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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May 03. 2025

어부들의 귀신

작은 어촌 마을.

이십여 척의 고기잡이 어선이

서로 자리 경쟁을 하듯 뭍에 매달려 있었다.


배가 들어오고 나가기 쉽도록

작게 항구를 만들어 놓은 어촌에는

오십여 가구가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이 마을의 남자들은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

만선이 되면 돌아오곤 했다.


한 번 나가면 만선이 되기 전에는

잘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걸린 고기잡이는

남자들의 책임감이자

마지막 자존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마을 항구에는

어디서나 잘 보이는 검은 돌이 있었는데

이 마을에서는 성황당이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고귀한 돌이었다.


검은 돌은 2미터 가까이 되는 높이에

사람처럼 듬직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남편들의 생사가 걱정이었던아낙네들은

어선이 바다로 나가면

이 검은 돌에 부적을 붙이고

깨끗한 물을 떠놓았다.


아낙네들은 오며 가며

이 검은 돌 앞에 서서

손바닥을비벼가며빌었다.


그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기도하는 아낙네들의 정성스런 모습이

뒷산에 올라가서도 보일 정도였다.

무사히 남편이 돌아오기를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만선이기를 바랐다.


물고기를 닮은 듯도 하고

사람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이 검은 돌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을의 신이자 무당이었다.


카지노 게임

툴툴거리는 소리를 내는 어선이

고기를 가득 싣고 항구로 들어오면

아낙네들은 어선이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밭일을 하다가도

남편을 맞이하기 위해

바닷가로 뛰어오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물고기잡이를 나간 어선 하나가

먼바다에 나가 그물을 올리고 있었다.


어촌 마을에서 젊은 사람 중하나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카지노 게임이 물과 먹을 것을 실어

고기잡이를 떠나온 지3일째였다.

바다를 떠돌며 그물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으나

제대로 된 물고기 떼를 만나지 못해

계속 허탕만 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의 아내는 검은 돌 앞에

깨끗한 물을 한 잔 떠놓고

3일째 빌고 있었다.


오늘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먹을 것과 물이 다 떨어져

카지노 게임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기도를 하는

아내 '윤이'의 마음은 간절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카지노 게임은

만선이 아니면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했으나 고기잡이가

3일 내내 시원찮았던 것이다.


물고기 떼가 그물에 걸리지 않자

카지노 게임은 그물을 거둬들이고

뱃머리를 돌리려 하였다.


그 순간, 물고기 떼들이

배 아래로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카지노 게임은 망설이지 않고

미리 쳐놓은 그물을잡아 올렸다.


물고기들이파닥거리는 힘 때문에

카지노 게임이 양손으로 버티기가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물고기였다.


카지노 게임이 끌어올리는

그물 안은은빛이 가득했다.


한 번에 그물을 올리기는 힘들겠지만

제대로 올리기만 한다면 만선이 틀림없었다.


배에 다 싣지도 못할 만큼 많은

물고기들의 수가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은 배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그물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힘에 부친 카지노 게임은 한쪽 그물을

배에 고정한 뒤에

반대쪽 그물을 끌어올려 균형을 맞췄다.


바닷물이 빠지고 물고기가

그물 안으로 몰렸다.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물고기들은 크기가 큰 정어리였다.

카지노 게임

기름기가 많은 정어리라면

시장에서 찾는 사람이 많았다.


카지노 게임은 정어리가

가득 들어있는 그물을 아주 조금씩

천천히 끌어당겼다.


정어리들이 빽빽하게 몰리면서

그물을 흔들어댔다.


어찌나 많은지 카지노 게임의 작은 배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배 한쪽에 걸어놓은 그물이

정어리의 무게에 못 이겨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정어리 한 마리가 끊어진

그물로 탈출하더니 다른 정어리들도

구멍으로 몰리면서

그물 한쪽이 완전히 찢어졌다.


"찌지직"


그물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자

카지노 게임이 잡아당기던 그물이 금세 가벼워졌다.


정어리들은 그물을 완전히 찢어놓고는

모두 달아나버렸다.


한꺼번에 이동하는 정어리 특성상

찢어진 쪽으로정어리들이 몰리면서

그물이 박살이 난 것이다.


그물을 올리던 카지노 게임의 손이 멈추었다.

카지노 게임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만선의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정어리떼는 카지노 게임의 배에서

빠르게 멀어져 갔다.


은색 물결이 멀어져가는 것이 뚜렷이 보였다.


카지노 게임은 두 손에서 그물을 놓고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흐어어엉. 말도 안 돼,

이럴 수가. 흐어어 엉엉."


정어리를 가득 잡아가

시장에 내다 팔고

아내에게 맛있는 고기와

신발을 사주려던 카지노 게임의 꿈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기름기 가득한 정어리들이

들어있던 그물마저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쓸 수도 없었다.


울고 있는 카지노 게임의 머리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비를 오게 하는 먹구름이었다.


먹구름은 비를 뿌리며

울고 있는 카지노 게임을 적셔주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이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 흘러내렸다.


바람과 비가 점점 더 거세어졌다.

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 했다.


카지노 게임은 얼굴을 닦고

엉망이 된 그물을 마저 건져 올렸다.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은 시동을 걸기 위해

어선의 줄을 잡아당겼다.


"부릉, 부릉. 푸르르."

시동을 걸기 위한 줄은

말을 듣지 않고 힘없이

늘어지는 소리만 났다.


시동이 끝내 걸리지 않았고

빗줄기는 거세어져 카지노 게임의 등을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은 우비를 입었지만

바람을 동반한 비를 이길 수는 없었다.


놓친 정어리떼는 더이상

생각나지도 않게 되었다.


빨리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동도 걸리지 않는 배를

항구까지 데리고 갈 방법이 없었다.


고기잡이를 나온 배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카지노 게임은 바다

한가운데서 죽을 수도 있었다.


카지노 게임은 배에 실어둔 노를 꺼냈다.


항구까지 가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항구 가까이라도 간다면

누군가 카지노 게임의 배를 발견해 줄지도 몰랐다.


카지노 게임은 힘이 떨어지기 전에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사이 더욱 거세진 바람은

카지노 게임의 배를 흔들어놓았다.


카지노 게임은 정어리를 잃었을 때보다

더 힘이 빠졌다.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배가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 않았다.


시꺼먼 바다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보였다.


카지노 게임의 배는 파도에 이리저리 힘없이 흔들렸다


카지노 게임은 노 젓기를 포기하고

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바다 파도를 만들어내는 귀신이

카지노 게임의 배를 들었다 놓았다.


고기잡이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어여쁜 아내와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카지노 게임은

인생의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


카지노 게임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은 그때,

항구의 검은 돌 앞에서

카지노 게임의 아내가 쏟아지는 비와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을 위해 빌고 있었다.


다른 어부들은 모두 폭풍 전에 돌아왔지만

카지노 게임만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지노 게임의 아내는 검은 돌을 향해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제발 간절하게 바라옵니다.

남편을 살려주세요.

제발 집으로 돌아오게 해 주세요.

차라리 저를 데려가세요.

간절히 바라옵니다."


카지노 게임의 아내는 폭풍 가운데에서

무서움에 떨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거센 바람에 검은 돌 앞에

앉아있기도 힘들어졌다.


두 발로 겨우 지탱하며 일어선 아내는

검은 돌을 두 팔로 감아 안아 어루만졌다.


"우리 남편이 얼마나 무서울까요?

여보, 여보!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아내는 검은 돌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거센 비바람에 검은 돌에 매여져 있던

부적들이 춤을 추었다.


검은 돌 바로 위 먹구름이


태풍처럼 돌기 시작했다.

구름은 점점 크기가 커지더니

거센 바람마저 삼키고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었다.


검은 돌에 매달려 있던

카지노 게임의 아내가 거대한

소용돌이 가운데로 빨려 들어갔다.


돌을 중심으로 거대한

비바람을 일으키며 돌던 소용돌이가

점점 넓게 퍼지고 폭풍우의 힘이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렀다.


검은 돌에 깃들어 잠을 자고 있던

어촌을 지키는 귀신이

비로소 깨어난 것이었다.


수백 년간 어촌을 지켜온

귀신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귀신은 거대한 폭풍우의 가운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카지노 게임의 작은 배가 뒤집어지기 직전이었다.


흔들리는 배의 기둥을 붙잡고

겨우 매달려있는 카지노 게임이

폭풍우에 휩쓸렸다.


어촌을 지키는 귀신은

폭풍우에 휩쓸린 카지노 게임을 작은 배와 함께

항구로 밀어 올려주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이 놓쳤던 정어리 떼를

퍼올려 카지노 게임의배에 가득 실어주었다.


버둥거리는 은빛 정어리들은

신기하게도 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파닥거렸다.


항구에 떠밀려온 카지노 게임은 정신을 잃었다.


어촌을 지키는 귀신은

폭풍우를 멀리 보내버리고

배를 항구에 묶어주었다.


폭풍우를 보내고 카지노 게임이 살아있는지

확인을 한 귀신의 손에는

작게 만든 카지노 게임의 아내가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다.


검은돌에 깃들어 있던 어촌을 지키던 귀신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윤이'를 자세히 보았다.


윤이를 조심스레 손을 쥐어 감싼 후

가슴에 품은 귀신은 검은 돌로 사라졌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에

카지노 게임은 정신을 차렸다.


어촌사람들은 구복을 흔들어 깨웠다.


눈을 뜬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배에

가득 찬 정어리떼를 보았다.


어촌사람들은 카지노 게임이

정어리떼를 잡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모두 축하해 주었다.


"이렇게 많이 잡은 건 내 생전 처음 본다네."


"카지노 게임! 이렇게 많은 물고기를 혼자 다 잡은 거야?"


"카지노 게임이가 해냈다! 이 폭풍우 속에서 만선이구만!"


카지노 게임은 어리둥절했다.

정신을 잃긴 했지만

정어리떼를 잡다가 그물은

분명 찢어졌었고

정어리떼를 다 놓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배에 가득 담긴 정어리를 보고

카지노 게임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 생각이 났다.


이리저리 돌아보니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자신이 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듯 하였다.


카지노 게임은 만선의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과 아내가 사는 작은

초가집에 도착했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항구로 나와있던 동네 사람들에게

아내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윤이. 우리 윤이 못 보았나요?

집에도 없어요.

폭풍우가 심했는데

밖에 나와 있었던 건 아니겠죠?"


"윤이가 지에 없는가?

윤이는 새벽부터 항구에

돌사당에 가서 빌고 있었어.

비바람이 쳐서 다들 들어가는데

윤이만 들은 척도 안 하고

돌사당님 붙들고 앉아서 기도하더라고."


"미안혀. 카지노 게임.

윤이가 고집이 세서 그냥

우리끼리 먼저 들어갔더랬어."


"윤이가 돌사당에 있었다고요?"


"응. 그려. 거기 있었어.

비바람에 쓸려갔으려나?

아이고, 시상에."


"윤아! 아아, 윤아, 어디 갔니?"


실성한 사람처럼 아내를 찾기 위해

카지노 게임은 해가 지도록 돌아다녔다.


정어리를 장에 내다 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아내를 찾기 위해

파도가 치는 바위섬들도 모두 뒤졌다.


아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밤이 되어 지쳐버린 카지노 게임이

항구로 돌아왔다.


동네 사람들은 구복의 아내가

폭풍우에 휩쓸려 간 것이

틀림없다고 이야기하였다.


정어리를 가득 잡은 카지노 게임을

축하하던 동네 사람들은

안쓰러운 카지노 게임이를 보고

혀를 차고 안타까워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카지노 게임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주었다.


사람들은 카지노 게임이 살아온 대신에

윤이가 대신 죽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심장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바다에 나간 사이

아내가 이렇게 애타게

자신을 찾고 불렀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은 돌사당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비바람에 많이 해진 부적들이

검은 돌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부적들은 마치 사람들이 입었던 옷이

빨랫줄에 걸린 것처럼 매달려있었다.


카지노 게임이 돌사당에게 엎드려 빌었다.


"우리 어여쁜 아내를 찾아주십시오.

제발 제발 우리 아내를 좀 살려주십시오.

흐으윽, 우리 아내는 이제

결혼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고깃국물도 한 번

먹여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버린다니 말도 안 됩니다.

우리 윤이를 좀 찾아주십시오. 흐으윽.

우리 윤이. 죽었다면 죽었다고 말이라도

해주오. 사랑하는 내 색시야 잃어버린

몸뚱이라도 찾을 수 있게 돌아와라.

제발, 윤아. 흐으윽."


카지노 게임은 얼굴을 떨구고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단단히 줄에 걸려있다 생각했던

부적 하나가 울고 있는

카지노 게임의 앞으로 떨어졌다.


부적은 아내 윤이가 입고 있던

저고리 고름과같은 색이었다.


비에 젖은 듯 물기가 촉촉한

부적은 자신을 데려가라는 듯

카지노 게임의 무릎 앞에서 바람에 나부꼈다.


카지노 게임은 윤이의 저고리 고름닮은 부적을

두 손으로 소중히 안았다.


카지노 게임은사라진

윤이이 대신 저고리 고름같은 부적을

가슴에 안고 서럽게 울었다.


윤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는 것을

카지노 게임은 알 것 같았다.


어여쁜 아내 윤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카지노 게임은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배에서 가장 큰 정어리를

한 마리 가져와 검은 돌 앞에 놓았다.


"윤아, 좋은 곳으로 가거라. 내 색시 윤아."


볼을 타고 흐르는 카지노 게임의 눈물이

가슴에 품은 부적으로 가 닿았다.


뒤돌아서 가는 카지노 게임에게

검은 돌의 부적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타다닥" 돌에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부적 하나가 비어 있는

검은 돌에서 귀신이 나왔다.


검은 돌은 귀신이 돌아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손아귀에 쥔 '윤이'를 쓰다듬으며

소름끼리는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파도가 연신 치는 어촌 마을에

뒤돌아서 웃고 있는

귀신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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