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이연중
책 많이 읽으시지요...
무슨 책을 보시나요...
궁금해하는 사람 더러 있지만
사실 나는 요즘 책을 멀리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대놓고 인용할까 봐 조심스럽다
한번 맛 들이면
영혼 없는 시를 쓸까 봐 겁난다.
시인이라는 호칭이 나는 참 좋다
그런데
시를 짓는다고 하면서
시인이 아닌 복사기가 될까 봐
그게 조심스럽다
내 안에 우주가 있고
살아온 세월이 있다.
모두가 잠든 적막한 시간
시어 찾는 밤샘은 행복하다.
애당초 나는 시인이 아니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스스로 만족하는 무명인으로,
그저 시 짓는 사람이고 싶다.
내 존재는 세상에서 유일하고,
우주 중심에 내가 있으니
적어도 나는 가짜는 아니다.
내가 짓는 시는 바로 나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