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카지노 게임 약속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둘이만 카지노 게임에 가자고 했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는데
새벽에 자고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일어났다.
나는 아침밥이 급하지만 아이는 카지노 게임가 급하다.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빨리 가자고 서두른다.
나는 산발머리를 하고 잠바를 대충 입고 딸려 나갔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중요하다.
복실이는 나에게 사진을 찍으라면서
자신의 브이 손가락을 내민다.
주체적이며 적극적인 손가락이다.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고 모래에 철퍼덕 앉았다.
복실이는 모래에 앉기 싫다며 내 무릎에 앉았다.
커다란 아이를 안고 모래밭에 앉아 바나나우유를 빨아먹었다.
나는 안 먹는다고 해도 자꾸 빨대를 디밀었다.
그리고 함께 카지노 게임를 바라보았다.
수평선과 하늘,
하늘과 카지노 게임,
물 위에 떠다니는 검은 배,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잘게 부서지며 젖은 모래에 넓게 퍼지는 흰 포말,
햇빛 반짝이는 잔잔한 물결,
아이는 그 물결 위로 나는 갈매기를 찾았다.
갈매기가 없다.
한참만에 높이 나는 갈매기 한 마리를 찾아 인사를 했다.
그러곤 카지노 게임에 점점이 떠있는 이름 모르는 새를 구경했다.
바닷물결 위에서 출렁출렁 오리인형처럼 떠있다.
새들이 먹이를 구한다.
점점이 보이던 새가 잠수를 한다.
물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몇 초 잠수를 하는지 하나 둘 셋 세어 본다.
쫄딱 젖어서, 멀리 있어서
갈매기인지 오리인지 알 수 없다.
다음번엔 나는 갈매기를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새우깡을 하나 사가기로 했다.
새에게 밥을 주고 싶은가 보다.
그저 새를 만나고 싶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새우깡이 있으면 갈매기가 나타날 줄 아는가 보다. 과연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며 다음번엔 생선을 사러 가자고 했다.
갈매기는 무섭다.
새우깡이라니 아니 될 말이다.
마구 몰려들면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