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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Apr 14. 2025

카지노 쿠폰의 미학

“너 오늘 카지노 쿠폰하냐?”

같은 과 석사, 학부 연구생들한테 매일 하고, 매일 듣는 말이다.

예전에 매체에서 접했던, 공대 대학원생이 직면하게 되는 무수한 실험들, 미팅, 행정 등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였다. 그로 인해 비롯된 카지노 쿠폰까지도.

툭하면 밤을 새우고, 맨날 차가 끊기고, 그런 이들에게 ‘집 언제 가?’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다.

“몰라.”

그들의 스위트 홈은 이제 좀비처럼 도착해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고, 아침마다 자신보다 한 체급 높은 알람 소리와 싸우는 링 위로 변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정신과 시간의 방과도 같은 카지노 쿠폰을 이겨내기 위해서 각자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누구는 웹툰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누군가는 기타를 치고, 실험실에서 미친 사람처럼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절대로, 이기지는 못한다.

그저 버틸 뿐.



나는 원래 카지노 쿠폰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번 학기 개강과 함께 급속도로 늘어나는 일에 의해서 오후 6시 전에 학교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카지노 쿠폰에 감염된 친구들을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다가 결국 그 세상에 발을 디뎠을 때,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그 이질감이란 바로 불안함이었다.


계속 카지노 쿠폰을 하다가 어쩌다 한 번 일찍 퇴근하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뭐 빼먹은 거 있나?’

‘이럴 리가 없는데?’

마치 숙소에서 방을 뺄 때 두고 간 짐이 있는 것처럼, 정확히 그것과 같은 감정이 드는 것 같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미 카지노 쿠폰에 익숙해져 버린 나의 뇌가 이렇게 경고하는 것이 아닐까?

‘너 오늘 왜 이렇게 빨리 가?’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음에도 말이다.



하나 더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일 것 같은.


오후 6시를 넘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가 되면 오피스에서 랩 친구들과 대화하는 횟수가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한다. 아무런 목적도, 그렇다고 정보를 전달하지도 않는, 공중에 흩어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런 이야기들.


“밥 뭐 먹냐?”

“안 먹어.”

“왜?”

“귀찮아.”

“꺼져 그럼.”

“ㅋㅋㅋㅋㅋ.”


귀찮다고 밥을 안 먹었지만, 나만 빼고 밥을 먹는 걸 보며 이런 말도 한다.

“아, 내 것도 시켜주지.”

“(심한 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험에 실패하거나, 일이 많아 비명을 지르는 친구에게 이런 말도 한다.

“그러니까 진작에 잘 좀 하지. 평소에 노니까 그런 거 아니야.”

“맞짱 깔래?”

“ㅋㅋㅋㅋ 미안.”

이런 식이다. 건설적인 말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같이 카지노 쿠폰을 하는 처지에 일과 관련된 이야기만 한다면 같은 시간이어도 훨씬 더 증폭된 카지노 쿠폰 시간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내가 카지노 쿠폰을 버티는 것도, 내 친구들이 카지노 쿠폰을 버티는 것도 서로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카지노 쿠폰을 할 때 그렇게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는 그에 대한 내가 찾은 결론이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고통은 배로 줄어든다.


흘러가는 시간의 밀도 또한, 감소한다.

그렇게 부담이 지워지고 지워질수록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 또한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이는 연구실의 카지노 쿠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직장인의 카지노 쿠폰을 비롯한, 뭔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해당된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바라보자. 누군가 있을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에서 당신의 무게를 나눠 들고 있는 이가.

이미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그 사람의 무게를 같이 나눠 들고 있기에.


그 사람이 없어졌을 때를 상상해 보자.


당신은, 그래도 괜찮은가?


정말로?


2025.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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