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섭, "이월되지 않는 카지노 가입 쿠폰(난다,2025)"를 읽고
시인의 카지노 가입 쿠폰는 2001년 2월 14일 돌아가셨다. 만20살(세는 나이로 스물 하나)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잃다니. 물론 잃었다고 잊는 건 아니다. 뒤풀이처럼 그날 혹은 그 시절의 모든 것을 곱씹게 되니까. 시인과 동갑이고 시인이 다닌 경희대와 내가 다닌 학교가 가까워 어쩌면 그와 나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로 어디선가 마주칠 수도 있었겠구나. 경희대 후문과 외대 후문 카페가 많은 언덕길 어귀에서.
나의 카지노 가입 쿠폰도 2011년 겨울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다.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었고, 다음다음날 카지노 가입 쿠폰의 검사와 수술 일정을 두고 신혼여행을 떠날 수 없다며 버티기까지 했다(물론 가서는 즐겁게 잘 놀았다고 한다). 삼성병원 암센터 중환자실에 입원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면회하러 부산과 창원, 합천과 대구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중환자실 앞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고(의사들은 늘 최악을 가정하므로) 이모들이 오열했다. 아빠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예후가 좋아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살아계시다. 물론 수술 이전의 삶처럼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기력이 나날이 쇠하셨다.
나는 그 겨울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잃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전화 통화하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일 년에 몇 번 만나는 순간마다 가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존재와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이미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잃었기에 카지노 가입 쿠폰가 돌아가셔도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잃지 않는다. 늘 카지노 가입 쿠폰의 죽음을 생각한다. 뒤풀이가 끝난 뒤 비로소 시작되는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의 죽음은 나의 삶을 추동하는 바람이다. 바람개비를 들고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처럼, 나는 부러 전화를 걸어 저 멀리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부른다.
* 이문세 '눈 나리던 날'
그대여/ 나의 마음을 그대는 알 수도 없겠지만/ 함박눈 쌓인 이 밤에 하늘을 좀 보아요/ 멀리서 찾아오는 듯/ 그대흰 조그만 발자욱이/ 흰 눈 쌓인 저 창밖에 이렇게 들여와요. 42쪽
아름다운 날/ 모두가 지나가버린 지금은/ 하얗게 덮여가는 세상같이/ 살아 있다 하여도 살아가는 동안/ 변하지 않았던 건 나의 마음속 안에/ 그래요 그대 모습은 어릴 적 나의 소망과 같이/ 변하지 않은 그대로 흰눈에 덮여가요 44쪽
* 마지막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최근에 틈이 날 때마다 우주에 관한 유투브 영상을 찾아본다고. 우주의 시간 안에서 인간의 삶이라는 게 정말이지 무의미할 만큼 짧은 것이더라고,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보고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결국 우리가 태어난 우주로 돌아가는 게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죽음이라는 게 되게 슬픈 무엇은 아니며 심지어 최근엔 죽음이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별과 은하와 우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카지노 가입 쿠폰나 나나 너무도 짧은 한순간을 같이한 동년배 친구에 지나지 않더라고, 그래서 말하자면 카지노 가입 쿠폰를 다시 만나는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살면 되겠다 생각했다고, 이게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