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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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Mar 29.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피하라는 교훈

거대한 역설, 한국경제사 II

‘개발’이라는 단어, 한국말로 들었을 때는 의미가 한 번에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개발, 영어로는 development이다. 그런데 선진국을 developed countries라고 부르고 개발도상국을 developing countries라고 부른다는 것을 기억해 내면, 그 뜻을 알 것도 같다. 발전, 특히 경제발전과 관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영단어는 암시하는 바가 있다. development라는 것이 어떤 지향점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선진국은 그곳에 도달했기에 developed, 개도국은 아직 추진 중이기에 developing. 개발을 그렇게 단선적으로 보지 말라고 하지만, 인류가 경제성장에 목매는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보인다.


개발은 서구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한국이 근대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반대편에는 종속경제 이론이 있다. <거대한 역설의 저자는 식민 지배가 끝난 후에도 제 1세계가 제 3세계의 원자재에 계속 의존했음을 지적했다. 제 3세계는 싼 값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비싼 값에 완제품을 수입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프리카의 가장 큰 교역 상대는 오랫동안 EU였다.


이영훈의 책에서 읽은 우리나라의 과거가 떠오른다. 해방 후 이승만 정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경계했지만 그럼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의 무역은 불가피했다. 수출시장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비중은 1953년 37.5%였는데 1960년에는 61.6%까지 증가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수출한 품목은 김, 선어, 흑연, 무연탄 등이었다.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공업화를 이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냥 두면 소련의 지배 하에 들어갈 우려가 있었다. 일본에 파견된 미군의 생각은 이랬다. 일본을 아시아의 공장으로 육성하고 한국과의 경제적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미국이 한국에 주는 원조(ECA 원조)로 구매되는 물자의 70% 이상이 일본에서 구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측은 반발했다. 미국은 한국의 공업화 정책을 어느 정도는 용인하면서도 경제안정을 위해 필요한 물자를 일본에서 구매하도록 종용했다. 실제로 ECA 원조의 약 15%는 일본에서 구매되었다고 한다.


1953년 미국의 원조는 FOA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미국의 요구는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은 한국정부의 공업화 정책을 거부했고, 원조 자금의 대부분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소비재를 구입하는데 쓰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원조의 70%를 소비재로 받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소비재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구매하지 않겠다고 고집했고, 이를 끝까지 관철시켰다.


당시 한국 정부가 온순했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소비재를 대량 수입했다면, 특히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업화를 어떻게든 시작해 놓지 않았다면, 이후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베트남에 차관을 주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입찰을 베트남 기업 대상으로 진행하겠다는 등 베트남 정부 측의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이 제대로 자기 갈 길을 가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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