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
1) 토요일
너의 집 근처에는 별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나의 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밤하늘에 반짝인다. 초인종을 누르면 네가 내려올 때까지 하나, 둘, 셋—별들을 푸른 선으로 이어가며 열까지 세다 보면 곰 같은 형상이 그려지고 철문 너머에서 희미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이 열리고 보이는 너의 모습은 항상 나의 상상을 넘어서 있다. 검은색, 회색, 흰색, 그리고 청바지를 번갈아 입는 무채색의 나로서는 로열그린, 코발트블루, 블러드오렌지, 그리고 청치마 등 입어볼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색들을 몸에 덧입히고 나오는 너를 바라보게 된다. 그런 너의 모습과 주황색과 어딘가 닮아 있는 너의 웃음은 백지이던 나의 한주를 색칠한다.
너의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부드럽다. 부드러운 계단이 있고 딱딱한 계단이 있지만 카펫으로 덮여있는 너의 집 계단은 부드럽다. 벌써 여러 번 와봤지만 항상 내가 처음 온 것처럼 나를 안내해 주는 너는 나보다 앞서 걷는다.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앞서 가는 너의 종아리를 응시한다. 종아리 밑에 고개를 빼꼼, 너는 항상 귀여운 양말을 신고 너의 양말들에는 한결같이 아킬레스건 쪽에 귀여운 동물 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 오늘은 무슨 동물일까, 하고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자니 너는 발걸음이 무엇이 그리 급한지, 뒤꿈치는 금세 사라지고 생각이 느린 나는 귀엽다는 생각만 들뿐 동물은 보이지 않는다. 북극곰인지 두더지인지, 나중에 꼭 확인해 보아야겠다. 고개를 드니 너의 머리카락이 보이고, 기분 탓인지 머리가 길어진 것 같다는 말을 꺼낼 때쯤 너는 고개를 돌려 다시 지그시 웃는다. 그렇게 주황색이 되었던 나의 머릿속은 다시 백지가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안은 아늑하다. 아늑한 집이 있고 세련된 집이 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안은 아늑하고 세련됐다. 눈앞에 보이는 빨간 액자, 액자 속에는 귀여운 핏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저번주에는 식탁 위에 놓여 있었는데—그새 너는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가 빨간 액자를 걸었다. 너 저기까지 어떻게 올라갔어?라고 물어보는 나에게 너는 또 키 가지고 놀리냐며 나를 쏘아본다. 그보다 새로 산 커피테이블이 중요하다며, 왼쪽에 보이는 조그마한 흰색 테이블을 여러 번 흔든다. 얼마나 힘들게 이케아에서 테이블을 구해왔는지 조잘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목소리가 어느 순간 희미하게 들리고, 듣는 것과 보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에 능하지 않은 나는 네가 머리칼을 넘기는 모습만이 보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귀에는 내가 선물해 준 곰돌이 귀걸이가 걸려 있다. 눈치가 빠른 너는 그래 맞아, 이거 네가 선물해 준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지그시 웃고 그래 맞아, 이제는 나도 웃는다.
2) 일요일
데이비드 린치가 죽었대. 사실 그는 수요일에 죽었지만 너는 커피를 마시며 일요일 아침에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 맞아, 나도 죽은 거 봤어. 나는 아픈 줄도 몰랐네. 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던 나는 군대에서 데이비드 린치 영화를 보기 시작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웠었다. 맞아, 데이비드 린치 아팠었어. 담배 때문에 폐가 다 망가졌대. 너도 담배 끊어야 해. 어느 순간부터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도 잘하지 않는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을 반복한다 그래 맞아, 담배 끊어야지.
오클랜드의 거리들이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은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노숙자는 아닌 것 같은데 노숙자 같기도 한, 그래, 노숙자 같은 것은 뭐고 집이 있는 것은 뭐라고. 아무튼 그러한 어느 사람이 빈 석유통 같은 것에 옷을 입혀 놓고 목줄로 끌고 지나간다. 그는 커피숍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석유통에게 다가가 뚜껑 쪽을 쓰다듬어 준다. 내가 꿈을 꾸는 것인지 그가 꿈을 꾸는 것인지. 그의 꿈은 나의 꿈보다 조금 큰 것 같았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너도 나와 같은 곳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가만히 커피를 응시하고 있는 너를 본다. 너는 나의 꿈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멍을 때리는 것 같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정은 아무래도 귀엽다. 석유통 강아지를 키우던 아저씨는 어느새 더 멀리 떠나 있고 아—나는 평생 내가 본 석유통 강아지의 진실을 증명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느새 반쯤 남은 에스프레소와 너만 나의 곁에 남아있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항상 동작이 느린 너는 느려서 우아하고 우아해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시 나를 바라보며 너는 데이비드 린치가 죽었대. 나는 웃으며 그래 맞아, 데이비드 린치가 죽었대. 너는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너도 담배 끊어야 해. 나는 담배를 끊어야겠다 생각하며 그래 맞아, 이제는 나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