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북극 Mar 12. 2025

춤추지 않는 신의 카지노 쿠폰

Embodied Imagination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조회시간이다.

담임 선생님은 그날의 일정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하던 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교무실로 잠시 호출되셨다. 아직 조회가 끝나지 않았던 탓에 반장에게 잠시 부탁하고 금방 다녀오겠다면서 교실을 나가셨다. 교실을 빠져나가 문이 닫히는 순간, 아이들은 함성을 질렀고 반장은 "조용해"라는 말을 몇 번이나 외쳤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전가의 보도처럼 떠드는 사람은 칠판에 이름을 적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반장의 외침은 아이들의 소란 속에 조용히 묻힌다. 무기력해진 반장은 칠판 앞에서 흰 분필 하나를 쥐고 단상 위에서 힘겹게 아이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바닥에 금을 긋고 딱지를 치고, 또 누군가는 얼마전새소년에 실렸던 UFO이야기로 신이 났다. 여자아이들은 교실 앞에서 종이 접기를 하다가 누구 글씨가 더 이쁜지 자랑을 하느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난기가 심한 아이 한 명이 교실 밖을 몰래 빠져나가 교실 앞 문을 드르륵 힘차게 열어서 순간 다들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순간의 정적과 긴장감으로 교실은 적막했다. 담임 선생님이 아닌 것을 확인 한 아이들은 야유를 던지며 잠시 중단했던 장난들을 이어나갔다.


나는 무얼 하고 있었지?

기억은 또렷하지 않다.

그 당시 한 참 많이 하던 지우개 따먹기를 하던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었던가? 소년에 실렸다던 UFO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늘 즐겨하던 공상 속에서 이곳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가? 카지노 쿠폰들의 소음은 점점 더 커졌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장난으로 통제 불능의 교실이 되어 가던 그 순간 신경질적으로 문이 드르륵 열렸다. 한 번의 장난으로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던 아이들은 처음처럼 즉각적으로 멈추질 못 했다. 그러나 이번에 진짜 담임 선생님이었다. 뒤늦게 몇몇 아이들은 재빨리 책을 펼치고 딱지를 치던 아이들은 얼음인 체로 어찌해야 될지 몰라 엉거주춤이다.

화가 난 선생님은 반장을 불렀고 그 잠깐을 조용히 시키지 못 한 죄를 따졌다. 교감 선생님이 우리 반을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화를 냈지만 교감이 우리 반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일이었다.


"안 되겠다. 너네들은 오늘 그냥은 안 되겠어?"

선생님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나셨는지 목소리 톤이 다른 날과 달랐다.

"자 다들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손 머리 위로 올려"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느라 걸상이 바닥에 끌리는 소음이 일었고, 그 소리에 다시 화가 난 선생님은 조용히 일어나라고 화를 내셨다.

겁에 질린 아이들은 걸상을 조심히 뒤로 물리고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는다. 어설프게 머리 위로 손을 올리자 다시 한번 호통이 떨어졌다.

"똑바로 똑바로 올려~ 안 그러면 시간이 계속 길어질 거야"

"똑바로 들어!!! 귀에 바짝 붙여!!!"

연이은 호통에 아이들은 손을 번쩍 위로 뻗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팔이 저렸고 슬금슬금 팔이 아래로 내려오려고 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또다시 호통이 날아든다. 아직 봄인데 1분이 지나가자 땀이 나기 시작했고 교실은 아이들의 단내 나는 열기로 가득해졌다.

신의 아들이라고 믿는 나 역시도 팔이 저리고 무릎이 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니 어쩔 수 없다고? 나는 무려 신의 아들인데, 도리도리,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감은 눈을 다시 조용히 감고, 의식 속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의식 속의 나를 알프스에 어느 산으로 데려간다. 그 나이에 알프스의 어느 산이라고 어찌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지만.

카지노 쿠폰[출처 CARV]

설원이 펼쳐져 있다.

하늘아래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고요 속에 눈부신 하얀 눈은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능선을 감싸고 있다. 누구도 밟지 않은 매끄럽고 순결한 눈이다. 햇살이 구름 사이를 뚫고 살며시 내려앉자 얼어붙은 결정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며 빛을 튕겼다. 봉우리들 사이 계곡에는 옅은 안개가 부드러운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다.


외화프로그램에서 봤을까 그 순백의 눈 위에서 스키를 타던 풍경이 떠오른다. 신의 아들인 나는 아직 스키를 타 본 적 없지만 그것이 문제 되지 않음을 안다. 나는 스키를 신는다. 어디서 난 스키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언제나 그것은 거기 있기 마련이다. 난 신의 아들임으로 배워보지 못한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온다.


공기는 차갑고 맑았으며 코 끝을 스치는 상쾌한 냉기가 온몸을 깨운다. 점차 속도가 붙으며 차가운 바람이 얼글을 스치기 시작한다. 바람소리와 눈을 가르며 나는 가느다란 마찰음만이 귀를 간지른다. 방향을 틀 때마다 가볍게 튀어 오른 눈가루가 반짝이며 햇빛을 받아 빛난다. 어느덧 이마에 솟구치던 땀은 바삭 마르다 못 해 얼음송이가 맺힐 지경이다. 멀리 보이는 산 아래, 눈 덮인 숲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이 순간, 이 광활한 설원 위에서 나는 단 하나의 선을 남기며 달리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스키 타는데 열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의 팔을 흔든다. 의식은 순식간에 알프스의 산에서 단내 나는 열기 가득한 교실로 데려온다.


짝꿍이었다.

"너 뭐 해. 선생님이 손 내리라고 하잖아, 너 때문에 시간이 더 늘어날지도 몰라"하며 그는 나를 쏘아본다. 아직 책상 위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아이들은 팔이 저린지 티 내지 않으려 하면서도 팔을 조물조물하고 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음. 한 시간 내내 팔 들고 있을알아, 알았어?"

화가 수그러든 선생님 목소리에 안도하며 아이들은 큰소리로 네~ 하고 외친다.

"자 이것으로 조회는 끝" 이 말과 함께 선생님은 교실을 나간다.

그제야 카지노 쿠폰들은 긴 한숨을 쉬며 이마에 땀을 닦고 저린팔을 맘껏 조물조물거리기 시작했다.

짝꿍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이상하다는 듯 나를 보더니, "야 너는 땀 한 방울 안나네. 너 몰래 팔 내리고 있었지? 얍삽하게"

자기도 그럴 수 있었다면 그러고 싶었다는 표정으로 짝꿍은 째려 보듯 나를 본다.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신의 아들은 그런 벌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 줄 걸 그랬나? 실제로 땀 한 방울이 안 났으려나 생각하며 이마를 짚어 봤지만 역시나 뽀송한 이마다. 물론 얼음 송이 까지는 아니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