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1
매주 일요일에 화실에 간다. 일요일의 우선순위는 카지노 쿠폰을 그리는 것이므로 다른 약속이 생기면 그 이후로 미룬다. 카지노 쿠폰을 그리면서 발견한 내 모습 중 하나는 꼼꼼해도 아주 꼼꼼하다는 점이다. 사진을 따라 그릴 때 세세한 부분까지 그리려고 노력한다. 세필붓으로 눈에 띌까 말까 한 부분을 그리면서 그 섬세한 터치 하나로 카지노 쿠폰의 느낌이 달라지는것이 신기하여 더 심혈을 기울인다. 그렇지만 세세하게 그려야 하는 양이 많은카지노 쿠폰은 선호하지 않는다. 일테면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Michel Delacroix)의 카지노 쿠폰을 좋아하는데 보는 것은 좋지만, 누군가 따라 그려보라고 하면 지레 질려서 손도 못 댈 것이다. 그는 파리의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건물과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건물에는 창문이 많다. 불 꺼진 창, 불 켜진 창, 커튼이 쳐져 있는 창, 열린 창, 닫힌 창 등 다양한 창이 있다.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으로 그 많은 창문을 다 그릴 생각을 하면 아찔해진다. 그리고 창문 중 한 곳에는 꼭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있다. 여자일 때도 있고 남자일 때도 있고 아이처럼 보이지만 명확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내가 만일 그린다면 인내심 테스트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화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카지노 쿠폰을 그리면서 발견한 또 다른 모습 중 하나는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진대로 그리지 않아도 되고 나의 상상력으로 다른 색을 칠해도 되는데, 상상의 날개를 펴기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똑같이 그리려고 애쓴다. 그렇다고 판박이처럼 똑같이 그리지도 못한다. 아직도 캔버스에 스케치를 할 때 구도 잡는 일이 어렵다. 사진 속 물체의 기울기와 크기가 내 눈에는 왜 달라 보이는지 모르겠다.
창의력이 부족한 와중, 창작품을 그려보겠다고 몇 주 째 붙잡고 있는 카지노 쿠폰이 있다. 첫째 날 의기양양하게 거침없이 스케치하고 초벌을 칠한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태다. 다른 사람의 카지노 쿠폰이나 내가 찍은 사진을 따라 그리는 일은 '따라 하면' 되니까 고민이 크지 않다. 단지 '이걸 어떻게 그려야지?' 하며막히는 부분이 나오면화실 선생님에게 묻고 방법을 배우면된다. 그런데, 창작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므로 물어볼 수가 없다. 너무 평면적인 카지노 쿠폰이 되는 것 같아 "사람 얼굴을 이렇게 평면으로 그려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화실 선생님이 "왜 평면적인 얼굴인지 설명할 수 있으면 괜찮아요"라고 했다. 화가는 자기 카지노 쿠폰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설명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으면 되는 거라고 한다. 설명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뭘 그렸는지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하는 염려가 생긴다. 그래서 배운 대로 볼과 이마에 입체감을 넣어사람 얼굴로 보이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머리카락을 그려야 할까 하며 고민한다. 망설임 끝에 일단 죽이되든 밥이 되든 상상했던 이미지를 그려보기로 하지만, 매주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처음 느낌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백 퍼센트 내가 원하던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완성을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니 마무리는 지을 생각이다.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