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그리고 울룰루
카지노 게임 세우기를 좋아한다.하루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어떻게 보낼지 정해두어야 마음이 놓인다. 다 하지도 못할 거면서, 스케줄러에시간 별로 할 일을 적는다. 들춰보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혹시 놓칠까 봐 메모를 해둔다. 달력에 일정을 적어두고, 휴대폰 캘린더에는 그날의 할 일 체크리스트가 여러 개다.미리 준비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우당탕탕 들이닥치고,급하게 해결하느라 허둥대는상황을 싫어한다. 즉흥적인 일을 할 때면재미와 스릴보다는 우왕좌왕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당신이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그런 내가, 버킷리스트를 생각하자마자 떠오른 것은엉뚱하게도 에펠탑 야경과 울룰루였다. 이곳은언젠가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단, 조건이 있다. 치밀하게 카지노 게임을 세우지 않아야 한다.인터넷을 검색한 뒤, 갈 수 있는날짜를 무작정 정한다.출발 전날에는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가방을 꾸린다. 작은 가방에 블루투스 키보드와 충전기, 노트와 펜을 따로 담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담을 텀블러도 잊지 않는다.꼭 둘러보아야 할 곳, 추천 맛집을알아보지 않고,설렘만 꼭 품은 채 일상을 벗어나는 거다. 여행 가방에 이것저것 꾸리지 않는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즐기는 거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지만.)
에펠탑 야경에 대한 낭만이 있다.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면풍경을 살피면서 눈과 마음에 그곳을 담을 거다.야경을 보면서 멍하니 서 있어본다. 한때 흉물이라고 눈총을 받았던에펠탑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카지노 게임.
호주의 울룰루에 가고 카지노 게임. 거대한 바위산,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곳. 크고 웅장한 것보다 작고 소소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왠지 울룰루에 가면 두근거릴 것 같다.세 음절에 'ㄹ'이 4개나 들어가서 발음해 보면 또르르 물소리가 나는 듯한그곳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울루루 주변을 한 바퀴 거닐며 풍경에 폭 빠져보고 카지노 게임.
서른 살에 스페인에갔다. 거기서도 J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시간 내에 카지노 게임한 것을 돌아보느라 안달하고 끙끙대기도 했고, 여행을 즐기기보다는서둘러 집에 갈 날을 손꼽아보기도했다.지나고 보니, 그때가 그립다.낯설고 어두운 곳에서 헤매는 동안숙소에 가는 버스를 놓칠까 봐 왈칵 겁이 났던 것도, 낯을 많이 가리는 내가 처음 만난 사람과 서툰 영어를 주고받으며 그라나다를 돌아다녔던 것도, 십만 원이 넘는 음식을 큰맘 먹고 주문했는데 입에 맞지 않아 몇 숟가락을꾸역꾸역 먹었던 것도. 그게 다추억이고 멋이지.불편하고 아쉬웠던 것들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건 시간이 주는 마법 덕분이다.언젠가 가게 될 프랑스와 호주에서는 불평과 짜증 대신 웃음과 여유로 보내자고 마음먹어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에펠탑과 울룰루를 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어떤 것을 할 때목적과 필요성이충분해야 납득하고 움직이는 편인데, 12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 무작정 가고 싶다니 이상하기도 하다.어쩌면 카지노 게임과 즉흥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을 맞추는 중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촘촘한일정을 정해서따라갔으니, 이번에는 충동적으로 움직여 보자고 말이다.
지금 할 수 없는 일, 손에 닿지 않는 막연한 일이라 여기고 상상만 했던 일.카지노 게임 가는 대로 움직였는데 막상 해보니기대와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단순하고 가볍게 시도해보고 카지노 게임. 어쩌면 기대보다 훨씬 멋질지도 모른다.
카지노 게임 여행을 원한다면, 일단 가까운 옆 도시부터시작하면 될 텐데, 이러저러한 핑계를 떠올리며 자꾸 망설인다. 날씨가 춥고, 버스 시간이 애매하고, 지금은 방학이고 등등 핑곗거리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 주저하고 머뭇거리면서 조금씩 끌리는 쪽으로 가면 되지, 뭐. 그렇게 천천히, 충동적으로 움직일 나를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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