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덟 번째 시
러닝머신 위에서
거실 한복판, 가장 카지노 게임 자리를 차지한
거창한 녀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속도를 높일까요?
경사를 조정할까요?
나는 대답 대신 발을 내딛는다
끊임없이 굴러가는 검은 띠
그리고 햄스터
투명한 원 속에서 달리고 또 달린다
어디에도 닿지 않는 발바닥으로
보이지 않는 거리를 달려간다
공장 한구석
기름때 묻은 벨트 위 노동자
거대한 기계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쉬고, 땀을 흘린다
그러면서도 어딘가로 나아간다고 믿는다
녀석은 여전히 묻는다
속도를 높일까요?
경사를 조정할까요?
나는 대답 대신 달린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마침내 숨이 가빠질 즈음,
기계는 멈추고
나는 멈춘 자리 그곳에서
다시 거실의 주인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