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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중 Apr 23. 2025

푸 념

시 / 이연중




책 많이 읽으시지요...

무슨 책을 보시나요...

궁금해하는 사람 더러 있지만

사실 나는 요즘 책을 멀리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대놓고 인용할까 봐 조심스럽다

한번 맛 들이면

영혼 없는 시를 쓸까 봐 겁난다.


시인이라는 호칭이 나는 참 좋다

그런데

시를 짓는다고 하면서

시인이 아닌 복사기가 될까 봐

그게 조심스럽다


내 안에 우주가 있고

살아온 세월이 있다.

모두가 잠든 적막한 시간

시어 찾는 밤샘은 행복하다.


애당초 나는 시인이 아니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스스로 만족하는 무명인으로,

그저 시 짓는 사람이고 싶다.


내 존재는 세상에서 유일하고,

우주 중심에 내가 있으니

적어도 나는 가짜는 아니다.

내가 짓는 시는 바로 나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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