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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07. 2025

17. 환율 1,260원

#서학개미 라이프

17. 환율 1,260원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맑음

꽤 깊은 잠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깊은 잠을 잔다는 것은 피로했기 때문이었다. 나쁠 건 없었는데,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켜는 것이었다. 유튜브 구독자가 3천 명이 되었을 것인가? 하는 것과 LOC 매수법으로 매수를 걸어 놓은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궁금했다.

유튜브 [백만장자 Life] 채널은 수년 동안 5백여 개의 영상을 만들었으나 구독자는 늘지 않았다. 그러니 시청 조회 수 또한 2백 회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사업 관련, 이를테면 은행 지점장들도 보고 있기에 신뢰 구축 차원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유튜브 광고비는 못 받아도 은행 대출만 잘 받으면 그것으로 되었지”라고 위안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미국 주식 TQQQ가 반전을 이루어냈다. 아침까지 확인된 유튜브 구독자는 3천 명에서 60여 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살짝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주식 매매 프로그램을 열었으나 계약 또한 체결되지 않았다. 예상한 가격까지 하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연이 궁금한 사람은 마이클 말고도 더 있었다.

호텔 근무 중인 아들 솔 군이 전화를 걸어와 “오메~ 아부지~ 뭔 일이데요~”라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니 다음 사람인 친구 오 군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전화가 연결되자 역시 구독자와 영상 시청률이 폭등한 사연에 대해 놀라워하며 “오늘 내로 3천 명 넘겠다야~”라고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물론, 마이클도 흥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비록 미국 주식 TQQQ로 떴으나 남겨진 영상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마이클의 오후 시간은 짧은 낮잠이었다. 일어나 서재의 컴퓨터를 켰다. 그사이 유튜브 구독자는 3천 명을 훌쩍 넘겼다. 참으로 멋진 순간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식 거래를 위해 자금을 확인하다가 보험약관 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전화를 걸어 5천만 원을 신청했다. 상담직원이 “대출은 월요일 아침에 실행됩니다.”라고 안내했다. 2억 원째 대출이었다. 이 자금은 농지전용부담금 4천만 원과 5월 10일에 있을 임대보증금 반환을 위한 돈이었는데, 마지막 5천만 원을 대출할 수 있으므로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3천만 원 정도는 사용할 수도 있었다. 다만 환율은 1,260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도 밤을 향해가고 있었다. 속이 더부룩했기에 마을 입구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 콜라 세 병을 사 돌아왔다. 주식은 하락 세였다. TQQQ 주가는 40.3달러이고 SOXL은 24.3달러였다. 어제 상승한 탓에 매수할 정도로 하락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었다. 일기를 쓰며 주식 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렸고 잠시 후, TQQQ 주가 그래프는 파란색으로 출발했고 38달러에 진입했다. 38.1달러에 105주를 주문하고 LOC 매수법으로도 38달러에 300주를 주문해두었다.



2022년 4월 30일 토요일 맑음


유튜브 [백만장자 Life] 구독자가 3천 명을 넘어서자 버릇이 생겼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켜 구독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그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3천1백 명 넘었으려나~’라고 기대에 차 스마트폰을 켰다. 그러나 자신의 시간만 흘렀을 뿐 세상의 시간은 새벽이었으므로, 희망은 오후로 접어들 즈음 충족되었다.


또 하나의 버릇은 주식 거래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서재로 가 컴퓨터를 켜고 주식 매매 프로그램을 구동해 주가 향방을 확인했다. 파란색 그래프가 아래로 길게 늘어진 하락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LOC 매수법으로 주문한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TQQQ 300주도 계약되어 있었다. 친구 오 군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마이클이 “LOC로 38달러에 걸어 놨는데 장 마감 종가가 36.5달러야. 그러면 36.5달러에 계약체결 된다고 하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 군이 “맞어! 그렇게 체결되어. 많이 떨어져서 사졌지?”라고 되물었고 마이클이 “아니, 38달러에 사졌잖아. 그래서 물은 거야.”라고 말하며 LOC 매수법을 전수한 오 군을 타박했으나 결론은 “공부 더 해보고!”였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마치고 유튜브 검색창에 ‘키움증권 LOC 매수법’ 키워드를 넣고 검색했다.


한 유튜버가 “LOC 매수로 걸어 놓으면 지정가에 사지거나 지정가 이하로 사집니다.”라고 설명해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중 주식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종가에 매수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프로그램은 마이클이 입력한 가격을 보여주었기에 헛갈린 것이었다. 그러니 다시 친구 오 군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밝히고 사과했다. 그래서 다음 촬영할 영상은 LOC 매수법에 대해 찍을 것이었다.


주식 거래 창은 TQQQ 38.8달러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매수하려고 입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거래 창의 종류설정이 ‘지정가’로 설정된 탓이었다. 역삼각형 선택하고 ‘AFTER’를 선택한 후 시험 삼아 1주를 주문했더니 체결되었고 한 번 더 했어도 결과는 같았다. 그래서 용기 내 1백 주를 더 주문했다. 이로써 하루에 707주를 매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유튜브 채널과 주식투자는 잘 되고 있으나 마이클의 신체는 그렇지 못했다. 얼굴이 뜨겁고 화끈거리는 것이 ‘갱년기 증상’이 의심되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서 전혀 이상 할 것이 없지만 말이다. 동시에 활력도 없었다. 프라이팬에 ‘소고기죽’과 횟집에서 서비스로 준 콘, 그리고 날계란을 넣어, 죽도 아니고 볶음밥도 아닌 정체불명의 음식을 입에다 넣고 크레타 아파트로 갈 채비를 했다. 준비물은 영상 촬영을 위한 캠코더와 삼각대였다.



2022년 5월 1일 일요일 맑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유튜브 구독자와 시청률이 직각으로 수직상승 했으므로 더 부지런하게 영상을 업로드 해야 했다. 냄비에 계란 여덟 개를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후 영상을 편집했다. ‘서학개미’ 23번째 영상이었다. 그러는 사이 계란도 먹기 좋게 삶아졌다. 영상을 검수한 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계란 3개를 먹은 후 침대로 향했다. 아침 10시가 채 안 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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