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카지노 쿠폰 vs 파프리카 (2)
익숙한 것을 낯설게, 그리고 다시 익숙하게
“카지노 쿠폰요?”
“아뇨, 파 브 카지노 쿠폰요.”
처음 들으면 생소하고, 한 글자 차이라 더 헷갈린다.
익숙한 단어 앞에서 낯선 이름은 자꾸만 밀린다.
세상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듣고, 쓰고, 익혀온 단어들.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하는, 아무 설명도 필요 없는 이름들.
그에 비해 낯선 이름은 종종 불편하다.
발음이 어색하고, 틀린 줄 알기도 한다.
파브카지노 쿠폰라는 이름이 그랬다.
오타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을 택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파브카지노 쿠폰는 우리가 머뭇거리며 고른 이름이었다.
'이게 괜찮을까?'
'사람들이 알아줄까?'
'이 낯선 이름을 좋아하게 될까?'
사람들이 우리를 '카지노 쿠폰'라고 잘못 부르는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다.
몸에 밴 소리이기에 쉽게 이끌린다.
익숙함은 중력 같다.
늘 그 자리에 있고, 우리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끌려간다.
논리보다 먼저 감정을 끌고, 질문보다 빠르게 결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종종 이분법의 유희 속에서 벌어진다.
하나를 고르라는 단순한 질문 속에
사람의 성향, 가치관, 그리고 삶의 무게까지 담긴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익숙한 쪽을 고르고, 그 이유는 나중에 찾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질문 앞에서 머뭇거렸던 시간에 있다.
그 잠깐의 머뭇거림이, 결국 우리를 설명해준다.
하나를 고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오히려 그 선택의 경계선에 머무는 태도를 지키고 싶다.
흑도 백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회색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선택은 그렇게, 단순히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말하는 방식이 되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머뭇거리면서.
그 과정을 지나 다시 익숙해진 것만이, 진짜 ‘나다운 것’이 될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