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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기 Apr 05. 2025

[시낭독회] 옮김의 소중함을 나누는 시간

-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하는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과 함께 하는 낭독회

* 제3회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과 함께 하는 낭독회 : 2022년 8월 27일 (토요일)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하는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에 세 번째 주인공은 안희연 시인이었다. “반달과 5펜스”에서 안희연 시인 시집 4권에서 발췌한 총 27편 시를 필사하는 동안 이미 안희연 시인 시에 담긴 다정함과 사랑스러움에 알게 모르게 빠져들어 버렸고, 이전 두 번의 시낭독회에 참여하며 시인 각자의 개성과 다른 분위기를 즐겼기에, 안희연 시인이 이끌어갈 시낭독회가 몹시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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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 안희연 시인 낭독회의 시 현수막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소동」

팔월 말의 한여름 오후, 이층 버스를 타고 일찍 오셨다는 안희연 시인은 자신의 대표 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소동」 전편이 인쇄된 현수막을 보고 감동한 모습이었다. 별처럼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하고 서점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시집 전집을 보고, 또 자신의 시를 필사한 “반달과 5펜스” 회원들의 필사노트를 보고, 보석처럼 빛나는 감사의 말을 건네주었다. 나긋나긋하고 조용조용한 목소리에 담긴 기쁨. 기뻐하는 시인을 보니 필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덩달아 커지는 자신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즐거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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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시인 또한 다른 사람과 나눔으로써 함께 행복할 줄 아는 사람. 시낭독회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아마색 봉투를 하나씩 주었는데, 봉투는 초록빛 표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시집과 색을 맞춘 듯 연한 초록색 마스킹 테이프로 길게 두 줄로 봉해져 있었고, 시 구절 두 행이 각각의 마스킹 테이프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테이프 위 시 구절은 봉투마다 달랐는데, 내가 받은 시 구절은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 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라는 안희연 시인 시 「역광의 세계」에서 왔다.


역광의 세계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생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 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너는 정말 슬픈 사람이구나

언덕을 함께 오르는 마음으로


그러다 불탄 나무 아래서 깜빡 낮잠을 자고

물웅덩이에 갇힌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시름시름 눈물을 떨구는 가을

새들의 울음소리를 이해하게 되고


급기야 큰 눈사태를 만나

책 속에 갇히고 말았다


한 그림자가 다가와

돌아가는 길을 일러주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였다

빛이 너무 가까이 있는 밤이었다.


*다니엘 포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 2020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의 편지 1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시집에 수록된 「역광의 세계」,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어 읽을 때, 독서에 빠져들어 현실을 잊는 상황을 다른 행성으로 간다고, 두 개의 시간이 생겼다는 표현에 경이감이 들었다. 독서로, 심지어 버려진 책의 독서로도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넓어질 수 있음을 시의 언어는 이렇게 그려낼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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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안에는 곱게 접힌 연한 초록색 종이가 있었고, 펼쳐보니 한 페이지 가득 편지가 씌어 있었다. “반달과 5펜스” 시필사 모임에 대해 알게 된 안희연 시인은 노트에 시를 옮겨내는 경험이 어떠한 지 묻는 질문으로 편지를 시작하여, 이후 ‘옮김’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 시인이 생각하는 시를 말해 주고 있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의 옮겨짐’이 시이며, 시 한 편을 쓰는 것은 마치 산을 옮기는 일에 가깝다는 안희연 시인의 말을 찬찬히 곱씹어 보았다. 비록 시를 쓰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시 자체는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음을 편지를 받는 상대에게 소개하려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배려가 느껴졌다. 마치 아직 서먹한 두 사람이 좀 더 가깝게 다가서도록 사이에서 노력하는 다정한 친구 같은 느낌으로……

시인은 시로 쓸 대상을 오감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구절을 찾고, 그것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시인에게로 옮겨진 시를 썼을 것이다. 독자는 시를 읽으며 시로 옮겨진 대상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하면서 마음으로 옮긴다. 비로소 시가 온전히 독자의 마음에 옮겨질 때는 뭉클한 감동이 인다. 거기에, 그 시를 노트에 옮겨 적기까지 한다면

‘당신의 손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무언가를 옮겨낸 손’으로서 “깊은 어둠에 잠겼던 손이 이전과 같을 리 없으므로 / 그 손이 끈질기게 진흙덩어리를 빚을 것이므로”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이전과는 다른 변화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물론 변화의 폭과 방향은 저마다 다를 것이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심지어 어제 변화와 오늘의 변화가 합쳐져 다시 제자리로 왔다 하더라도, 그냥 아무런 변화 없이 놓인 제자리와, 변화를 거쳐 온 제자리는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위에서 본 평면에서는 제자리일 수 있으나, 옆에서 본 공간으로는 한 계단 올라온 자리임을 확신한다.

이 초록색 편지는 후에 2023년 출판된 안희연 시인의 에세이집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중 「옮겨짐과 옮겨냄」 에피소드에 수록된다. 내가 받은 편지를 책에서 읽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시낭독회 도중 에세이집을 발간할 예정이라는 안희연 시인의 말이 있었기에 내심 기다리고 있던 책인데, 이렇게 시필사와 관련 있는 에피소드를 포함하고 있다니……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을 읽다가 「옮겨짐과 옮겨냄」을 만났을 때, 시낭독회의 추억과 초록색 편지를 받았을 당시의 설렘과 뿌듯함이 다시 한번 내 안으로 ‘옮겨옴’을 느꼈다.


3회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무료 카지노 게임들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 낭독회 모습

편안한 분위기의 시낭독회 속에서 안희연 시인과 시집과 시에 대한 많은 질문과 답변, 이야기가 오갔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소개하면.....

이야기 하나, 안희연 시인이 시를 쓰는 방식. 시인은 보통 시를 쓸 때 단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 매일 일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기록하고, 이 장면을 시적표현으로 다시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상언어를 시적표현으로 바꾸는 것을 시적도약이라고 본다고 안희연 시인은 말해주었는데, 시적도약까지는 어렵더라도 매일 그날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기록하는 습관을 나에게 옮겨오는 것은 가능할 성싶다. 그 기록을 모아본다면 헛되게 보낸 날은 하루도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 둘,『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시집에 대한 이야기. 시인이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절벽 위에서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이 무겁고 어렵게 썼다면, 이 시집은 언덕을 넘어가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시집을 읽는 이들 또한 언덕을 넘어가는 기분이 들도록 시를 배치하였다고 한다. 시집 한 권에 담긴 안희연 시인의 섬세한 정성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이 좋다고 말한 필사자들이 많았고, 나 역시 그러하였다. 읽을수록 점점 편안해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이야기, 안희연 시인에 대해 의외라 생각하여 모두 놀랐던 것, 여름에 대한 시를 많이 쓰지만 좋아하는 계절은 봄과 가을이며, 고양이와 개, 토끼 등 수많은 동물이 등장하는 시들을 써서 반려동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반려동물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여름에 대한 시를 많이 쓰고 있는데 아마도 무섭게 성장하는 계절이기에 인상 적어서 자꾸 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한다. 고양이, 개, 펭귄, 코끼리, 앵무새, 양, 토끼 등등…… 동물이 주인공이거나 등장하는 시가 유독 많고, 시에 해당 동물의 본성이 녹여져 있어, 최소한 고양이나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파악한 동물의 습성이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짐작했다. 이 예상이 정확히 빗나가서 당황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시인은 동물을 비롯하여 주변 생활과 사람, 특히 예술작품으로부터 통찰력의 실마리를 얻고 훈련을 통해 통찰력을 키워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희연 시인이 포함된 8명의 시인이 각각 한 명의 미술작가를 정해 에세이를 쓴 『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에 나타난 그림에 대한 감상과 사유를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으로부터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통찰력의 실마리가 깊은 사유로 이어지는데 그 사유를 시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이 책에 소개된 파울클레의 그림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우리는 연주한다」를 보고 충격을 받아 시로 옮겨보고자 한 것이 안희연 시인의 이십 대 시절이었다. 자신만만한 시절이었지만, 당시 자신보다 앞선 그 그림을 시로 쓸 수 없었다. 이내 “모든 자극이 시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 어떤 그림은 그 자체로 크고 넓어 언어가 되기를 거부한 다는 것”을 깨닫고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폴더에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우리는 연주한다」 제목 파일로 저장하였다. 그림 제목과 작가 파울클레만 쓴 백지로……

십여 년이 지나 파일을 열어보았을 때, 그림이 내뿜는 에너지는 여전히 강렬했지만, 안희연 시인도 꽤 많이 성장한 시인. 파울 클레 메시지에 이제는 「역광의 세계」와 「백색 공간」 시로 답할 수 있었다. 읽긴 했지만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알 수 없는 답답함으로 읽었음에 의의를 두었던 책이, 몇 년 지나 다시 읽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을 만큼 좋았던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주로 학창 시절 의무감으로 읽었던 고전문학이 그런 류였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그때서야 비로소 고전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징과 함축이 대표적인 시도 마찬가지. 지금껏 많은 시인의 시를 필사하여 내 안에 옮겨놓긴 했으나 영 낯설고 어색한 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필사집을 펼쳐 읽을 때 거짓말처럼 내게 다가와 친숙해지는 시가 있는데, 안희연 시인의 시도 그런 축에 속했다.

그러기에 안희연 시인의 시는 읽을수록 익어가는 시. 안희연 시인의 시를 읽으며 함께 나도 익어가련다.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중 「펭귄의 기분」과 「망중한」 필사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중 「탁묘」필사 - 아기 냥이 탁묘 경험이 떠오름
안희연 시인 시낭독회 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에 받은 시인님 서명

PS. 안희연 시인의 TV 출연 소식을 들었다. TvN의 내가 좋아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지중해', '일명 알쓸별잡:지중해' 프로그램인데, 과연 안희연 시인은 지중해 문화의 어떤 발자취를 따라갈 것이며, 전문 분야가 서로 다른 출연진들과의 조화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했다.

1회가 방영되었는데, 안희연 시인 특유의 다정함이 화면에서도 보인다. 주제에 대해 다른 출연자와 주고받는 생각과 설명도 흥미로워 종종 챙겨볼 만한 프로그램인 듯하다.

'알쓸별잡: 지중해' 포스터

*참고 자료

1.『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안희연, 창비, 2015

2.『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안희연, 현대문학, 2019

3.『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창비, 2020

4.『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안희연, 난다, 2023

5.『 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김연덕/박세미/서윤후/신미나(싱고)/안희연/오은/ 이현호/최재원, 미술문화, 2022

6. 반달서림의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 시낭독회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848384487)

7. 반달서림의 시필사 모임에서의 시낭독 안내문 (https://cafe.naver.com/bandalseorim/6004)

8. 반달서림의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 시낭독회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866100824)

9. '알쓸별잡: 지중해'에 출연하는 안희연 무료 카지노 게임 (https://www.mk.co.kr/news/broadcasting-service/11278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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