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를 받았어요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지난주 터미널 21에서 만난 현정이 말했다.
“언니, 태국에 사는 동안 여자들이 꼭 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방콕에 살면서 이것 못하면 바보래요.”
“그게 뭔데?”
“골프, 마사지, 매반쓰는 거요." (태국어로 매반은 주부라는 뜻이나 가정부, 가사도우미로도사용된다)
-골프는못한다. 운동 좋아하는 나도 시도해 보고 싶었으나 시간과 여유가 없어 못 배웠다.
-지금 매반을 쓰는 것은 낭비다. 애들도 없고 할 일도 없어간단한 청소만 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지는 한번 받아보고 싶다.
그래서 남편과 시간을 맞춰 오늘 마사지 샵에 가게 된 것이다. 현정이 단골로 다니는 마사지 샵을 소개해 주었다.
“새로 생긴 곳인데 다른 곳보다 싸고 잘해요. 한 번 가 보세요.”
MRT 수쿰빗 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왔다. 5분 정도 걸어 마사지 샵에 도착했다. 새로 생긴 곳이라 했는데 제법 사람이 많다. 다음부터는 미리 예약하고 와야겠다.크리스마스를 맞아 직원들이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헤어밴드로 멋을 냈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직원이 일어서며 묻는다.
"예약하셨어요? 어떤 마사지를 받으실 건가요?"
타이 전신 마사지를 1시간 동안 받기로 했다. 1층에는 두 명의 손님이 어깨와 목, 발마사지를 받고 있다. 두 명의 카지노 게임가 와서 1층 코너에 있는 발 씻는 곳으로 안내한다. 양말을 벗으니 소금으로 발을 씻어준다. 내어준 슬리퍼를 신고 그들을 뒤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넓은 공간에 칸칸이 커튼으로 칸막이를 해 놓았다. 매트리스마다 머리맡에는 마사지 복이 준비되어 있다. 옷을 갈아 입자 우리부부만커튼을 열어준다. 매트리스 위에 반듯이 누웠다.
잔잔한 음악 사이로 조용한 물방울 소리가 흘러나온다. 발부터 천천히 마사지를 시작한다. 두 눈을 꼭 감고 온몸을 마사지사의 손에 맡긴다. 따뜻한 손길이 내 몸 깊숙이 들어와 온몸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왼발부터 시작한 마사지는 오른발을 지나 왼팔, 오른팔을 하고 있다. 고요함을 뚫고 옆에서 ‘윽’하는 소리가 들린다.엄살이 심한 남편이다. 마사지사들이 손으로 주무르고, 팔꿈치로 누르고, 발로 밟는다.그사이 또다시 "아악~~" 비명소리가들린다. 마사지 샵에 오기 전 인터넷으로 간단한 용어를 찾아 외웠다. 내가 남편의 마사지사에게 말한다.
"아우 바우바우 (약하게 해 주세요)"
카지노 게임가 내어깨를 '톡톡' 두드린다.업드려 누우라는 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엎드려 누웠다. 그리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자고 있는 남편이 깨도록 그녀에게 주문한다.
“아우 낭락 낭락(세게 해주세요)”
그녀는 나에게 '바우 바우(약하게)'하겠다며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오빠. 자”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서투르지만 분명히 한국말이 들렸다. 내가 깜짝 놀라 번역기를 이용해 물어보았다.
"우리가 한국 사람인 걸 어떻게 알았어요?"
“카지노 게임말 들렸어. 언니, 나 카지노 게임말 쪼금 알아. 일했어. 부산. 카지노 게임 좋아."
세상좁다.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이지만 충분히 대화가 된다. 존댓말이 아닌 것은 한국에서 일할 때 사장님이나 동료들에게 배운 것 같다. 그녀는 한국에서 배운 말을 여기서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반갑다. 엄지 척을 해준다.
"멋져요. 최고예요. 나도 태국 좋아해요."
카지노 게임의 손길이어깨와 목, 머리까지 올라왔다. 마지막인 듯 그들이일어나서 허리를 꺾는다.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무사히 끝났다.
“코쿤가”, “코쿤크랍 (고맙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약간의 팁을 주고 1층으로 내려왔다.
태국은 팁이 없는 문화다. 오직 골프장의 캐디와 마사지 샵의 마사지사에게만 팁을 준다.
1층 소파 앞 탁자에 작은 찻잔두 개가 놓여있다. 따뜻한 차를 마시는 동안 카지노 게임가 신발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오늘 밤 송년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 그래서 학과의 빨간과셔츠를 입고 마사지 샵에 왔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빨간 티셔츠를 입고있던 직원들이 묻는다.
“혹시 같이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네 좋아요.”
오늘 밤 우리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하나가 되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가 말하고,
“메리 크리스마스” 그들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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