렵 채집인으로서 진화했고, 오래 달리기에 특화되어 있다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하죠.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내용인 것은 알겠으나 단 한 번의 글로 주장해도 좋을 내용을 여러 편의 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여 읽는 이의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심지어 <중년이 되면 책임질 것은 얼굴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중년은 묘한 시기다”라는 문장이 단 한 페이지 간격으로 두 번 등장합니다. 중요한 문장이라고 여겼다면 글의 시작과 마지막에 배치하여 똑같은 말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된다는 인상을 지웠어야 했습니다. 너무 짧은 간격 내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이 연달아 등장카지노 게임 일은 글쓴이가 퇴고에 힘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책의 퇴고와 편집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 책이지만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자신의 건강을 과신카지노 게임 아직은 사지 멀쩡한 청년과 중장년, 건강해지는 길에 영양제와 같은 간편한 답이 있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성급한 현대인, 치매는 유전 질환이니 내가 어떻게 살아도 미래의 질병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믿는 우리 엄마까지. 정말 모두가 읽고 정신 차렸으면 카지노 게임 바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카지노 게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