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뜽아 여행
팬데믹으로 꽁꽁 묶여 있던 시간. 말레이시아 하늘 아래 조심스레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여행을 꿈꿨다. 한 주 전, 말라카와 레고랜드로 짧은 여정을 다녀온 후 이번엔 카지노 게임 건너 랑뜽아로 향했다. 이번엔 비행기를 타야 하는 여정이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와 페이스쉴드까지 착용하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출발 전날까지 준비를 거듭했다. 공항에서는 놀랄 만큼 질서정연했던 아이들. 하지만 비행기에 발을 들이는 순간, 둘째는 마스크도 페이스쉴드도 벗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는 울고, 나는 달래고, 화내고 다시 달래며 비행 내내 진땀을 흘렸다. 한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마치 뜨거운 사우나에 갇힌 기분이었다.
옆자리의 언니는 조심스레 나를 바라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건드렸다가 더 울게 만들지 않으려는 배려였으리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둘째는 울음을 뚝 그쳤다.
“엄마, 너무 답답했어.”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또 한마디를 보태고 말았다.
테렝가누 공항에서 리조트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제티로 이동했다. 작은 시골 마을처럼 한적한 선착장에서 우리는 배 시간을 기다렸다. 카지노 게임에게 간단히 먹을 거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결국 손짓과 눈짓으로 주문을 하는데, 이게통했다.땀과 함께 얻게 된 스낵을 카지노 게임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화장실이 모두 클로즈되고, 선착장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우리의 배 출발 시간이 딜레이 되었다는 방송이 나왔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무슨일이 있는 것인지 모두 궁금해했다. 그 순간, 검은 차들이 도착하더니,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아하게 레드카펫을 걸어 배에 올라탔다. 주변 사람들이 “로열패밀리!” 하며 사진을 찍었고, 그들은 배에 올라타기 전 왕실 사람답게 선착장에 선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 순간, 우리 배가 지연된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왕이 있는 나라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았다.
랑뜽아에 도착한 첫날, 아이들은 언니와스노클링하러 카지노 게임로 나가고 나는 작은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했다. 해변의 햇살, 바닷바람, 웃음소리. 한가롭고 나른해지는 오후였다. 아이들은 모래만 가지고 놀아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샤워를 하는데 다리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모기와는 다른 자국. 간지럽고 벌겋게 부은 그 자리는, 이후 1년 동안 나를 괴롭힐 줄은 몰랐다.가려움과 진물, 반복되는 회복과 재발. 샌드플라이에 물렸던 것이다. 내 몸에 남은 자국이 없어지는데 까지 길고도 긴 시간이 걸렸다.
다음 날은 스노클링 호핑 투어. 거북이와 헤엄치고 산호를 본다는 말에 설렜다. 선장님은 손가락을 펴지 말라며, 거북이가 오징어로 착각해 손가락을 물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아이들은 한꺼번에 주먹을 쥐었고, 나도 덩달아 주먹을 쥐고 카지노 게임에 들어갔다.
바닷 속에서 거북이를 보고 난 후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로 둘째 아이를 안고 카지노 게임로 내려가는 순간 일렁이는 파도가 나의 몸에 부딪혔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아이를 안고 카지노 게임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떠밀려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아이도 카지노 게임에 들어가 거북이를 보고싶어 했지만, 결국 내가 데리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를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머리가 물속에 들어갔을 때 공포감이 있어수영은 늘 내게 먼 이야기였는데, 여행 덕분에 나는 그 두려움을 이겨냈다. 지금은 생존 수영도 할 줄 아는, 물과 조금은 가까워졌다.
저녁에는 블루티어스를 보러 나갔다. 발광 유기체들이 파도에 부딪혀 빛을 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보고 싶었던 풍경. 사진 속처럼 강렬하진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푸른 빛은 분명히 거기 있었다. 마치 카지노 게임 속 별빛처럼 깜빡이며 출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