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북극 Mar 04. 2025

춤추지 않는 신의 아이, 아니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신의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춤추지는 않았다. 아니지,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군대도 가지 않았으니까.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임을 자각한 그날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어린 시절, 여기서 어린 시절이라고 이야기할 때 나는 늘 초등학교 2학년에서 4학년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그 시기에 강렬한 어떤 추억이 있었을까? 또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데도, 어린 시절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늘 그 쯤의 시기다.


지금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을 것이다. 여름의 초입, 그쯤? 덥지도 않고 서늘하지도 않은 특별할 것 없는 평일 오후. 다들 가난한 시절이라 우리 집의 가난도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날. 나는 세 들어 있는 2층 집에 혼자였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봤을 때 전깃줄이 눈높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심한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약한 바람에도 전깃줄은 파르르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전깃줄의 파동을 바라보며 그 선들이 이어져 있을 미지의 곳,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계를 상상해 본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멀리 도시의 중심까지 이어져 있을까?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느 지점 다른 시간에 닿지는 않을까? 보이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손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전깃줄은 파동에 의해 멈춘 듯 제자리에서 널뛰지만 재빠르게 이동 중인 은 아닌지 상상해 보았다.


그 시절 상상력은 가장 재밌는 나만의 놀이였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전깃줄이 널뛰는 것을 바라보다가 시선은 방 안으로 옮겨졌다. 전원이 꺼져 있는 라디오가 보였다. 소리 없는 라디오는 쓸모없이 안테나를 반쯤 뽑아 올리고 있다. 마치 미완의 손짓처럼 멈춰버린 길쭉한 금속 안테나는 희미한 햇빛을 받아 둔하게 반짝였다. 마지막으로 소리를 냈을 때가 언제였는지 전원이 꺼진 라디오는 침묵의 고요를 지키고 있다. 안테나를 남아 있는 부분까지 다 끌어내 길게 뽑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방안의 조용한 소품으로 평화를 지키던안테나는 내 힘에 이끌려 뽑혀져 마땅치 않은 듯 파르르 떤다, 전깃줄처럼.


전깃줄이 끊임없는 바람에 쉼 없이 파동 하는 것과 달리 안테나는 가해졌던 힘이 사라지자 차츰 떨리기를 멈추고 고요히 멈춰 평온하다.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소품으로써 지위를 다시 회복한 것이다.


널뛰는 전깃줄이 생명이라면 잠잠해져 버린 안테나는 죽음이다.

삶과 죽음을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다.

어린 나이에 삶과 죽음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해석은 이미 다 커버린 지금의 내가 갖다 붙인 것일 뿐이다. 다만 그때 그 두 개의 현상을 바라보며 나는 확신했다.


"나는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전깃줄이 파르르 떨리는 것과 침묵하는 안테나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 생각으로는 비약이 심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강렬하게 인식된 그 사실이 46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가만히 흔들리는 전깃줄을 바라보다가 문득 옆에 있는 라디오의 안테나를 보았다. 전깃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파동을 일으키며 흔들리고 있었지만, 외부의 힘이 사라진 안테나는 고요한 채로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것처럼 삶과 죽음의 세계를 창문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는 것이다.


시선을 전깃줄에 고정한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출렁이는 선들의 떨림을 그 생동함을 눈으로 따라가며 그 파동을 내 안에 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시선을 안테나로 옮겼다. 내 눈길이 닿자 안테나가 파르르 떨리는 듯했다. 마치 내가 담아 온 떨림이 눈을 타고 전해진 것처럼. 창문을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이 나뉘어 있는 세계에서 내가 본 것들이 나를 거쳐 안테나에 스며들고 결국 고요했던 금속 막대기에 불과한 안테나는 그 떨림을 받온라인 카지노 게임인 듯 미세하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숨을 내쉬듯 흔들렸다.

어린 나이에도 그 사실이 비현실적이라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혹시 열려 있을지 모를 문들을 점검하고 외부에서는 어떤 힘도 더 이상 영향을 줄 수 없음을 확인하고서 다시 한번 그 일을 반복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나는 숨을 고르고 전과 똑같이 전깃줄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전깃줄은 쉼 없이 생동하는 널뛰기를 규칙 없이, 그러나 어딘가 질서를 가진 듯한 흐름으로 생동하고 있다. 그 떨림을 또다시 눈에 담는다. 마치 숨을 들이쉬듯 전깃줄의 미세한 파동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기분이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다시 시선을 안테나로 옮겼다. 그 순간, 방금 전과 똑같이, 내가 가져온 떨림이, 내가 본 것들이, 마치 물결처럼 번져가 닿은 듯 투박한 안테나가 떨리는 생동을 보았다.

착각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었음을 확인한다. 내 시선이 닿은 안테나는 놀란 듯 다시 한번 파르르 떨렸다. 전깃줄처럼 널뛰는 움직임은 아니지만 내가 억지로 뽑아냈을 때처럼 마땅치 않은 떨림도 아니었다. 확고하고 잔잔한 떨림은 한동안 지속 되었다.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닐 수 없는 증거를 나는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나는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한 여름이 시작되기 전 무료한 평일 오후에 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죽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은 기적을 이루어냈다고 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