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자기 지옥을 안고 살아가는 거지."
2019년 강형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나온 책입니다. 첫 장편이라고는 하나, 전부터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고 하니 읽힘이 좋은 것이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본 작품은 내적인 시대상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지만, 작중인물들의 이름과 생활세계 안에서 사용하는 어휘들을 반추해 보면 배경은 20세기의 서양(아마도 유럽)인 듯합니다. 로마 카톨릭 교회 문화를 암시온라인 카지노 게임 단서가 종종 등장하지만 이야기에서 기독교 문화가 크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고, 오히려 교회 뒷편의 묘역에서 근무온라인 카지노 게임 묘지관리인 피터 토레스와 그를 둘러싼 유령들의 이야기가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어 초자연적 세계관이 전제된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에 가깝습니다.
작품에 등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유령에 관한 중요한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이 죽으면 빛에 흡수되어 영혼계로 환원되거나 이승에 관한 미련과 집착으로 유령이 되어 남는다.
2. 영혼계에 환원된 영혼은 다음 생을 부여받는 윤회한다.
3. 이승에 남은 영혼은 집착의 종류에 따라 지박령 또는 인박령(사람에게 들러붙은 유령)이 된다.
4. 유령이 이승에 남는다고 해도 현실세계과의 상호작용은 매우 제한적이고, 인박령의 경우 자신이 들러붙은 사람이나 유령을 부리는 주술사가 아니라면 그들은 인식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더 자세한 설정은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라.)
문체를 살피자면, 배경이 서구문화임에도 한국어의 활용이 뛰어나 잘 읽히는 편이며, 호흡역시 가파르거나 늘어지는 것이 없어 읽힘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작품에 채용된화자(narrator)는 전지적인 시점의 화자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시점을 꿰뚫어 표현하며 장면과 심리를 풍족하게 묘사합니다.
자연의 이치지, 차오르고 이울고 이윽고 그믐이 되는 달처럼. 내 생의 그믐이 가까웠어, 하고 피터는 생각했다.
_본문 내 "첫째 날 | 엄마가 나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중에서.
주인공 피터는 묘지관리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업을 이어받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 생을 보내왔습니다. 친구라고는 묘지를 찾는 노숙인들과 그를 찾는 몇몇 유령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시점에, 드물게도 그를 찾아 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형사 마틴 브레스트였습니다. 총 여덟 장으로 된 이야기는 피터와 형사 마틴이 33년 전 묘역에서 발생한 <카타리나 사망 사건에 관하여 하루하루 주고받는 회고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많은 소설이 그렇듯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편집해 하나로 엮은액자식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액자식 구조 :
형사 마틴과의 대화
피터의 회고
한나 이야기
한나"의" 이야기
리즈와 카타리나 이야기
릴리 이야기
헬렌과 조안나 이야기
마거릿 이야기
켄트 이야기
할아버지 이야기
찰스 이야기
시간의 순서대로 다시 정리한 플롯의 전개:
58년 전 : 한나의 죽음과 카타리나의 출생 (한나와 피터의 나이 6세)
37년 전 : 할아버지의 죽음
35년 전 : 한나의 등장 (카타리나의 나이 23세, 피터의 나이 29세, 한나의 나이 6세-향년)
- 수정구슬 탈취 및 파괴 작전
- 학대 피해자 재발 저지 작전
33년 전 : 카타리나의 죽음 (피터의 나이 31세)
현재 : 마틴 형사의 등장 (피터의 나이 64세)
작품의 주제는 표제와 소제목에 직접 드러나 있듯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관한 것이지만, 순진하게 이를 쾌도난마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작품 안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삶의 근원적인 속성인 것처럼 그려지며, "집착", "윤회", "해탈"등과 같은 불교 철학과도 연결되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묘사되는 편입니다.
작가는 이를 상징하기 위해 한나가 갇혀있던 항아리와 수정구슬, 피터가 일평생 머무른 묘역, 영혼계로 떠나지 못한 채 이승에 사는(?)유령의 삶, 카타리나가 배회했던 부엉이숲 공터, 날마다 피터가 마주온라인 카지노 게임 달 등 '원을 그리는' 소재를 많이 사용온라인 카지노 게임데, 작가의 의도와 얼마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등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브락사스의 상징이 떠올랐습니다. 데미안과 에바 부인이 싱클레어의 자화상이듯, (주제나 방향성은 조금 다르지만)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너 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지옥', '저마다의 집착', '각자의 수정구슬과 묘역', '어제를 사는 삶에 갇혀 신음하는 유령'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번뇌의 알을 깨고 내일을 향하는 길은 다름 아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삶의 속성임을 긍정하고 각자의 내적 진공 속에 타자 존재를 수용해 버리는 것이라는 생각도 가능하겠지요.저는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떨쳐버리려는 무용한 몸부림보다는 오히려 이를 완성시킴(온전하게 함)이 곧 해탈이요 해방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릴리는 말했다. 유령들과 보낸 이틀밤이 자신을 치유해주었다고. 릴리의 그 말을 들으면서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릴리만이 아니고 피터를 치유해준 시간이었다는 걸.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대한 동경을 피터에게 심어준 건 정작 이곳을 떠나지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유령들이었다는 걸.
_본문 내 "그리고 남은 날 |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 중에서.
"사실 진부한 이야기죠. 인간의 한 생이라는 게 특별할 게 없는 진부한 이야기잖아요. 그게 왜 그리 어려웠을 까요. 수많은 사람이 살았고 그 삶의 기록이 도처에 있는데, 왜 그 뻔한 패턴을 인간은 힘들여 반복하는 걸까요?"
_본문 내 '같은 장' 중에서.
표지와 간지에는 Tim Eitel의 Anhöhe(언덕)이라는 그림이 사용되었습니다. 언덕 위에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선 채 능선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림인데,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고즈넉하여 작품의 온도와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줍니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분명 이 작품 자체가 취향에 맞는 독자라면, 표지 역시 흡족하게 여기리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물들고, 휘둘리며, 주체적이지도 진취적이지도 않은 주인공의 인물됨 자체는 제 성향과 다소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체된 삶을 싫어하며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삶을 표방하는 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깊이 생각했을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것은 모든 삶이 공유하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상태라는 관점에는 동의합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가까워지지 못할 때 고통과 피로를 느껴야 하는 제 천성을 이 작품의 어조와 견주어 생각하면, '과연 나라고 얼마나 특별하기에 항상 이루고만 살아야 하는가. 진정한 행복은 어떻게 어디에서 얻어지는가.' 스스로 되묻게 됩니다.
세상은 변하고 퇴보와 진보는 도처에서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그 모든 곳에서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말이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일독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