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hell
살아보니 잘 맞는 게 거의 없었다.
금세 제정신이 돌아왔다.
한 달에 한 번은 싸우고 그 싸움 끝에 난 늘 눈물을 쏟았다.
생리통이 심해서 민감해진 그날의 아내에게 호르몬 핑계되지 마라,호르몬 같은 것에 굴복되지 말고의지로 이겨내면 되는 거라고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소리를 해대던 남자였다.
눈을 부릅뜨고 지적질하는 그에게 나도 함께 눈을 부라리며 맞짱 뜨고 싶었는데 지적질할 내용이 기억이 안 났다.
그는 1부터 10까지 하나하나 후벼 파는데 나는 그의 독설에 할 말을 잃고 서러워할 뿐이었다.
그저 일기장을 펼쳐 들고 온갖 악담을 적어대는 것으로 복수했다.
이런 시베리아허시키, 개나리 십장생, 블라블라
늙으면 두고 보자. 블라블라
같이 살면서 물론 좋은 것도 많았다.
얼굴을 마주 보며 행복하게 웃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의 남자와 사는 것이 고역스러웠다.
이 남자는 내 말과 감정에 공감하지 않았다.
내 말이 길어지려고 하면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며 말머리를 숭덩 잘라낸다.
그리고본인이 결론을 내린다.
아주 기분 나쁜 말투와 눈빛으로.
그는 꼼꼼했으나 나는 듬성듬성했다.
꼼꼼한 그가 너무 피곤했고, 그의 지적질이 기분 나빴다.
그는 듬성듬성한 아내가 못마땅했고, 나의 언행이 답답했을 것이다.
결혼 4년 만에 소중한 생명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출산예정일 3일 전까지 일을 했다.
출산예정일 3일 후에 14시간의 진통 끝에 아들을 낳았다.
천 개의 칼자루로 배를 휘젓는 고통이랬나.
처절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나를 보며 그는 내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평생 잘하겠다며 다짐했더랬다.
순진하게도 남편의 그 말을 듣고 그대로 믿으며 행복해했다.
평생은 개뿔. 한 달이 채가지 않았다.
남자의 맹세가 그렇게 가벼운 것이더냐.
저 주둥이를 확 쥐어박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싶었다.
첫째가 18개월이 될 때 둘째가 태어났다.
Welcome to hell
우리에게 진정한 지옥의 문이 열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힘든 고통은 처음 겪는 듯했다.
믿지 못할 소리같겠지만, 솔직히 사법시험 준비할 때보다 더 고통스럽고 힘들게 느껴졌다. 사법시험 공부는 내가 계획하고 시간 관리하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공부해 나가면 됐는데, 육아는 내가 계획한 대로 당최 흘러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예고 없이 아팠고,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울어 댔다.
졸린 눈을 비비며,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팔과 뻐근해 미치겠는 등근육통을 참으며 아이를 겨우 재운다.
잠이 들었나 싶어 슬그머니 내려놓을라치면, 그놈의 등센서는 어찌나 예민하게 작동하는지 또다시 빼액~울어댄다.
머리에 꽃달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아기가 둘이 되다 보니 각자 퇴근하고 나면 아기 하나씩을 돌보아야 하는 전투육아 최전방에서의 혈투가 벌어졌다.
남편도 나도,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시간이 지나가야지만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나아지는, 죽을 것 같은 이런 힘든 상황은 처음인지라, 우리는 말로 서로를처절하게상처 내기 시작했다.
아기의 천진한 눈빛과 뽀송한 숨결은 내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를 느끼게 해 주었지만, 남편에 대한 미움은 그와 비례하여 커져만 갔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남편을 보면서 ‘어떻게 나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줄까? 무료 카지노 게임 아파트에서 아기를 안고 뛰어내려 죽으면 나의 소중함을 알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친정으로 가겠다고 가방을 싸며 아이들은 내가 키우겠노라고 소리 질렀다. 돌이켜보면 그즈음나도 그도산후우울증을 앓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