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일곱 살 내 친구
본격적인 육아 휴직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아들은 이제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카지노 게임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원 후 미술학원에 갈 때 카지노 게임 차를 타고 데리러 간다는 것도 알고, 잠을 자러 안방에 들어갈 때 매일매일 엄마 카지노 게임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아들은 어벤져스 캐릭터 중 '헐크'를 좋아한다.
한번은 아침 등원 버스를 태우러 갔다가 아이들을 모두 버스에 태우고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두 팔을 높이 들고 헐크 흉내를 내줬더니, 자기도 따라 하면서 깔깔 웃은 이후로는 매번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아들이 아빠를 따라 헐크 흉내를 내니 같이 타고 있던 친구들도 따라 했고, 함께 인사하던 부모님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또 조금은 기분이 좋았다. 괜히 좋은 아빠, 잘 놀아 주는 아빠가 된 것 같았다.하루는 같이 있던 친구가 헐크 흉내를 내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헐크는 초록색인데 너희 아빠는 (옷이) 회색이잖아."라고 말하는 걸 듣고, 다음날 초록색 바람막이를 입고 나가서 더 실감 나게 흉내를 내줬더니 그 친구는 헐크 아빠의 팬이 되었다.
며칠 전 주말 저녁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나 혼자 밖에 나갔었는데, 내가 나간 지 30분도 채지나지 않아 아들이 엄마에게 "벌써 카지노 게임 보고 싶어."라고말했다고 한다.
사실 육아휴직 전까지도 나름 최선을 다해 집안일을 돕고 육아를 함께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이미 직장에서 쏟아낸 에너지가 너무 많았고, 비교적 일찍 퇴근해서 집에 오는 날이 많았지만 말 그대로 '일찍 오기'만 할 뿐 실질적인 육아는 아내의 몫이었다. 아들은 무얼 해도 엄마랑 하고 싶어 했고, 아빠는 아빠대로 서운해했다. 감사하게도, 휴직 후 아들과 함께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육아 휴직의 여러 가지 목표 중 하나는 '아들과 친해지기'였고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달성한 것 같아서 기쁘다! 벌써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은 내게 그런 의미였다.
아들을 향한 짝사랑을 끝내고,작고 소중한 일곱 살 친구와 찐사랑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