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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항아리 May 04. 2025

6인분 카지노 게임 이것도 따라 하지 마세요

카지노 게임가 뭔지 파스타가 뭔지 자꾸 들어도 헷갈리는 나. 카지노 게임를 삶아도 끓여도 적응이 안 된다. 라면도 늘 흥건한 물에 맛없게 되는데 그 보다 레벨이 높은 카지노 게임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여섯 식구의 밥을 책임지는 주부 아니던가.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우선은 닥치고 보는 것이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니. 후회는 먹는 이의 마음에 달렸느니. 먹고 나서 성에 안 차면 다음번엔 절대 카지노 게임를 나에게 만들어달라 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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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냄비 두 배 높이의 높은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올렸다.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기에 면을 넣었다. 기포는 분명 끓기 시작하는 신호였다. 6인이 먹을 것이니 6인분 면을 투하. 물이 갑자기 활동을 멈추었다. 면은 분명 끓는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미지근한 물에서 온천욕을 하는 것처럼 느긋하기만 하다. 남들이 하는 양 면을 예쁘게 회오리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뒤적여 보기도 했다. 이것이 빨리 끓게 하는 비결이라도 되는 양 숟가락질에 혼신의 힘을 모아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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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잠수를 준비하더니 스르르 온천수 안으로 입수를 시작했다. 서서히 가라앉는 누런 면. 한참 후 다행히도 물은 끓기 시작했다. 하얀 거품이 올라오며 면 색깔이 바뀌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전기레인지 사양이 6인분 면을 삶을 기력이 안 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끔 짜파게티를 두 개 끓이면 부글부글 끓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기는 했다.

다른 전기 레인지 하나에는 카지노 게임 소스를 준비한다. 원팬으로 하면 좋겠지만 양이 양인지라 면 따로 양념 따로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납작한 팬에 토마토홀 400g 캔을 하나 넣고 물을 400g 넣는다. 파와 양송이버섯을 넣고 시판 로제 소스 200g 넣는다. 물을 200g 더 넣는다. 푹 끓인다. 된장국 같다. 물이 보글보글 끓는다. 면도 보글보글 끓는다. 면을 분명 10분 타이머 해 놓았는데 타이머가 안 눌렸나? 대충 면을 건진다. 양이 많아 채반 하나를 가득 채운다. 다행히 넘치지는 않았다.

면을 건져놓고 가만 생각하니 소스에 간을 안 했다. 소금, 설탕, 간장, 후추, 버터 대충 넣고 면도 같이 넣었다. 원팬도 하는데 이쯤이야. 다행스럽게도 넘치지는 않았으나 넘칠 것 같다. 면이 산이 되었다. 곰솥냄비를 들고 와 옮겼다. 이 정도 냄비 바꿔치기야 늘 있는 일이다. 냄비에 안착한 면이 위용을 드러낸다. 카지노 게임가 아니라 국수의 자태를 뽐낸다. 희멀겋다. 병에 남아있던 소스를 마저 부었다. 어쩐지 한 번에 다 쓰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리더니 그 솥에 다 부어주라는 뜻이었나 보다.

소스를 더 부었으나 카지노 게임로 바뀌지 않는 국수와 같은 면요리를 계속 뒤적였다. 소스를 면 위로 올리며 면에 소스가 스며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면은 계속 하얀색을 유지했고 불어 갔으며 바닥에 눌어붓기 시작했다. 벌건 국물은 줄어들 생각을 안 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의지의 한국인 주부.


할 수 있다.


넓은 그릇에 집게로 면을 담았다. 국자로 퍼야 할까 고민되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6개의 그릇에 집게로 면을 담았다. 그중 4개는 우동 그릇이었다. 담으면서 생각해 보니 식구 중 한 명은 점심을 먹고 왔다. 중간고사 끝남을 축하하며 학원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왔다는 것이다. 그럼 이 많은 것을 다섯 명이서 나눠 먹어야겠군. 면을 더 배분했다. 힘이 없는 면들이 집게에 다 딸려오지 못하고 국물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국자를 들고 비장의 국물 푸기. 한 국자 가득 퍼서 면 위에 살포시 끼얹었다. 또 한 국자 가득 면 위에 뿌렸다. 오~ 비주얼은 얼추 괜찮다.


마지막으로 3학년 막내 아이가 학교에서 길러온 무순으로 장식했다. 짜파게티에 올려서 먹자고 며칠을 가게와 집으로 데리고 다니던 녀석이다.


그렇게 6인, 아니 5인의 카지노 게임 끓이기가 완성되었다. 남편은 면이 너무 푹 익었다고 했다. 자신은 딱 8분만 끓인다면서. 양이 너무 많아 과식한다며 계속 구시렁거렸다. 면은 정말 뚝뚝 끊기게 불어 있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 소화가 잘 안 되니 불은 면이 좋았다. 나이 들어 씹기 힘들면 이렇게 푹 끓여 먹어도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은 비주얼은 괜찮다고 했고, 맛은 얘기를 안 했다. 막내는 무순에 감동했고 많아 남겼다. 셋째는 더 많이 남겼다. 나는 아이들이 남긴 면까지 알뜰히 먹었다. 그건 흡입 청소기 같은 이상한 습성이다. 다 불은 면을 먹었는데도 과식 덕분에 뱃속에서 계속 면이 불어 터져 마구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는 해주는 걸 먹는 것으로.

카지노 게임는 1~2인분 만드는 것으로.

카지노 게임는 과식하지 않는 것으로.

음식은 양으로 승부하지 않기.

몇 인분인지 인지하고 요리하기.

남은 음식 아깝다 생각하지 말기.

대충 해도 맛있는 요리가 있다.

카지노 게임는 아니었다.

나는 한식 전문인가 보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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