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스물두 살의 나는 체구가 작았고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테니스 코트를 지나다 가느다란 팔로 테니스채를 그냥 한 번 휘둘러본 적이 있었다. 묵직한 그 채가 나를 휘두르는 것 같았다. 공을 받아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앞으로 테니스 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되기 전까지 요리가 내 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먹는 걸 즐긴 적이 없었으므로.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엄마 말씀을 듣고 자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집안 살림을 경시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라면서 의무감에서 요리를 시작했는데 재료손질부터 고역이었다. 식사를 대체하는 알약이 나오길 바랄 뿐이었다.
마흔세 살의 나는 한결 굵고 단단해진 팔뚝으로 테니스채를 한 시간씩 휘두른다. 냉장고가 비어 가면 중국마트에 가서 배추 비슷하게 생긴 채소를 사다가 김치를 만든다. 살다 보니 자신의 호불호를, 자신이 설 자리를 단정 짓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미리 그려놓을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넘은 만큼 내 영토가 커졌고 자유로워졌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서른 넘도록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주는 크, 소리가 나도록 썼고, 막걸리는 신입생 때 두 잔인가 마시고 기억을 잃은 뒤로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고량주는 향이 역했고, 맥주는 너무 차가워 한잔만 마셔도 설사를 했다. 서른 넘어 친구 집들이에서 처음 위스키를 마셨다. 오크향은 달콤했고 목 넘김은 황홀했다. 마셔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원히 술과 맞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란 그런 것이다. 아버지는 해방 전후의 카지노 가입 쿠폰와 여전히 맞서 싸우는 중이었고, 그사이 세상은 훌쩍 그 카지노 가입 쿠폰를 뛰어넘었다.
아리는 자신이 술과 맞지 않는 줄 알았는데 서른이 넘어 위스키를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이 세운 카지노 가입 쿠폰를 스르르 넘었다. 그러나 아리의 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 아리의 눈에 아버지는 세상에 패배한 채 과거에 머무는 사회주의자였다.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고 보니 카지노 가입 쿠폰를 넘지 못한 건 아버지가 아니라 세상인 것 같다.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이 여자도 공부할 수 있게 해 주고, 가난한 자도 인간 대접받게 해 주었다고 아리는 말했지만 불평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2년 전 기사를 인용하면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민국의 최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포인트 증가하여 11.7%를 기록했다고 한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라 한다. 최근까지 큰 반전은 없을 걸로 짐작한다.
어제의 탄핵 선고로 정치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고는 기대하나 이제 시작이다. 미국한테 관세를 26%를 얻어맞게 된 상황에 경제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 정치불안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각자의 카지노 가입 쿠폰를 넘어섰듯이 시스템이 가진 카지노 가입 쿠폰도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런 꿈을 꾸고 싶은데 상상력이 부족하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0871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