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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소년 Ap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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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코스(고내포구←광령1리사무소) 4

카페는 넓었고 사방을 커다란 통유리로 둘렀다.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내가 첫 손님인 듯 카페 어디에도 손님이 다녀간 흔적을 느낄 수 없었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깨끗함이 테이블에 하얗게 조용히 배어있었다. 해안가도 아니고, 내륙의 올레길에 위치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검색해 보면 의외로 후기가 많다. 아름아름 소문이 난 카페인가 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고 풍경을 보았다. 수산봉이 더 크게 보였다. 문득 생각이 ‘cafe MulMe’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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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MulMe’, 물미로 읽어야 하나? 물메로 읽어야 하나? 혹시 영단어는 아닐까? 영어엔 mulme라는 단어는 없었다. 영어엔 없으니 영어 발음으로 읽은 물미는 아니라 생각했다. 검색한 ‘물메’에서 뜻밖에도 수산봉을 만났다. 커피는 나왔지만, 양해를 구하고 테이블에 앉아 내용을 흩었다. 수산봉은 정상에 물이 고인 못이 있어 예로부터 ‘물메오름’으로 불렸다. ‘물메’는 물이 있는 산이라는 의미이고, ‘물메’를 한자로 쓰면서 물과 메의 뜻을 가진 소리인 수(水)와 산(山)을 가져와 수산(水山)으로 기록된 것 같았다. 또한 정상에 봉수가 설치되어 있어서 수산봉(水山烽)으로 표기되다가, 봉수가 없어지면서 봉우리라는 의미가 있는 수산봉(水山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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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리 마을

커피를 들고 나왔다. 카지노 쿠폰 정상에는 아직 연못이 있을까? 길은 도로를 따르다 왼쪽으로 꺾어 수산리 마을로 들어섰다. 길의 풍경은 고즈넉했으나 구름의 영향으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조금은 무거워 보였다. 가끔 마당에 있는,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돌담 너머로 삐쭉 부스스한 머리를 내밀었다. 올레길에서 처음 보는 감나무였다. 마을 길이 좀 더 큰길과 만나는 모퉁이에 그리고 서점이 있었다. ‘그리고 서점’은 독립서점이었나 건물은 이제껏 보아온 곳과 달랐다. 다른 서점들은 나름개성있는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그리고 서점’은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화장하지 않는 맨얼굴의 건물이었다. 겉에서 보면 그냥 어떤 영세한 공장의 가건물 같았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 기웃거렸다. 문은 열려있었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입구에 박스들이 쌓여있어서 서점보다는 창고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공장의 창고로 바뀌었고, 창고이다 보니 돈을 절약하려고 상호 글씨는 그대로 둔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소장된 책이 많은 독립서점이 맞았고, 주인이 커피도 잘 내려줄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해 주어서 평가가 대체로 좋은 곳이었다. 외관보단 서점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곳이었다.

<그리고 서점

‘그리고 서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걸었다. 길가에 놓인 것에 눈길이 갔다. 초록의 나뭇잎들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재활용 쓰레기 분류함이었다.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고,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주민이 지나갔지만, 재활용 쓰레기 분류함이 그 풍경을 얼룩지게 하지 않았다. 제주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적고 대부분 단독주택이라 쓰레기 배출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울의 경우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각 집 앞에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놓는다. 그러다 보니 매우 지저분해 보일 때가 종종 있다.그러나 제주는 도시의 공공주택처럼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한 곳에서 분류해서 버릴 수 있게 해 놨다. 그래서 골목이나 길이 깨끗할 수 있었다. 배출시간과 배출품목도 요일별로 지정돼있는 것도 특이했다. 이것이 제주가 공동체 의식을 엮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독주택들이 많은 관계로 그대로 두면 각각의 주택은 파편화되어 지역사회의 공익에 대한 개념이 흐려질 수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작은 예일 수 있지만, 그대로 개인에게 놓아두면 서울처럼 지저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정된 공공장소에 배출하는 쓰레기에 대한 이런 대처는 주민에게 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데 능동적으로 일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할수 있다.그리고 이런 느낌이 주민을 절로 공동체에 녹아들게 하지 않을까?라고생각했다.

<제주의 쓰레기 분류함

<수산천과 카지노 쿠폰

길은 수산천을 돌아 수산봉에 더 가까이 갔다. 수산봉이 봉긋 솟아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구름과 초록의 수산봉이 묘한 대립을 이루었다. 마치 한 편의 타임랩스를 보는 착각이 들었다. 수산봉은 그대로 정지해 있고 구름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중 한 장면을 정지시켜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수산봉 입구로 가기 전에 감귤 색 지붕을 한 예쁜 하얀 카페가 있다. ‘CAFE 카지노 쿠폰 애월’이었다. 처음엔 절로 마음이 풀어지는 예쁜 카페의 외관에, 다음은 카페의 크기와 카페가 품고 있는 풍경에 눈길이 갔다. 야자수 잎으로 엮어 만든 파라솔과 초록 잔디 그리고 수산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눈이 카페의 이름에 이르렀을 때는 뇌가 작동되었다. 카지노 쿠폰? 외래어인가? 알고 보니 제주방언이었다. ‘카지노 쿠폰’에서 '드르'는 ‘넓은 초원이나 들판’을, '쿰다'는 ‘품다’를 의미하여, ‘카지노 쿠폰’는 ‘넓은 초원을 품는 곳’이라는 의미였다. 이름에 걸맞게 카페는 넓었다. 수산저수지까지 차경 했으니, 풍경까지 생각하면 더 넓었다.

< 카페 카지노 쿠폰에 본 풍경

올레길에선 이상하게 단어에 집착하게 된다. 단어에는 다른 말들이 응축되어 있고, 조금의 관심에도 빅뱅처럼 폭발하여 별이 된 말들은 단어에 숨어있는 서사를 풀어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단어에 집착하고 있는지 모른다. 특히 제주방언은 뭍과는 너무도 다른 형태의 말들이고 그 뜻도 유추할 수 없어, 한국어이지만 외래어 같은 느낌의 독특함이 있다. 그 독특함은 매력적이다. 제주방언은 11세기 이후, 시점은 알 수 없지만 고려에서 들어온 후기 고대 한국어 또는 초기 중세 한국어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후 뭍의 언어는 사회변화와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제주방언은 상대적으로 고유함을 지켜 중세 한국어의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도만의 고유한 단어나 문법적 특성을 가지게 되어 별개의 언어로 여겨져, 어떤 학자는 한국어가 아닌 별도의 언어인 제주어로 분류하기 한다.

<카페 카지노 쿠폰 애월

카페 근처에서 수산저수지를 바라봤다. 수면 너머에 제방이 보였다. 저수지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었다. 논농사를 위해 수산천을 막아 1960년에 준공된 인공저수지였다. 이를 위해 이곳에 있던 수산리 하동마을이 수몰되었다. 그러나 논농사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점점 밭농사로 전환되면서, 저수지는 본래의 기능을 잃어 2022년부터 수리시설 개보수를 위해 저수지의 물을 뺐다고 한다. 그리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제방과 방수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뭍의 소금이 들어오면서 경쟁력을 잃어 사리진, 1코스에 있는 종달리의 염전과 17코스에서 제주공항 때문에 마을이 없어진 몰래물이 오버랩되었다. 물을 뺐다면 바닥이 드러났을 텐데, 어제 내린 비가 저수지를 저렇게 채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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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카지노 쿠폰 둘레길에는 곰솔이라는 보호수가 있는데 400년 이상 된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곰솔은 보통 바닷가를 따라 자라기 때문에 해송(海松)으로도 불리며, 껍질 색이 검다는 뜻에서 흑송(黑松)으로 불린다.

<카지노 쿠폰에 있는 곰솔 / 카카오맵에서 캡처

카지노 쿠폰은 높지 않았다. 엮어 만든 가마니 길과 나무 테크 계단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정상에는 통신탑이 설치되어 있고, 정자 옆에 연못이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다 노루 두 마리가 급히 내 앞을 횡으로 휙 휙 지나가 깜짝 놀랐다. 내려가는 숲길에 햇살이 흘러들어 엷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묘한 풍경이 그려졌다.

<카지노 쿠폰 길

카지노 쿠폰을 내려와서 밭담 길을 걷다 뒤를 돌아봤다. 카지노 쿠폰이 둥근 호를 그리며 앉아있었다. 그런데 수산저수지에서 본 느낌과는 달랐다. 햇볕을 받아서인지 저수지와 카페의 풍경 때문인지 좀 가뿐한 느낌이었다면 지금 보고 있는 카지노 쿠폰은 그늘 때문에 짙어서 그런지 묵직한 느낌이었다. 갑갑했다.

<카지노 쿠폰을 내려와서 본 풍경
<구엄리 마을과 부용화

짧은 밭담 길은 도로에서 끊어지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마을길로 이어졌다. 구엄리였다. 밭이 있고, 주택이 있고, 길을 호위하듯 검은 현무암의 밭담과 집담이 경계를 지었다. 간혹 분홍의 부용화가 집담에 피어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여 잠시 여유를 가지게 했다. 부용화를 검색하면 이상하게 서귀포가 언급된다. 그곳의 부용화가 유명한가 보다. 그곳을 걸을 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멀리 야자수 나무가 이곳이 제주라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처럼 서 있다. 길은 드디어 해안인 구엄포구에 닿았다.


(202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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