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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의 정원 Mar 19. 2025

Level 0

아들의 아스퍼거 진단 - 7

우리 아이가 미국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어린이집 친구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미국은 무서운 곳이야. 영어를 잘하면 한국으로 다시 못 와. 그러니까 한국 와서 우리랑 놀고 싶으면 영어 배우지 마.“ 라고 조언했다. 우리 아이는 그 말을 듣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으로 갔다가 적응을 못해서 조기귀국했고, 영어를 극도로 싫어하게 된 아이였다. 그때는 둘의 심각한 표정과 엉뚱한 대화가 너무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두 달 전 우리 아이를 위해서 급하게 영어 선생님을 수소문했다.

아들이 최소한 알파벳이라도 떼고, 인사하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 아프다 정도만 영어로 말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에 일주일에 3회 영어 과외를 부탁했다.


영어선생님은 네팔에서 온 여자 대학원생이었고, 영국인이 운영하는 네팔 외국인학교에서 12년간 영국영어를 익혔다고 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편안하게 웃어주는 선한 사람이었고, 우리 아이에게 진심으로 영어를 가르쳐 주고 싶어 했다.

우리 아들은 어린이집 친구의 말 때문인지 선생님한테 영어 안 배울 거라면서 도망만 다녔다.

매번 도망치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잡아서 앉히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선생님 앞에서 화를 낼 수가 없어서 얼굴이 붉그락푸르락했다.

착한 네팔 선생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잡아서 앉히고 그림카드, 노래 등으로 어떻게 해서든 알파벳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첫 달 동안 우리 아들은 선생님의 노력으로 알파벳을 겨우 뗐다.


두 달째 접어드니 카지노 가입 쿠폰는 선생님을 앉혀놓고 한국낱말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가 그림카드를 가리키며 “떤땡님, 사과”라고 하면 선생님은 “apple?”이라고 말했고, 그러면 아이는 짜증을 내며 ”아니 아니, 사과! 사아과아~“라고 선생님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고군분투하는 선생님과 아들을 바라보노라면 선생님이 알파벳을 가르치던 방법을 흉내내는 아들이 놀랍고도 기특했고, 과외비 생각에 아들이 괘씸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노고가 안쓰럽고 감사했다. 결국 두 달째 수업은 선생님의 한국어 어휘 실력이 늘었을 뿐 우리 아들의 영어 실력은 진전이 없었다.


알파벳만 아는 상태로 미국에 도착한 아이는 킨더에 입학하기 위해서 교육청 영어면접을 봐야 했다.

히스패닉 인터뷰어는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그림책을 넘기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는 질문을 전혀 알아 듣지 못했다.

“Yes”만 연발하는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를 관찰하던 인터뷰어는 의미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책을 덮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Level 0을 판정했고, Level 0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로 배정했다.

그 학교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피하라고 알려줬던, 거친 애들이 많이 다닌다는 학교였고,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자리를 뜨는 인터뷰어에게 다급하게 우리 아이가 영어를 전혀 못 하는데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영어를 익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모든 변화때문에 그동안 진전을 보였던 우리 아이가 퇴행할까 봐 두려웠다.

인터뷰어는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도 멕시코에서 왔는데 자기 아이도 영어를 전혀 못했지만 6개월 지나니 자기보다 더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도 6개월만 지나면 부모보다 영어를 잘 할거라고 토닥여주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아이 손을 잡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내 머릿속은 온통 ‘우리 아이는 아스퍼거인데, 영어도 전혀 못하는데, 낯선 교실에 들어가려면 두 달이 걸려야 교실문을 겨우 여는 아이인데..‘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헝클어졌다. 이럴 때 엄마 옆에 있었다면 현명한 조언을 얻었을 텐데, 우리를 보내면서 우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서 엄마께는 그저 잘 지낸다고만 말씀드렸다. 아이의 아스퍼거 진단 이후로 아이 관련 일들은 오직 우리 부부가 판단해서 선택하고 어떻게 해서든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지 몰라서 두려웠다.

만약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안 좋아지는 신호가 감지되면 나만 짐을 싸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데리고 바로 귀국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마음이 힘들어서 로컬 성당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데리고 가서 미사를 드렸다.

한인성당에 가면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가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수군댈까 봐 일부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로컬성당에 나갔다.

성당 안에서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해방감에 비로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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