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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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경 Mar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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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이야기가 없는데 마냥 무언가를 써야만 할 것 같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럴 때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밖에 나가곤 했지만 카메라에는 배터리가 없고 나는 충전기를 잃어버렸다. 일본 빈티지 캠코더라고, 이베이에서 주문해 보니 헝가리인가 불가리아인가, 아마 나는 평생 가보지 않을 동유럽 나라에서 날아왔고 날아온 카메라에는 2006년 일본에서 찍은 영상이 남아있었다. 이십 초쯤 되는 영상에서는 어떤 카페 같은 곳에서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거쳐 나에게 온 카메라일 텐데 이 영상만은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면 전에 이 카메라를 사용했던 주인들은 이 영상을 삭제하지 않았다. 동유럽 어딘가에 있던 카메라 판매자도 이 영상을 삭제하지 않았다. 이것은 굉장히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인류를 사랑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낭만적인 것 같다. 낭만적이 다기보다는 그냥 착한 사람들인 것 같기도. 여자친구가 오클랜드에 살기에 나는 오클랜드에 킨폭스라는 카페에 들른 적이 있는데, 아무리 핫플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바글거리길래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슨 카메라 동호회가 여기서 모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삼오오 모여서, 카메라가 아니라면 서로 잘 모이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카메라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귀여웠다. 그날 나는 인류가 귀엽기도 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새 나는 일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사실 싫어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리 바빠져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에, 전역하고서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건지 아, 결국 나도 그냥 현실적인 길을 걷는구나. 공부를 좀 했다고 하고, 좀 좋은 학교를 나왔다 싶은 약간의 문과적 성향을 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드는 생각, 선민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나르시시즘이라고 해야 할까, 대학에 입학했을 때 꿈꾸던 세상을 바꾸는 나의 모습, 아직은 모르겠지만 미래에 무언가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자신감, 그리고 그 자신감과 나의 최대 단점인 위험회피형 인간이라는 점에서 갈팡질팡하던, 그러다 군대에 입대하고 그냥 그런 갈팡질팡하기를 포기하던, 그러다 좀 괜찮은 직장을 다니게 되니 괜히 또 한 번 고민해 보던, 그래 나는 무언가 큰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그래, 졸업하기 전날 새벽, 학교 도서관 앞에 앉아 친구와 줄담배를 피우며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던, 그런 생각, 이제 그런 생각은 잘하지 않는다. 인류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일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사람이 있을까? 평일에는 바빠서 조깅을 잘하지 못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는 조깅을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항상 조깅을 하는 코스는 북쪽으로 조금 올라간 다음 서쪽, 그러니까 골든게이트 파크를 향해 달리는 것인데, 골든 게이트 파크 쪽에 도착하면 삼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행복한 표정들을 띄고 가볍게 뛰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샌프란에서 그렇게 활짝 웃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돈이 있다는 것인데, 돈이 있다는 것은 일을 하고는 있다는 뜻일 텐데, 어떤 일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다. 일이 없는 노숙자들은 잘 웃지 않는다. 팔에 주사로 펜타닐을 꽂을 때도 웃지는 않는다. 일이 없는 노숙자들은 불행한데, 이 공원에서 웃고 있는 그들은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행복한 것일까? 그들도 가끔은 불행할까? 예전에 아는 선배가 자신은 개발자지만 개발하는 일은 자신의 삶에서 일곱 번째 정도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것이라 했다. 일곱 번째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것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지, 그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게 맞아요? 음, 그러면 삶에서 일곱 번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라고 정정하자. 일곱 번째 좋아하면 좋아하는 게 맞아요?


무언가를 일곱 번째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할 수 있을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왠지 하나여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왠지 시공간을 초월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시공간을 초월하면서도 소박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어려서부터 말로 표현을 잘하지 않는 가족 사이에서 자란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말보다는 행동이라고, 아니 행동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마음이려나, 그냥 존재하는 것인가, 그래 어쨌든 추상적인 무엇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느껴지는 그런 것. 여러 사람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할 수 있을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했다가 안 할 수 있는 건가? 그러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한게 맞아? 젊을 때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가장 순수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는데, 그러면 젊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나이 든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 더 카지노 게임 사이트다운 것인지. 인류 생각을 잘하지 않는 나는 이제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만 스물다섯이 되어서인지 나는 나이가 좀 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께 엄마가 생일이어서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에게 이북리더기를 깜짝 선물을 하려 했으나 어차피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책도 잘 안 읽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문을 취소했다. 엄마는 어딘가 센치한 것 같았다. 나도 어느 순간 나이를 든다는 것이, 그러니까 생일을 맞이한다는 것이 그리 기쁘지 않은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부터였을까. 엄마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그게 말이 되냐고, 피식, 너는 아직 한창 젊을 때야. 나는 젊은데 젊음을 잘 느끼지는 못하겠다. 엄마는 대학을 다닐 때는 맨날 글 쓸 생각만 해서인지 붕 떠있었다고, 그러다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니 현실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회사에 다니던 날들을 돌아보며 현실감을 느껴서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냥 젊을 때 무언가를 하면 젊음인가? 젊음의 무엇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 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을 어른들은 그렇게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채워져 버렸거나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젊음을 상실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젊음을 상실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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