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rious George와 카지노 게임
아들의 아스퍼거 진단 - 8
영어 인터뷰를 마친 날 결과를 궁금해하는 친구에게 우리 아이가 level 1-10까지 평가 점수 중에서 level 0를 받은 충격을 이야기했다.
그 소식을 듣자 미국에서 산 지 오래된 친구는 내가 우리 아들에게 영어를 하나도 가르치지 않은 결과라고 내 탓을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날마다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 동영상을 아이가 듣든 안 듣든 24시간 틀어놓으라고 했다.
아이가 동영상에 과몰입할까 봐 망설이는 내게 친구는 영어를 못한 채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니 잘 선택하라고 충고했다.
나는 아이와 유튜브를 살펴보며 아이에게 어떤 만화 동영상이 좋은 지 선택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익살맞은 원숭이가 주인공인 Qurious George 동영상을 보며 숨이 넘어가게 웃었고, 그게 맘에 든다고 선택했다.
그 이후부터 Qurious George동영상을 하루 종일 배경음악처럼 틀어놨고, 아이는 레고카지노 게임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동영상에 나오는 대사들을 따라했고, 마음에 드는 표현들을 여러 번 되뇌였다. 우리 아이는 귀가 예민했기 때문에 작은 발음이나 억양들을 잡아내서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아이가 혼자 발음을 되뇌는 모습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긍정적이길 기도하면서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아이가 동영상에 너무 과몰입하는 것처럼 보일 때면 모래놀이 도구를 챙겨서 아이를 데리고 기숙사 근처 카지노 게임로 나갔다. 카지노 게임에는 다른 유학생들의 자녀들이 많았고, 우리 아이는 며칠간 러시아애, 인도애, 스페인애, 미국애 들이 모래놀이 하는 것을 근처에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용기를 내서 내 손가락을 끌고 애들 근처로 가더니 같이 놀자는 말을 영어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놀고 있는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서 모래놀이 도구를 풀어놓으며 우리 아이 이름을 소개하고 같이 놀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놀고 있던 아이들은 흔쾌히 우리 아이를 끼워줬고, 모래놀이 도구들을 같이 사용하며 놀았다. 특히 친절했던 스페인 남자애 한 명이 우리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장난감을 영어로 되물으며 빌려줬고, 우리 아들은 옆에서 놀면서 새로 들은 영어발음을 혼자 되뇌며 연습했다. 그 스페인 아이는 우리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영어로 다시 되묻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영어로 설명했다. 우리 아이는 그 남자애 옆에서 날마다 모래놀이를 하면서 함께 놀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우리 아들은 내 도움 없이 카지노 게임에서 외국애들과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