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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만 Apr 19. 2025

문예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 최성애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고양이가 배를 드러내고 나의 한쪽을 베고 낮잠을 잘 때와 같은 거다


한쪽만으로도 나의 전부를 믿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줄이 없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고른다


하찮은 일은 줄이 없어도 꼬이는 것 같다


손잡이에는 긴 줄 대신에 새로 나온 리듬을 단다


리듬은 춤을 추듯 계단을 뛰어 넘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발전하니 나도 따라 발전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하면 숨이 가쁘기도 하고 누가 자꾸 쫒아 오는 것 같다


한자리에서 나는 계속 도망친다


두발이 공중에 뜰 때 나는 여기 없는 사람이다



2021년 시와 반시 신인상 당선작




오늘은 좀 짧은 작품입니다. 보시다시피 어렵지도 않고요. 지금껏 소개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당선작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전 작품과는 결이 좀 다르죠? 맞아요. 한 번에 바로 읽히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어렵게 써야만 좋은 작품이 되는 건 아님을 보여드리고 싶어섭니다. 다만, 지금까지 소개한 것처럼 어느 카지노 게임 사이트든 다시 응모해도 당선될 만한 작품이라고까지는 말 못 합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심사자의 취향에 따라, 혹은 문학상이라면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앞에 문학상 수상작으로 소개한 수주문학상 수상작 <그런 온도처럼요.


이 작품 역시 그것과 마찬가지로 감각적입니다. 감각적이라는 말은 그냥 느낌입니다. 해석하고 말고가 아닌, 말 그대로 읽었을 때 드는 느낌이거든요. 우리가 옷 잘 입는 패셔니스트를 보면 오, 멋진데, 그러잖아요. 그때 옷의 색상이나 매치가 이러저러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체적인 분위기일 겁니다. 그러니 이 작품은 해석과는 별개로, 한 번 읽으면 바로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물증 없이 심증만 있달까요.ㅎ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다 보면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은 고양이가 나를 믿고 배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고 하죠. 고양이가 그런 자세를 취하는 건 나를 전적으로 믿기 때문이니 나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나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한 점입니다. 어때요? 아주 자연스러우면서 왠지 감각적(좀 있어 보인달까)이지 않나요?


그리고 말합니다. 줄이 없는 줄넘기를 골랐음에도 화자는 생각이 많아선지 줄이 없어도 꼬인다고 하죠. 줄이 없으니, 손잡이에 뭐라도 달려 있어야 하는데 뭐가 달렸는지 보니 리듬을 달았군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계단을 뛰어넘고요.


이번에 눈여겨 볼 점은 줄이 없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떠올렸다는 것이고, 줄도 없는데 꼬였다고 말하는 거고, 줄 대신에 리듬을 달았다는 겁니다.이런 참신한 발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시를 계속 이어가긴 힘들 겁니다. 막말로 제목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해서 화자가 진짜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쓰면 재미가 없을 거라는 말이죠. 만약 그렇게 쓰면 그야말로 고개도 끄덕여지고, 한 번에 해석도 되는 거니까요.오늘 우리가 배우려는 건 내용상으로 바로 해석이 되는 게 아닌, 고개만 끄덕여지는 감각입니다.그럼, 핵심은 뭐냐?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통해서 다른 걸 말하는 겁니다.


후반부로 가니까 또 좋은 구절이 나옵니다.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발전하니 나도 발전한다는 표현, 우리가 시를 읽을 때 이런 걸 무심히 지나가면 안 됩니다.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잘하면 잘하는 거지,발전이라니?? 많이 어색하죠. 근데 시를 쓸 때는 이런 표현이 먹힙니다. 이게 바로 감각적인 표현이거든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그 자리에서 화자는 리듬을 타듯 하찮은 난관(이를테면 계단)을 뛰어넘지만, 숨이 가쁘겠죠.


또 좋은 구절이 나옵니다.누가 자꾸 쫓아온다는 표현도 좋지만, 한자리에서 계속 도망친다는 표현이 참 좋네요.그리고마지막이 압권입니다. 두발이 공중에 뜰 때 나는 여기 없는 사람이라는 마무리.


마무리까지 읽으면 뭔가 마음에 쿵- 하는 게 느껴지나요? 당장 쓸 수는 없어도 느껴져야 합니다. 그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말해도 이런 식으로 쓰지 못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평생 창작반 같은 곳이나 가서 정해진 이론에 맞춰 이건 은유고, 이건 상징이니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식의 고루한 작품밖엔 쓰지 못할 겁니다. 시는 시지만, 재미없는.


근데 마지막 시구 ‘두발이 공중에 뜰 때 나는 여기 없는 사람이다’ 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맞습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지만,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가 자연적으로 떠오르네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나는 여기 없는 사람이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이래섭니다. 시가 잘 안 써질 때 좋은 작품을 읽으면 뭐라도 써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특히나 엄청 어려운 시도 아니고, 잘 읽히는데 왠지 먹먹한 기분이 든다면 그건 감각적인 표현이 있다는 거고, 거기서 우리는 또 다른 감각을 배우거든요. 그러니좋은 시집(글)을 읽는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시길요. 그래야 발전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본인의 글만 읽거나, 혹은 수준 낮은 작품을 읽으면 알게 모르게 기준이 낮아져서 본인의 수준도 함께 낮아지는 겁니다.


세상사가 다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도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공짜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는 없거든요. 좋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내게 만나자고 할까요. 그래서 사람은 비슷한 부류끼리 만난다고 합니다. 본인이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본인이 그렇지 못하면 딱 그에 맞는 사람을 만나겠지요.


뭐 해놓은 것도 없는데 사월도 막바지네요.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공모전 소식 올라오는 거 보면 응모가 구월이고, 발표가 시월이라는 둥, 이런 거 보면 벌써 한 해가 다 간 기분이어서 겁까지 납니다. 그래도 싱그러운 오월이 남았으니, 절기상 아직은 봄! 봄입니다! 맛난 거 많이 드시고, 다투지 마시고, 이래저래 살다가는 세상, 베풀면서 잘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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