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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숙 Nov 16. 2024

아름다운 카지노 게임

내가 고3이던 해에 그는 1학년 학생을 또두들겨 팼고, 재수 없게도 그 친구가 맞다가 많이 다쳤다.

그 일로 그는 끝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가 학교를 떠나던 날, 나 혼자 배웅을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개똥폼인지...


떠나는 뒷모습에는 기괴할 만큼 포악스럽던 변태자의 모습은 없고, 그저 어깨 구부러진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한걸음 앞서 걷고 있을 따름이었다.


'당신은 왜 아무런 저항할 힘이 없던 여고생들을 그리도 학대했는가'

'참혹한당신의 그 폭력성은 누군가로부터 학습된 것이었던가'

'당신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던 것인가'

'이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가 휙 뒤돌아 나를 보았다.


"핸쑤기, 니는 진짜로 잘 될끼야.

내가학교 있으면서 아들(애들) 하도 주패가(줘패서) 원수 마이 생겼는데, 니 같은 아는 첨 본다. 진짜로.

내한테 맞은 아들(애들)은 전부다 내하고 철천지 원수가 되었는데...

정핸쑤기 니 참 희한하고 독하대이.

.

.

.

그리고...그때 일은 진짜로 미안했대이..."


그로부터 10년 뒤 나는 사법시험을 합격했고 판사가 되었다.

마침내 나는 카지노 게임에 성공했다.

그런 가치 없는 사람과 일에 내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시답잖은 분풀이로 끝내지 않고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실력으로 되갚아주었다.

내가 바뀌었더니 모든 것들이 다 바뀌었다.


"분풀이 좀 했다고 카지노 게임가 되는 거 아니다.
진짜 카지노 게임 같은 걸 하고 싶다면은 나은 인간이 되거라 그들보다.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
니가 바뀌지 않으면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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