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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낙타 Jan 14. 2025

지금은 카지노 가입 쿠폰 '廣場'을 꺼내 읽을 때,

최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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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그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오전 9시 39분에 정치인 노회찬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유력 정치인의 죽음,극단적 선택이라 파급력은 컸다. 언론은 앞다퉈 노회찬의 소식을 타전했고 인터넷은 노회찬 죽음으로 도배됐다.


한 시간 후인오전 10시 46분. 우리의 작가 최인훈이 암투병 끝에 타계했다. 언론은 '현대문학의 거목 쓰러지다'라는 제목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다. 그의 죽음은 예고되었기에 기자들은 많은 기사를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 최인훈의 부고는 노회찬에 묻혀버렸다. 준비해 둔 기사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나는 모른다. 그걸 지켜보며 최인훈과 노회찬 둘 중 누가 더 중요인물인가.생각했다.


내가 궁금한 건 그다음 날이었다. 24일 신문 1면 헤드라인. 언론은 누구의 죽음을 더 비중 있게 다룰 것인가. 내 개인적으론 당연 최인훈이었다. 그가 한국문학에 끼친 영향력은 하늘에 떠있는 태양에 버금갈 만큼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강도 없었을 것이다.한국 노동 진보 정치의 대표주자인 노회찬을 위상을 낮게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역시 우리 정치에 나름 족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틀어 최인훈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신문은 노회찬을 더 비중 있게 다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런 죽음이니까. 대한민국은 정치가 늘 우선이니까. 늘 그랬으니까. 슬프게도 그 예상은 적중했다. 1면 톱은 말할 것도 없고, 2면 3면 4면 그리고 사회면까지 그날 모든 언론은 노회찬의 기사로 넘쳐났다.최인훈의 죽음은한 두 개 신문을 제외하곤 1면 기사 인덱스에 싣고 문화면과 동정란에 한 판,또는 반 판을 할애해 '최인훈의 문학세계'를 전했다.이 글을 쓰기 위해 신문을 다시 찾아봤다. 온통 노회찬 일색이었다. 아! 우리는 정말 이정도 밖에 안되는구나. 하며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600매의 중편소설 '광장'이 선 보인건 전쟁이 끝나고 불과 7년 후, 1960년이었다. 파장은 엄청 컷다. 원고를 받아 든 '새벽'지 편집장 신동문은 작품을 읽고 혼돈에 빠졌다고 한다. 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을 때였다.더군다나 반공이 국시였던 시절이기도 했다. 주인공 이명준이 남도 북도 아닌 제3 국으로 '이념의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신동문은 발행인에게는 보고도 하지않고 원고를 들고 인쇄소로 갔고 다음날 '새벽'지 11월호에 '광장'은 탄생한다. 이 작품 하나가 한국문학에 핵폭탄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져올 것이라곤 그때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광장'의 내용은 이렇다. ' 청년 이명준은 분단 후 월북했다가 6·25 전쟁 때 북한군으로 내려와 포로가 된다. 전쟁이 끝나자 남북한을 포기하고 제3국을 선택한 그는 그곳으로 가던 중 남지나해 바다에 투신한다'. 생전에 늘 "현대사라는 수갑을 찬 한국의 작가는 정치와 역사를 빼고 문학을 할 수 없다."고 말한 최인훈은 이 작품을 통해 남한은 '광장 없는 밀실', 북한은 '밀실 없는 광장'이라며 양쪽을모두 비판했다.


남한은 천박한 자본주위와 이기주의가 밀실에서 이뤄지고 , 전체주의 북한은 선동이 밀실 없는 광장에서 일어난다는것이다. 그러면서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아니 , 그런 세상을 꿈꿨다.그러기 위해선 밀실과 광장을 잇는 '다양한 골목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최인훈은 설파했다.이 작품에 대한 후대의 평은 이렇게 한 줄로요약된다.'한국근대문학을 이광수가 열었다면, 한국현대문학의 문은 최인훈의 '광장'이 열었다'


따지고 보면 '광장'은 4·19 혁명의 수혜였다. 혁명으로 사상의 자유가 확대됐기 때문이다.당시 '새벽'지에 실린 작가의 말은 이랬다.'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


'광장'을 통해 냉전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려고 했던 최인훈은 73년 민음사 판 서문에서는 이렇게 밝혔다.

'나는 12년 전, 이명준이란 잠수부를 상상의 공방에서 제작해서, 삶의 바닷속에 내려 보냈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사랑'이라는 심해의 숨은바위에 걸려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나를 탓하였다. 그 두 가지 숨은바위에 대한 충분한 가르침도 없이 그런 위험한 깊이에 내려 보내서,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를 세상에 버리게 한 것을 나무랐다. 사람들은 옳다. 그러나 숨은바위에 대해 알고 있다면 누가 잠수부를 내려 보내 것인가. 우리가 인생을 모르면서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 소설가는 인생을 모르면서도 주인공을 삶의 깊이로 내려 보내야 한다'



이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3개의 지상파방송 4개의 종편방송 2개의 뉴스전문채널 방송에선 하루종일 정치얘기로 꽃을 피운다. 출연료만 주면 되는패널들이 좌우로 나뉘어 '밀실'같은 스튜디오에서 정치토론이 아닌 이념 전투에 여념이 없다. 값싼 제작비로 시청률을올릴 수있으니 이런 싸구려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는 것이다. 이런 방송을 하루종일 보는 국민은 자신도 모르게 정치의 노예가 되고만다.


뉴스도 마찬가지다.첫 기사부터 24번째 기사까지 온통 정치 일색이다. 그러다 스포츠 뉴스로 넘어가고 날씨 기사로 뉴스가 끝난다. 나는 얼마전 방송국 몇 곳에 전화를 카지노 가입 쿠폰. "거기에 문화부가 있나요? " "당연히 있지요" "그분들이 책이나 음악 등 문화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가끔 합니다" "그러고도 월급을 받나요?""그럼요"1년 365일 내내 이런 식이다.


밖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광화문, 남대문, 시청 앞, 이젠 한남동까지좌우로 나뉘어 사실상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이 정도면 '내전'아닌가. 이명준이 돌아와 지금 펼쳐진 우리의 상황을 보면 뭐라 할지 한숨만 나온다.


TV를 끄고 유튜브를 닫고 이제 우리, 최인훈의 '광장'을 읽어보자.최인훈이 왜'광장을 가지지 못한 국민은 국민이 아니다. 밀실을 참지 못하는 개인은 개인이 아니다'했는지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 최인훈은 변화하는 세계는 늘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이 이렇게 혼미할 때 문학은 언제 등대가 되어 우리에게 길을 인도했다. 그래서 작가는 그 어느 정치인보다 위대한 것이다. 단, 우리나라에서만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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