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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May 08. 2025

카지노 게임 것을 얻기 위한 희생

등가교환

남편은 어려서부터 스포츠 시청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야구, 배구, 농구, 배드민턴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반면 스포츠를 하는 것은 물론 보는 것조차 즐기지 않는 나와 결혼한 그는 취미 생활에 제약이 생겨버렸다. 나와 함께 스포츠를 시청하고 경기장에 가고 싶었던 마음을 묻어두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 첫째가 스포츠에 눈을 뜨게 되었다. 바로 야구!

다행히도 지역 연고의 팀(롯데)이 아닌 아빠가 응원하는 팀(삼성)의 팬이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남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 것이...



팀의 굿즈와 응원 도구들을 하나씩 사들이더니급기야 대구 야구장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편과 아이들만 갔는데,어느새 나도 응원봉을 들고 '엘도라도'를 부르고 있었다. 좋아서라기보다 이왕 온 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열심히 응원했다. 그나마 티켓팅이 힘들어 자주 못 가는 걸 위안 삼으며....

(13화 지독한 매처← 내가 얼마나 팬덤을 이해 못 하는지 알 수 있는 글.)



가족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게 있다.강렬한 햇빛 아래 몇 시간씩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절대 싫었다. 남편에게 강력히 말했다.

"나 여름에는 야구장 안 갈 거야."






북큐레이션 강의 수강 중 독자의 유형에 대해 알게 됐다.

애독자 : 한 달에 3권 이상 습관적으로 읽는 사람

간헐적 독자 :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지만 책은 카지노 게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비독자 :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으면서 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사람



난 남편이 간헐적 독자라고 생각했다. 휴직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도 자주 가고 책도 잘 사주길래 본인은 안 읽지만 책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던 그가작년 10월 초에 교보문고에서 북펀딩하는 책을 광고에서 보고선 그 책을 읽어보고 싶다며 구입했고 아주 오래 걸리긴했지만 완독까지 카지노 게임.



난 주로 저녁을 먹고 나면 서재 책상에 앉아 혼자 꼼지락거리길 좋아한다. 서재에 들어와 말을 시키는 그에게[긴긴밤]을 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들어온 아이들까지 합세해 다 함께 책을 읽은 날이 있었다. 그날 이후부터 남편은 저녁 먹고 서재에 들어와 책을 읽는 시간을 종종 가졌고 난 그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책 읽은 날엔 독서 달력에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서재의 책상을 옮기고 조그만 소파를 사서 남편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긴긴밤을 다 읽고 지금 두 번째 책을 한 달 넘게 읽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아이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본을 보여주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남편이 야구장에서 실수로 내 책을 잃어버렸다. 새 책을 사준다고 해서 서점에 들러 책을 살 때 물었다.

"자긴 책이 카지노 게임 거라고 생각하지?"

"아니, 책은 배게야. 왜 읽어야 되는지 모르겠어."



당황했다. 난 본인은 안 읽지만 책은 카지노 게임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에게도 읽으라고 사주고 자신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책을 사고 나와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자기 요새 왜 그렇게 책을 읽으려고 했어?"

"자기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걸 공유하려고."



하아... 이 남자...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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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렁이면서 감동하고 있는데 다음 말이 날아왔다.



"그런데 자긴, 어? 여름에 야구장 안 간다고?"



아놔.. 세상에 공짜는 없다.뭔가 갖고 싶은 있으면 가치만큼의 희생이 따르는 법.

남편은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 말하지만 내가남편과함께 책 읽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돼버려서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가야지... 나도 갈게.."

(속으로 티켓팅 실패하길 바란 건 안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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