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먹먹한 고통들이 숨 쉬고 있다. 얼룩진 사람과 땅과 산자락에는 영혼이 된 순수한 넋들이 울렁댄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지난 일주일이 까맣게 가슴에 쌓였다.
냉기가 얼굴을 쓸고 가던 아침에 돌풍을 안고 눈이 내렸다. 사선으로 내리는 눈에 밀려가면서 하늘도 슬펐나 보다 한다. 숨도 쉴 수 없었을 연기와 불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한다.
눈을 몸에 감고 천천히 걸었다. 커다란 눈송이가 얼굴에 닿을 때마다 눈물로 흘러내렸다. 상상하지 못할 고통에 외롭게 새어 나오던 비명을 기억해야 하리라.마음이 무겁게 눈과 함께 내렸다.
바람이 이내 걷어간 눈은 먹구름으로 하늘에 머물다가 천천히 너울거리며 슬픔을 흘리는 것 같았다. 그 주위로 파란 하늘이 삐끔하게 눈치를 보며 어슬렁대다지금은 아닌가 이내 검게 숨는다.
상처 낸 자연을 보듬어 달라 자연에게 애처로운 기도를 한다. 인간의 뜨거운 폭력에 비를 내려달라 냉기를 구하는 우매함에 절망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은 눈물과 기도와 끌어안고 나누는 온기뿐임을 안다.
조각난 셀로판지 같은 눈이 그사이 비로 내리며 그을음을 훑어간다. 못 미치는 해열에 감사의 마음을 놓아둔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 사는 것은 이토록 애가 탄다. 타들어가는 건 그뿐만이 아님을 저린 뼈에 묻어둔다.
자랄 뼈에 심어둔다.
우린 다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