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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Dec 29. 2024

올해도 수고 많았어

사람들은보통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남에게도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려 깊은 인사말을 건네거나 가벼운 안부를 묻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주말마다 카지노 게임 특별한 루틴이 있을 때, 직장동료의 주말도 궁금해지는 법이다. 나들면, 책이나 음악을 좋아카지노 게임 나는 무슨 책을, 어떤 음악을 좋아카지노 게임지에 대해 상대방에게 물어볼 기회를 엿보다가, 상대가 먼저 질문해 오면 눈에 띄게 반가워카지노 게임 편이다.


나는 연말연시에 누군가와 일대일로 만나거나,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년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의 새해 목표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새해 목표’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연말에 충분히 한 해 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고,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분위기를 약간 어색하고 어려워한다. 그래서 비록 겉치레이긴 하지만, 나의 고정 멘트가 된 질문은 연말 때부터 미리 시작한다. “올해도 정말 수고 많았고 그래서 내년 목표가 뭐야?”


나는 연말의 추위와 북적거림, 반성카지노 게임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연시’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다시 나에게 찾아오는 날이면, 그것들마저도 굴러온 복인 것처럼 느껴진다. 연초의 추위를 버티는 일은 다가올 한 해 동안 닥쳐올 고난에 대비하여 미리 몸을 달구는 것처럼 느껴진다. 북적거리는 인파 가운데서 나누는 한 해를 결산카지노 게임 말들과 덕담들은 한 해를 풍성하게 계획카지노 게임 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만 같다.


내년 목표를 물어보았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 고민해보는가 싶더니, 현재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딱 하나 정도 꺼낸다. 올해는 취업을 해야겠다는 말에서부터, 결혼 준비로 많이 바쁠 것이라는 말, 그리고 편입이나 시험 준비를 하는 등의 개인적인 목표를 간결히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내가 직접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 눈을 크게 한번 반짝이고, 조금 들뜬 표정으로 뜸을 들이며 고민을 하다가, 이런 식으로 말했을 것이다. “운전 연수도 받고 싶고, 영어 공부도 좀 할 계획인데 아무래도…”라고 말하며 말끝을 조금 흐리다가, 상대방의 관심 없는 기색을 살피며 당장 가장 중요한 사안하나를 말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새해 목표를 말하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알지만, 그것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데에는 언제나 실패하곤 한다.


언제까지고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잔뜩 실패하여 좌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나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다. 바로 새로 산 다이어리 맨 앞 장에 새해 목표를 가장 눈에 띄게 적어 놓는 것. 나는 이 일을 함으로써 지나간 해를 반성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후회하지 않는 방법도 또한 깨달았는데, 그것은 연말에 한 해 동안 아쉬웠던 일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는 대신, 그 해 동안 이룬 목표들을 체크하며 지워보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 자신만의 목표를 남들과의 대화를 통해 굳이 내 안에 각인시키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1년 동안 성취한 것을 중심으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일은 나에게 있어 답답한 방안의 선선한 바람과도 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타인인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내가 운전 연수를 받는 일이나, 글쓰기 강의를 수료하는 일이 그들의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들의 새해 목표 중에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은 기껏해야 둘에서 셋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을 모두 그 자리에서 판단해서 하나둘씩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일 것이 분명하다.


타인들끼리 자신만의 내밀한 목표를 공유하기란 원체 어려운 일이다. 목표를 외부에 말하여 목표하는 바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일은 좋지만, 목표를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에 좋거나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이어리와 공유한 새해 목표는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 응원해 주며, 한 해가 지나고 나서도 기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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