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넷플릭스에 한석규 주연의 <뿌리 깊은 나무가 올라왔다. 한석규가 고뇌하는 세종대왕 역을 맡았던 예전 드라마다. (찾아보니 2011년 방영작이다.) 한글을 만들고자 하는 세종과 이를 방해하는 세력인 밀본의 갈등, 그 사이에 놓인 백성 똘복과 소이의 삶이 얽혀 있다.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지나칠 수 없었다. 보다보니 끊을 수가 없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다. 아,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이만 자야 해... 이 시간에 잠들면 내일 카지노 가입 쿠폰에 모닝페이지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모닝페이지를 쓸 시간에 되니 눈이 떠졌다. 이제 습관이 되었나 보다 하면서 노트를 펴들었다. 노트가 두 쪽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이 노트 사용 마지막 날이었다. 모닝페이지를 끄적거리고 나니 나만의 일기장 한 권이 생겼다. 노트 한 권 꽉 채워서 일기를 쓴 날이 언제였던가. 중고등학교 시절 자물쇠로 잠갔던 일기장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이 노트는 작년 9월 1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배운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를 쓰기 위해 따로 구입한 노트다. 대부분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쓰는 일기를 카지노 가입 쿠폰에 쓰는 것이 신기해 도전해 보았다. 글쓰기 수업에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를 쓰면서 전날을 돌아보고 그중에서 글감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날이 많다. 매일매일 쓰지도 못했다.
그래도 카지노 가입 쿠폰에 쓰는 일기는 달랐다. 저녁 일기는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쓰게 되고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는 무의식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시간에 쓰게 된다. 그래서인지 저녁 일기는 하루를 돌아보는 '반성'이 담긴다면,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 역시 전날을 돌아보지만 오늘이 많이 남았으므로 '희망, 의지'가 담긴다.
새해를 맞아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면서 나 홀로 '창조성 워크숍'을 하기 시작했다. 워크숍 과정에서는 매일 모닝페이지를 써야 한다. 이 노트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마침 에세이가주 님과 함께 하는 글쓰기 모임에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를 공유하는 단톡방이 생겼다. 혼자 하는 것보다 수월해졌다.
평일에 세 쪽씩 쓰려 노력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일어나자마자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썼다. 지난밤 꾼 꿈, 전날 있었던 일, 요즘 고민, 하고 싶은 것 등등을 적었다. 생각하느라 펜을 잡고 멍하니 있던 날도 있었다. 문득 이렇게 멍하고 있던 순간의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써야 하는 거구나 알아차리게 되었다. 내 머릿속 생각을 노트로 흘러나오게 하면 되는 거였다.
언제나 느끼지만 종이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종이 위에 뭔가를 적는 순간 종이는 다른 것이 된다. 글이 적힌 종이는 두 가지 시간을 살게 한다. 하나는 과거, 하나는 미래. 나는 그처럼 출판할 목적이 아니라 혹은 좋아요 버튼이 목적이 아니라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둘 글을 쓰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다. 돈과 시선과 관계되지 않은 자기만의 창조적인 일을 해보는 것 자체가 자율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쓰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단어를 모색하게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을, 감정의 복잡함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자기가 결정한다. 어떤 문장으로 끝맺을지도 자신이 결정한다. 내적인 자유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지음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는"나는 그처럼 출판할 목적이 아니라 혹은 좋아요 버튼이 목적이 아니라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둘 글을 쓰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다. 돈과 시선과 관계되지 않은 자기만의 창조적인 일을 해보는 것 자체가 자율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라고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 모닝페이지 같은 글이 그렇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 <아티스트 웨이의 지침에 따르면 나 자신조차도 앞에 써 둔 모닝페이지 글을 읽으면 안 된다. 그러니 정말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틀리면 찍찍 그었고, 그림도 그렸다. 어떤 단어로 시작할지, 어떻게 끝맺을지, 어떤 이야기를 쓸지, 어떤 이야기를 쓰지 않을지,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언제 단락을 나눌지 모두 내가 결정한다. 이른 카지노 가입 쿠폰 30분,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오늘은 매일 30분의 자유가 모여 한 권의 노트가 된 날이다.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가, 우리 말을 입에서 나오는 데로 마구마구 쓸 수 있게 해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감사해진다. 한글이 아니었다면 날 것 그대로의 내 감정을 이렇게 쏟아낼 수 있었을까. 한글이 있는 것 자체가 자유다. 두 번째 노트에도 한글의 자유, 나의 자유를 채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